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블랙프라이데이 2배 성장한 비결은?”
열 중 아홉은 적자를 내고 있다는, 이커머스 판. 더욱이 조 단위 거래액을 일으키면서 흑자를 내는 플랫폼 찾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어디든 특출 난 모범생은 있는 법. 그 희귀하다는 모범생 중 하나가 바로 무신사이다. 이미 무신사는 작년 거래액 9천억, 매출액 2천억, 영업이익 500억이라는 매우 이상적인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그 덕에 기업가치 2.2조 원을 인정받아 10번째 유니콘으로 등극하였고, 올해는 거래액 1조 4천억 원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세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여파로 인해 예년보다 더욱 이커머스 거래액 신기록이 쏟아졌던 올해 11월. 그중에서도 압권은 역시 11번가가 십일절 행사 때 거둔 당일 거래액 2천억 원의 기록일테지만, 무신사도 올해 11월 유의미한 기록 하나를 세운다. 무신사의 대표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에서 6일 동안 743억 원이라는 거래액 신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얼핏 11번가의 기록에 비해 작아 보이기도 하지만, 성장률이 정말 남달랐다. 십일절은 전년 대비 고작(?) 37% 증가했을 뿐이지만, 무신사 블프는 무려 180% 성장. 작년에 4일이었지만, 올해는 6일로 이틀 늘린 걸 감안하여, 일평균 거래액 기준으로 보더라도 딱 2배 성장했다. 아무리 언택트 시대를 맞이하여 이커머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곤 하지만, 이번 무신사 블프 행사의 거래액 성장은 정말로 무서울 정도이다.
물론 무신사 자체가 무지하게 성장 중인 플랫폼인 것도 맞고,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행사 자체가 무신사를 대표하며, 수년간 지속적으로 브랜딩이 축적돼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작년과 재작년의 블프 행사는 모두 거래액 200억 원 대를 넘지 못했고, 작년의 성장률도 고작(?) 30% 수준. 더욱이 올해 전체 거래액의 예상 성장률도 50% 수준이니, 확실히 이번 블프의 거래액 성장은 어닝 서프라이즈라 칭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신사는 대체 어떤 마법을 부렸길래, 이렇게 무지막지한 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시간을 되돌려 올해 9월로 돌아가 보자. 이때만 해도, 무신사가 11월 블프를 이렇게 흥행시키리라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우선 작년 9월은 이미 1월 대비 APP의 MAU가 50% 이상 성장할 정도로 빠르게 트래픽이 늘던 시기였다. 하지만 올해 9월의 1월 대비 성장률은 35% 수준. 무신사의 덩치가 커질 대로 커지면서 성장률은 확실히 둔화되고 있었다.
더욱이 예상치 못한 악재도 하나 있었는데, 바로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노출 로직의 변화였다. 그게 무신사랑 무슨 상관이냐고? 무신사는 이른바 네이버 실검 마케팅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던 플랫폼 중 하나였다. (사실 지금도 무신사는 종종 실검 마케팅을 여전히 하곤 한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결국 네이버가 검색어 노출 로직을 변경하면서 실검 마케팅의 전성기는 끝이 난다. 무신사로서는 성장도 둔화된 데다가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마저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한다고 누가 말하지 않았는가? 성장 둔화의 늪에 빠지기 직전, 무신사를 구원할 영웅이 나타나니, 바로 뮤즈 유아인이었다. 아마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나 ‘쓱’ 이후로 가장 히트 친 카피가 아닐까 하는 ‘다 무신 사랑해’. 그리고 마켓컬리와 전지현 이후 가장 핏이 잘 맞는 모델이 아닐까 싶은 배우 유아인. 이 둘이 뭉친 10월의 무신사 광고 캠페인은 말 그대로 대박을 친다. 앱과 웹을 모두 합친 10월의 월간 사용자가 345만 명(코리안클릭 기준)으로 작년보다 무려 59%나 증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10월이었을까? 11월에 했으면 블랙프라이데이와 더 시너지를 내진 않았을까?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무신사의 영리함이 잘 드러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아래 검색어 추이를 보자. 보면 10월에 검색어가 급상승하는 것이 보이는가. 유아인이라는 강력한 뮤즈의 등장에 10월의 평균 검색량 자체가 올라갔고, 11월 말 진행된 블프 행사는 더 탄력을 받아 참여자 수를 늘릴 수 있었다. 반면 작년의 경우 10월에 아무런 이슈가 없었기에 11월의 성장폭도 덩달아 작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올해 가장 큰 급상승은 코로나 1차 유행 당시의 마스크 판매 때이긴 하다)
