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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PALISADE” 중국 상표 분쟁 집중 탐구
– 상표의 동일, 유사 판단방법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오늘은 현대자동차 그룹의 주력 모델인 팰리세이드의 영문명칭 “PALISADE”와 관련한 중국 상표 분쟁을 살펴보며, 상표법에서 두 상표를 동일한지, 유사한지 판단하는 방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오리지널 제품과 이를 모방한 제품인지 여부는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 패션 브랜드인 ‘루이비통’을 변형한 ‘루이비통닭’ 또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 ‘NIKE’를 변형한 ‘NICE’ 상표들을 비교하는 경우에 큰 고민 없이 두 상표가 유사한 상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마다 관심이 있는 분야의 상표를 더 쉽게 인식할 수 있고, 개개인마다 비슷하다고 느끼는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상표법에서는 조금 더 객관적인 판단을 위한 기준들을 두고 있습니다.
자연과학처럼 하나의 결론으로 끝맺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 상표를 유사하다고 보는 입장과 두 상표를 유사하다고 보지 않는 다른 입장이 대립하는 경우도 많이 존재합니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PALISADE” 중국 상표권 분쟁을 살펴보며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양 상표가 유사하다고 보는 입장과 유사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 모두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상표법에서 상표의 유사 여부 판단은 양 상표의 외관, 호칭, 관념의 3가지 특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상표법 판례도 “상표의 유사 여부는 상표의 외관·호칭·관념을 전체적·객관적·이격적으로 관찰하여 상품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므로, 외관·호칭·관념 중에서 어느 하나가 유사하다 하더라도 일반 수요자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상품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유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하여 이러한 판단기준을 설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5후2908 판결)
상표의 외관, 호칭, 관념을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상표(Trademark)’는 자신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비교하여 자신의 상품임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을 말합니다.
자신의 브랜드나 상품을 나타내기 위해 글씨체를 특이하게 변형할 수 있고, 로고화하여 디자인으로 자신의 상표를 부각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 상표의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양 상표의 ‘외관’이 비슷한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특히, 도형상표의 경우에는 호칭이나 관념보다는 외관을 통해 자신의 상품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판례도 “도형상표들에 있어서는 그 외관이 지배적인 인상을 남긴다 할 것이므로 외관이 동일·유사하여 양 상표를 다 같이 동종상품에 사용하는 경우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상품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면 양 상표는 유사하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양 상표의 외관을 위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98도2743 판결)
자신의 상표가 다른 상표와 외관상 다른 것처럼 보이더라도, 양 상표가 비슷하게 발음되는 경우에는 수요자는 누구의 상표인지 헷갈릴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점들을 방지하기 위하여 상표법은 상표의 ‘외관’ 이외에도 상표의 ‘호칭’까지 고려하여 유사성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COCA COLA’와 ‘KOKA KOLA’는 서로 다른 단어로 이루어진 상표이지만 수요자가 읽기에 따라 모두 ‘코카콜라’로 호칭될 수 있기 때문에 상표를 비교할 때에는 호칭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수요자가 두 상표를 보고 출처를 혼동하게 되는지 여부는 상표의 외관이나 호칭을 위주로 검토하게 됩니다.
