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을 읽고
‘마케팅 책 읽기’라는 페이스북 그룹이 있다. 마케팅 관련 도서를 선정하고 리뷰를 올리면 참석이 가능한 모임으로 보인다. 아직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리지 않아서 참여하진 못했지만, 언젠가 참여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추천받은 책을 구입했다. 그룹이 커지면 출판 쪽에서 많은 제안이 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이라는 책 제목은 내 입장에서 굉장히 구매를 자극했다. 이래서 책 제목이 중요하다.
온라인 플랫폼은 자신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조사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 보이는 이러한 움직임은 아마존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고, 점차 다른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결국 온라인 플랫폼이 P-플랫폼화 되어 갈수록 많은 제조사는 경쟁력을 잃고 시장을 온라인 플랫폼에 내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쿠팡이나 네이버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정체성이 뚜렷한 브랜드만 살아남는 분위기로 가는 듯하다. 가격으로는 플랫폼 플레이어한테 이길 수 없고 남들이 파는 똑같은 제품을 많이 팔아서 이익을 많이 남기겠다는 전략은 치킨 게임이나 다름없다. 최저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게임에서는 가격을 누군가 낮추면 따라 낮추게 되고 그럼 이익은 줄어든다. 그럼 결국 버티는 사람이 이기게 되는데 자본이 없으면 불가능한 게임이다.
브랜드가 팬을 가지려 한다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소비자가 있더라도 열성적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팬을 만들고 그들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한 명의 팬이 다섯 명의 팬을 만들고 이 다섯 명의 팬이 스물다섯 명의 팬을 만드는 게 바로 브랜드 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소비자 열 명을 가지는 것보다 열성적인 팬 한두 명을 가지는 것이 브랜드의 생존에는 더 중요하다. 더욱이 팬을 만드는 것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 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P-플랫폼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경쟁 전략이 될 수 있다.
책에서는 플랫폼과 싸우려고 하지 말고 팬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기업의 사례를 언급하는데 난 솔직히 언급된 사례 중 일부는 공감이 가지 않았다. 책의 초반 기조를 계속 이어갔으면 흡입력이 좀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케아나 나이키 케이스가 나올 땐 책을 깊게 읽지 않았다. 차라리 팬이나 커뮤니티에 의해 성공한 다른 케이스를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읽기 전에 세스 고딘의 ‘마케팅이다’라는 책을 먼저 읽는 것을 추천드린다. 그 책에서도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려면 우선 팬부터 만들라고 얘기한다. 팬이 없는 상태에서 물건을 파는 건 의미가 없다고 얘기하는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세스 고딘이 쓴 책을 내용이 오버랩되었다.
아마존의 PB(Private Brand)는 몇 개일까? 아마존은 146개의 PB와 350개 이상의 아마존 독점 브랜드가 있다고 한다. 2020년 중반 기준이니 현시점에는 더 많은 자사 브랜드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행보를 그대로 답습하는 쿠팡 역시 16개의 PB와 약 1300개의 상품을 판매 중이며, PB 매출 크기를 키우려는 목적으로 자회사를 세우고 아마존 출신 부사장급 임원을 작년 7월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왜 이렇게 PB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PB 상품의 품질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PB 상품의 매출 비중이 높았던 독일이나 영국은 시장에 공급되는 PB 상품의 품질 자체가 우수했다. 이와 달리 오랜 기간 PB 상품의 매출이 낮았던 한국이나 중국은 PB 상품의 품질이 유명 브랜드 상품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서 PB 시장이 작을 수밖에 없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사 브랜드와 독점 상품을 늘리는 이유는 뭘까?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객이 제공하는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매를 많이 하는 상품 공급자에게 PB 브랜드가 될 것을 제안하거나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뚜렷한 브랜드 충성도가 없는 상황에서 품질이 비슷하면 가격이 낮은 상품을 선택하게 된다. 실제로 이마트 주요 PB 상품 총매출은 작년 9,000억을 기록했는데 이는 코로나로 인한 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과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1인 가정 위주의 MZ 세대가 주도했을 것이다. 마켓컬리나 무신사가 PB 상품을 강화하는 걸 보면 나 같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좋은 일이다.
책에서는 플랫폼이 못하는 것에 답이 있다고 얘기하면서 5가지 생존 전략을 언급한다. 그리고 고객으로 만들었으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보다 기존의 팬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으며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5가지 전략에 대해서는 명확한 타깃, 독자적인 상품, 사용자 경험, 차별화된 운영 방식, 비상업적 의도를 얘기하는데 앞에 4가지는 다른 책에서도 언급되었던 내용이라 ‘비상업적 의도’를 다룬 부분을 주의 깊게 읽었다.
상업적인 의도를 대놓고 드러내는 브랜드 사이에서 상업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면 이는 고객을 브랜드 팬으로 만드는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다.
책에서 사례로 언급된 아웃도어 업체 레이(REI)는 1년 중 매출이 가장 높다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문을 닫고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준다. 신발 브랜드 올버즈는 블프 사재기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블프 기간에 전 제품의 가격을 1달러 인상하고 그 수익금은 기후 운동가 툰베리가 설립한 단체에 기부한다. 이러한 기조의 캠페인을 예전부터 진행한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한다. 확실히 다른 색깔을 가진 기업이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고 관심을 가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제품에 자신감이 있고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더 많은 기업들이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기보다 자사몰을 키우기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소비의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실히 이동하고 있고 그 규모는 점점 커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플랫폼이 점유율을 늘리고 PB를 강화해도 틈새시장은 분명 존재한다. 오늘 아침 읽은 국내 이커머스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레깅스 브랜드인 안다르, 젝시믹스, 뮬라웨어는 모두 지난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92%였다고 한다. 등산이나 홈트레이닝 열풍 덕분도 있겠지만 그들만의 콘텐츠 및 브랜딩 전략이 통한 것이다. 이들은 전부 자사몰을 갖고 있고 팬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면서 재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책에서 얘기하는 차별화 전략을 자신이 운영하는 서비스에 접목할 부분이 없는지 생각해보고 동료와 얘기를 나눠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카이로스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