이렇게 빅이슈를 적절한 시기에 만든다고 행사가 무조건 대박을 칠까? 당연히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무신사가 올해 블프를 성료 한 데는 남달랐던 치밀함이 배경에 있었다. 작년 무신사가 가장 집중했던 실검, 그리고 무신사가 사실상 유행시킨 래플. 이 둘의 공통점을 아는가? 두 이벤트 유형의 유사점은 바로 특정 시간대에만 고객이 몰린다는 것이다. 작년 블프 때 무신사가 메인으로 밀었던 행사는 래플 이벤트였는데, 그나마도 4일의 행사 기간 중 이틀에 몰아 진행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진행하면 결국 트래픽이 집중되는 기간과 그렇지 않은 기간의 실적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이 점 때문에, 전년 행사기간의 평균 매출 자체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올해 무신사가 절치부심하여 준비한 건 매일 4회나 진행되는 선착순 특가 행사였다. 6일 동안 일 4회씩 24번이나 되는 행사를 준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울 리 없다. 하지만 그 귀찮은 일을 무신사는 해냈고, 그 결과 6일 내내 고르게 고객이 방문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 모바일인덱스가 제공한 안드로이드 앱 기준의 DAU를 보면, 작년 4일간의 표준편차는 2만 정도 되었다. 올해의 경우, 작년보다 DAU는 43%나 성장하였는데, 오히려 표준편차는 1.7만으로 더 작았다. 그만큼 방문객이 고르게 들어왔다는 것. 이러한 세심한 행사 설계는 무신사가 이틀이나 행사를 늘렸음에도 6일 내내 안정적으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물론 이외에도 무신사가 공들인 부분은 여럿 있었다. 하하와 지석진이라는 연예인 인플루언서를 섭외하여 행사 이전부터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모았고, 연예인뿐 아니라 볼라끌레르, 최겨울 등 유명 인플루언서들도 다수 섭외하여, 지속적으로 행사를 노출시켰다. 또한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쇼미더머니9이 예상 외의 인기를 끌면서, 다시 힙합 장르가 뜨고 있던 때에, 예상이나 한듯이 래퍼 베이식을 섭외하여 홍보 영상을 찍은 것도 나름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여러 판매 촉진 액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실시간으로 인기 브랜드와 상품을 노출했다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UX는 이미 이베이코리아가 빅스마일데이에 적극 활용하여 재미를 봤던 걸로 유명하다. 원래도 랭킹이라는 기능을 가장 잘 쓰던 것이 무신사가 아닌가. 무신사는 블프 기간 동안의 랭킹을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노출하며 구매를 유도하였다. 이러한 푸시로 인해 행사 기간 동안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브랜드만 95개라 하니, 대단하지 않은가?
이러한 실시간 인기 랭킹 노출이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 어려운 일이다. 라이브로 판매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가 즉시 UI에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은 무신사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이 작년보다 한층 진일보했구나를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이 있었기에 더 치밀하고 꼼꼼한 행사 설계가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정리하자면, 무신사 블랙프라이데이 흥행 비결은 아래 3가지이다.
01. 행사 2달 전인 10월부터 미리 광고 캠페인을 통해, 무신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행사 기간의 트래픽 성장 한계를 더 끌어올렸다.
02. 단지 트래픽 고점에만 신경 쓴 게 아니라, 행사 기간 동안 고르게 트래픽을 확보하여, 기간 전체의 거래액을 성장시켰다.
03. 이러한 액션들을 진행한 것은 무신사의 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인기 브랜드, 상품의 실시간 노출 UX에서 강화된 역량을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무신사 블랙프라이데이의 실적 브리핑과 이러한 대성공의 원인을 분석해보았다. 사실 올해 상반기 무신사가 화제의 중심에서 살짝 밀려났던 것은 사실이다. 작년부터 여성의류 중심의 지그재그나 에이블리가 주목받으면서 패션 버티컬 서비스의 대표주자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수치적으로도 9월 이전에는 성장이 둔화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10월의 성공적인 대형 광고 캠페인과 11월 블랙프라이데이의 흥행이라는 연타석 홈런은 왜 무신사가 버티컬 커머스 최초의 유니콘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등 경쟁자들이 많을 뿐 아니라, 모두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 신선 시장의 마켓컬리, 리빙 시장의 오늘의집이 비교적 손쉽게(?) 카테고리 내 최강자로 올라선 것과 달리 여전히 안갯속에 있는 패션 버티컬의 왕좌는 과연 누가 차지할까?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것 같다.
김요한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