하지만, 양 상표가 서로 다른 개념적 의미를 가지거나 어느 하나의 상표가 조어로서 의미를 가지 않는 경우에는 상표를 관찰하는 수요자는 두 상표를 보고 혼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양 상표의 ‘관념’도 비교하여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WARCRAFT”라는 상표를 수요자들은 WAR(전쟁)와 CRAFT(기술)를 분리하여 전쟁의 기술이라는 개념이나 널리 알려진 “워크래프트” 게임을 떠올리실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A”를 “E”로 변경하여 “WERCREFT”라는 상표를 창작하여 사용하는 경우 “WER”, “CREFT”, “WERCREFT” 모두에 대해 어떤 관념이나 의미도 떠올릴 수 없게 되므로, 두 상표는 관점적으로 비유사하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에서 맥스크루즈 차량의 후속으로 2018년 출시된 “팰리세이드”는 국내 SUV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입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현대자동차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하여 “팰리세이드”의 중문명칭 및 영문명칭에 대해서도 상표출원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중국 지식산권국은 러시아의 업체가 중국에 등록한 “PALISAD”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현대자동차의 “PALISADE” 상표에 대해 상표를 등록받을 수 없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에 현대자동자는 중국 지식산권국의 결정에 불복을 하게 되었고, 올해 최종심에서도 패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분쟁의 이력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현대자동차의 이번 상표출원 거절은 “설빙”과 같은 제품의 모방 분쟁과는 다소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러시아 업체의 “PALISAD” 업체와 현대자동차의 “PALISADE” 상표의 외관을 비교하면, 영문 알파벳 “E”의 유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 업체의 상표는 꽃문양의 도안을 “PALISAD” 앞에 결합하여 시각적으로 다른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배경과 글씨를 비교하면 러시아 업체의 상표는 검정 배경에 흰 글씨를 나타내고 있지만, 현대자동차의 상표는 흰 배경에 검정 글씨를 나타내고 있어 전체적인 외형에서도 차이가 있게 됩니다.
양 상표를 조금 더 확대해서 살펴보면, 두 상표의 글씨체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양 상표의 ‘외관’은 유사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상표 전략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외관의 차이점을 크게 주장하여 상표의 비유사 결론으로 전략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 업체의 상표는 “PALISAD”로서 “팰리세이드” 또는 “팔리사드”로 호칭될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상표는 “PALISADE”로서 자동차 업계의 수요자의 입장에서 보면 “팰리세이드”로 호칭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PALI” 부분이 동일하고, 나아가 “PALISAD” 부분까지 7음절이 동일하므로 “E” 부분의 차이만으로 호칭이 유사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알파벳 “E”는 단어의 말미에 사용되는 경우 묵음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호칭의 차이점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SAD”는 “새드” 또는 “사드”로 호칭되고, “SADE”는 “새이드” 또는 “새이드으”라는 점에서 양 상표의 호칭의 차이를 주장하거나, “에스. 에이. 디. 이”로 호칭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대응할 수 있습니다.
상표 전략의 관점에서 비교하면, 중국 지식산권국이 판단한 것과 같이 양 상표 모두 “팰리세이드”로 호칭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호칭의 유사성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양 상표 “PALISAD” 및 “PALISADE” 각각은 조어상표로서 의미를 특정하기 어려우므로, 양 상표의 관념은 비유사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양 상표의 외관, 호칭, 관념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외관의 영향력을 크게 판단하는 경우에는 양 상표가 비유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지만, 호칭의 영향력을 크게 판단하는 경우에는 양 상표가 유사하다고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 상표의 정확한 유사판단을 위해서는, 수요자의 인식도, 상품의 거래실정, 해당 상표를 전체적으로 관찰하여야 하는지, 주요한 부위를 위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합니다. 또한, 이번 분쟁에서는 중국 상표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나, 편의를 위해 한국 상표법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였습니다.
중국 국가지식산권국은 양 상표의 영문이 알파벳 “E”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점을 주요한 판단의 근거로 들었고, 외관보다는 호칭으로 중국 수요자가 혼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SUV 주력 모델과 관련한 상표가 거절되어 다소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이번 중국 지식산권국의 판단은 양 상표의 ‘호칭의 유사성’에 방점을 둔 결론으로 합리적인 부분도 있다고 보입니다.
이번 “팰리세이드”의 영문상표가 거절되더라도, 중문명칭의 상표가 등록가 등록되어 있으므로 차량의 판매가 제한되지 않는 점은 다행인 부분입니다. IP 포트폴리오의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를 잘 관리하였다고 평가됩니다.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중국 상표 분쟁을 살펴보며 상표법에서 어떻게 상표를 비교하고 있는지 보다 쉽게 살펴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