요즘 JTBC의 ‘싱어게인’이라는 프로를 재밌게 보고 있다. 한 때 유명세를 탔으나 잊혀졌거나 무명의 실력파 가수들이 경연을 펼치는 오디션 프로이다. 시청률 7%를 넘기며 점점 인기를 얻고 있는 ‘싱어게인’은 20년 이상 가수 활동을 한 시니어 가수들과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니어 가수들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이 기존 오디션 프로와 다르다. 다양한 세대의 심사위원이 참가하고 있어 세대 간 다른 관점의 심사평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한 참가자들은 ‘1호, 2호…’ 참가자로 불리며 익명으로 참가하여 시청자들이 그들의 배경을 궁금해하고 직접 검색하며 누군지 찾게 만든다.
‘싱어게인’ 프로 자체도 마케팅 관점에서 배울 점이 있지만 그보다 시청자들의 엄청난 호응과 관심을 끌고 있는 몇몇 참가자들의 흥행을 보면서 다른 비즈니스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마케팅 인사이트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싱어게인 참가한 무명가수들의 실력(가창력)은 심사위원들 못지않다. 오히려 몇몇 참가자들의 실력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웬만한 아이돌 가수나 심사위원들보다 더 좋다. 그러나 단순히 ‘가창력’이 뛰어나다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소속사에 속한 가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입장에서는 그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라고 볼 수 있는데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의 퀄리티(가창력, 안무 실력 등)가 좋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제품이 잘 팔리기 위해서는 제품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타 경쟁제품과 차별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경쟁제품과 차별화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 차별점’ 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흔히 관성이라고도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기존에 본인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습관을 잘 바꾸지 않는다. 새로운 제품을 잘못 샀다가는 실패할 수도 있고 기존 제품과 비교하는 일 자체도 피곤한 일이다.
따라서 기존의 익숙한 제품과 다른 점이 없다면 고객의 눈과 관심을 끌지도 못한다. 사람의 본성상 익숙한 것에는 눈길과 관심을 잘 주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같은 출근길을 걸어가더라도 그 장소는 매일, 매시간 달라질 것인데 다른 점이 매일 기억이 나는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오디션 프로에서 탄생하는 스타들은 대부분 기존 가수들과는 다른 독특한 음색, 창법, 노래 스타일 등을 가지고 있는 참가자들이다. 기존과 다른 ‘새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신기하게 바라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상품을 대체할 신제품을 출시한다면 경쟁제품과 다르면서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차별화 포인트’가 매우 중요하다.
(예시) ‘귀족 소금’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핑크솔트를 통한 고급화 전략으로 히트를 친 LG생활건강의 ‘히말라야 핑크솔트 담은치약’
연예인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 ‘무플이 악플보다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호든 불호든 사람들에게 기억되어야 하고 노이즈 마케팅과 같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논란의 중심이 되는 것이 인기와 유명세를 얻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싱어게인이라는 프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참가자는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이라는 노래를 자신만의 색깔로 편곡하여 불렀던 ’30호’ 참가자이다. ‘족보가 어디 있는 음악인가?’, ‘논란의 대상’, ‘혼돈스럽다’라는 평가들이 이어지는 독특한 편곡과 퍼포먼스였다. 이 공연은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극명히 평이 갈렸다. 대기실에 있던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었다.
♨️핫클립♨️ "쟤 뭐야? 왜 좋지..?" 심사위원들을 혼돈에 빠뜨린 30호의 ‘Chitty Chitty Bang Bang’♪|싱어게인|JTBC 201221 방송
결국 이 공연에서 30호 참가자는 패배를 했지만 유튜브, SNS 등에서 해당 공연과 30호 참가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며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 조회수와 좋아요 만 보면 이 공연 대결에서 승리했던 참가자의 공연의 영상보다도 높다. 나 역시 ‘도대체 이 사람 누구야? 무슨 음악 하는 사람이야?’라는 궁금증이 들어 이 참가자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새벽까지 보며 빠져들었다.
