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 종료와 함께 올바른 저널리즘과 양질의 검색 트렌드가 자리하기를!
“지금 검색어 봤어?”
“왜? 무슨 일 터졌어?”
‘응, 네이버 검색어가 사라진다네’
사건이나 사고를 다룬 속보, 수많은 연예인 이슈, 방송 프로그램 정보 모두 포털에서 서비스하는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이슈가 되고 급류를 타는 경우들이 빈번했다. 특정 검색어를 누르면 그와 관련된 수많은 콘텐츠가 형태를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올라왔다. 그 형태라 함은 언론사들이 쏟아내는 뉴스, 블로그와 카페 등에 게시된 게재 글, 사진, 동영상을 모두 포함한다.
2005년 도입된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는 검색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네이버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재산이었다. 대한민국 인구 중 절반 이상인 약 3천만 명이 매일 네이버를 찾고 있고 그들이 입력하는 수많은 키워드가 데이터로 쌓여 검색어 순위를 좌지우지했다. 검색 결괏값에 넓게 자리한 광고 영역도 네이버의 거대한 수익원이었다. 국내 2위 포털 다음(Daum)에서도 이와 같은 검색어 서비스가 있었고 역시 큰 수익이 발생하는 영역 중 하나였다.
그러나 문제는 있었다.
정치 성향을 중심으로 진영 분쟁이 있을 정도였고 상위 검색어 역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부작용 또한 끊이질 않았다. 일부 사용자’군’이 검색어 순위를 정치적인 표현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네이버나 카카오가 실시간 검색어 자체를 정치권 입맛에 맞게 조작한다는 의심과 문제 제기도 지속되었다.
2020년 2월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는 영원히 사라졌다. 당시 네이버도 (다음 실검 폐지와 함께)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정치권을 포함한 일부 특정 세력들이 검색 데이터를 활용해 여론 조작을 한다는 우려가 있었고 네이버는 다음 실검 폐지 이후 변함없이 지속하다가 총선 기간에만 일시 중단한 적이 있긴 하다.
네이버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는 2005년 당시 수많은 키워드 중 상위 10개만 수집해 5초 단위로 갱신하여 노출했다. 이후 실시간 인기 검색어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로 서비스 명칭을 바꾸면서 5초 단위 갱신을 10초로 변경했다. 사실 갱신 단위는 큰 의미가 없었다. 2017년 1월에는 전체 10개의 키워드를 20개로 늘려 서비스했다. 더 많은 키워드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계속되는 논란을 조금이라도 잠재우고자 검색어 순위 변화 자체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도록 검색어 트래킹(추적, tracking) 기능도 추가한 바 있다. 여기에 연령대별, 시간대별로 검색어를 구분하여 볼 수 있도록 했는데 초 단위로 갱신하던 것을 1분 단위로 변경했다.
이벤트, 할인 정보 등 눈에 거슬렸던 부분들을 필터링해서 볼 수 있도록 개별 설정이 가능하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이러한 알고리즘을 일컬어 ‘리요(RIYO, Rank It YOurself)’라고 부른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모바일의 경우, 뉴스와 검색어가 자리했던 메인 화면을 검색창과 그린닷이라는 기능만 붙여 개편하기도 했다. 본래 네이버가 설정한 디폴트 값의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도록 ‘일방통행’ 방식의 서비스를 사용자 설정에 맞게 ‘취사선택’ 하도록 개편하기도 했다. 검색차트 역시 하나의 주제판으로 옮겨두는 방식을 택했다. 사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 이용 행태를 고려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지만 검색어에 따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네이버는 2월 25일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PC에서 서비스하던 급상승 검색어와 더불어 모바일 검색차트(위 이미지 참고) 역시 종료한다고 한다. 다만 이러한 데이터는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수많은 언론사가 자신들의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고 이를 네이버에 전송하고 있다. 네이버에는 인링크로 서비스하는 CP(Contents Provider)들도 있지만 검색 결괏값에서만 노출되는 검색 제휴 언론사들도 다수 존재한다. 검색어가 무엇이든 이를 소재로 삼아 가치 없는 기사를 생산하던 어뷰징도 분명히 존재했다.
키워드에 따른 언론사들의 맞춤형 기사는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늘었다고 봐야 한다. 특정 인물이 무슨 이유로 검색어에 올라왔는지도 모른 채 과거의 이력만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혀 가치 없는 기사가 바이라인도 없이 올라와 검색 결과에 멀쩡하게 자리했다. 이러한 행태는 메이저와 마이너를 가리지 않았다.
검색어가 사라지게 된다고 해서 사용자들의 검색하는 습관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검색어를 통한 사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행태는 물론이고 검색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생산에는 매우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미디어오늘에서도 ‘실검 폐지에 따른 언론사의 온라인 대응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검색어에 따른 일부 언론사들의 어뷰징은 해당 언론사의 트래픽 증대와 수익 실현의 근본이기도 했다. 좋은 기사를 양산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언론사들의 의무가 실검으로 가려지는 것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었을까?
카카오(다음)가 실검을 종료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리고 몇 년간 지속된 네이버의 실검 또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포털의 장악력이 거대한 지금,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진 후 콘텐츠 생산과 소비 트렌드는 또 어떻게 달라지게 될지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실검에 따른 이슈와 논란 자체는 사라지게 될 테니 이를 기점으로 올바른 저널리즘과 양질의 검색 트렌드가 자리 잡을 수 있기를.
※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 <그동안 <급상승 검색어>에 보여주신 관심과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2021.2.4), 네이버 공식 블로그
– <네이버, 논란의 ‘실검’ 전격 폐지>(2021.2.4), 미디어오늘
해당 콘텐츠는 Pen잡은 루이스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