다시 일반 제품이나 서비스로 돌아와서 보자. 제품이나 서비스가 많이 팔리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제품과 서비스가 알려져야 한다. 옛날에는 ‘입소문’이라는 단어를, 현재는 ‘바이럴’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브랜딩이나 마케팅 시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람들 사이에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스토리나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제품과 서비스가 각인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되고 퍼지려면 그 제품이나 서비스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인기가 많은 친구들은 주변에서 늘 이야기의 주제가 되었다. 싱어게인의 ’30호’ 가수 역시 심사위원이나 사람들로부터 독특한 매력, 사람 자체에 매력이 있다는 평가가 굉장히 많았다. 제품이나 서비스만의 매력이 있다면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구전될 수 있다.
(예시) 몇 년 전 SNS에서 바이럴되며 큰 히트를 쳤던 바디럽의 ‘마약 배게’. 유튜브에서 ‘마약배게’ 키워드로 검색하면 마약 배게에 대한 수많은 리뷰, 논란 콘텐츠 등이 있다. 제품성은 잘 모르겠지만 미디어 콘텐츠를 바탕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바이럴 됐다는 측면에서 주목할만하다.
기존제품과 차별성도 있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제품의 유명세가 퍼진다고 해도 제품이나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팔리기 위해서는 ‘팬덤’ 형성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30호 참가자와 ‘서울예대 복도남’이라고 불리며 또 한명의 흥행을 이끌고 있는 ’63호’ 참가자는 기존의 없던 새로운 음악을 바탕으로 유튜브 등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고 ‘팬덤’이 형성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팬덤이 형성되면 두가지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먼저 팬들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계속 반복적으로 구매하면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성장한다. 팬덤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이다. 애플 제품의 팬들을 ‘앱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무조건 스마트폰은 애플, 태블릿은 애플패드, 노트북은 맥북을 산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삼성의 스마트폰 제품들이 더 우수하다. 자체 디스플레이 기술이 있기 때문에 화질도 더 좋고, 삼성페이도 되고 애플보다 더 많은 기능이 있다. 가격도 더 저렴하다. 그런데 왜 이들은 애플 제품만 구매할까? 애플이란 브랜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애플이란 브랜드 메세지, 제품의 철학에 공감하고 애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팬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구매하여 만족감을 얻는다. 물론 삼성 제품의 팬들도 있겠지만 애플의 팬을 앱등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삼성 제품에 미친 팬들을 부르는 지칭하는 단어가 있는가? 애플이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이유는 바로 이 브랜드에서 나오는 ‘팬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팬들이 브랜드의 스토리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퍼뜨리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는 홍보비를 사용하지 않고 알아서 브랜드나 제품이 홍보되는 시스템을 갖게 된다. 유튜브나 SNS에서 익명의 싱어게인 참가자들의 실명과 백그라운드, 그리고 그들의 과거 공연 영상 등의 스토리가 확산되고 팬들은 그 영상들을 모두 시청하고 공유하며 퍼뜨린다.일상에서 주변사람들에게 얘기하면 그 얘기를 듣고 팬이 사람들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BTS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게 된 것도 BTS만의 스토리와 더불어 ARMY라는 강력한 팬덤 덕분이 크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5년 전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있을 때 한 외국인 친구가 방탄소년단에 대한 자랑을 굉장히 많이 했다. 당시 한국인들에게도 방탄소년단이 지금처럼 유명하진 않았었는데 그 친구 덕분에 한국인들도 방탄소년단이 누군지 알게되고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일반 광고나 영업사원이 그 제품의 우수성에 대해 말하면 의심하거나 믿지 않을 수 있지만 내 주변 사람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얘기하면 당연히 더 솔깃하고 해당 제품이나 브랜드, 서비스에 쉽게 마음을 열고 신뢰할 수 있다. 따라서 팬덤을 형성하면 유료 광고, 홍보보다 저렴하고 더 효과가 큰 홍보 채널이 될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퀄리티가 우수하다고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존 제품 대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차별점’이 있어야 하고 해당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과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만한 매력’이 있어야하고 ‘팬덤’이 형성되어 제품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팔리고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 사실 이 3가지는 구분되는 개념이 아닌 순환하는 구조이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되는 우수한 제품이 먼저 탄생하고 그것이 매력적인 스토리가 되어 사람들에게 퍼지고 팬덤이 형성되면 팬들이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 퍼뜨리게 되는 것이다.
자유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