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을 석권한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지 못한 유일한 대형 시장이다. 이번 뉴욕증시 상장 자금을 혁신 기술에 재투자해 한국 내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는 데 쓸 계획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맞춰 진행된 뉴욕 특파원단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김범석 의장이 한 말입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은 거래 첫날 공모가인 35달러 대비 40.7% 급등한 주당 49.25달러로 마감했습니다. 김 의장의 지분 가치(지분율 10.2%)는 약 10조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886억 5천만 달러(100조 7507억 2500만원)로 기록됐습니다. 이번 기업공개에서 쿠팡은 45억 5천만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5조 1710억 7500만 원)
월스트리트 저널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쿠팡의 기업공개가 지난 2014년 중국의 이커머스업체 알리바바 이후 미국에 상장된 최대 규모 외국 기업이라고 전했습니다. 쿠팡의 이번 상장은 한국기업의 뉴욕거래소(NYSE) 상장으로는 최초입니다.
김 의장은 뉴욕증시 개장 직전 가진 CNBC와의 인터뷰에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제일 못사는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이 지금은 전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됐다"면서 "한국의 산업과 한국인의 창의성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고 우리는 그 기적 이야기의 일부가 된 것이 너무 흥분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뉴욕 특파원단과의 인터뷰에서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을 많이 벤치마킹한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쿠팡이 강조하는 건 새벽 배송과 혁신적인 반품 서비스입니다. 대규모 새벽 배송과 간편한 반품 서비스는 아마존도 갖추지 못한 쿠팡만의 장점이죠"
"소수 상품이 아니라 수백만 가지 상품을 밤 12시 이전에 주문하기만 하면 그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문 앞으로 배송해 줍니다. 세계 최초의 서비스입니다"
"당일 배송 물품도 매우 많습니다. 특히 신선식품까지 포함하고 있죠. 주문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포장할 필요 없이 문 앞에서 돌려 보낼 수 있습니다"
"쿠팡친구가 문 앞에서 버튼 몇 번 눌러 물품을 스캔하는 순간 환불이 완료되는 구조입니다. 아마존을 포함한 해외에서도 대단히 부러워하는 서비스입니다. 막대한 물류 투자와 독특한 기술 혁신이 이를 가능케 했습니다"
쿠팡이 이날에만 조달한 자금은 46억 달러(약 5조 2200억원)로 올해 뉴욕증시에서 IPO를 한 기업 중 최대 규모를 달성했습니다. 외국기업이라 국내 기술기업들보다는 저조하지 않을까 했던 우려를 깨고 쿠팡은 공모가 대비 80% 가량 급등했습니다.
첫날 쿠팡의 시가총액은 미국 상장기업 89위권입니다. 시초가로 따지자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리테일업체 타겟(Target, 898억 1천만달러)을 넘어섰습니다.
쿠팡 최대 투자자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수익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비전펀드는 현재 쿠팡 지분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주요 주주는 △ 소프트뱅크 비전펀드(33.1%) △ 그린옥스(16.6%) △ 닐 메타(16.6%) 등입니다.)
리디아 젯(Lydia Jett) 비전펀드 투자 파트너 겸 쿠팡 이사회 멤버는 "쿠팡은 말하자면 아마존인데 UPS(DHL같은 곳)와 도어대시(쿠팡이츠), 인스타카트(장보기 앱)가 결합된 회사로 넷플릭스 기능(쿠팡플레이)도 있다"면서 "이 모든 기술 플랫폼들이 통합된 회사"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업공개로 조달하게 된 46억 달러를 어떻게 쓸 것이냐"는 질문에 김 의장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글로벌 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을 최초로 막아냈던 유니콘이 알리바바였습니다. 이런 회사도 뉴욕증시에 상장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했다. 이 자금으로 많은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게 자연스럽고 또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 혁신을 강화하는 데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전국 배송망 확충을 위한 물류센터 확대에 투자를 많이 할 생각입니다. 중소 상인들에도 혜택이 두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시초가로 계산한 쿠팡의 시가총액은 123조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국내 증시 2위인 SK하이닉스 99조 7300억원을 단숨에 뛰어 넘은데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합한 시가총액 (103조 9천억원)도 넘어섰습니다.
국내 대표 기업인 LG화학과 현대차 시총은 이미 쿠팡과 수십조원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뉴욕 증시의 큰 규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감회"에 대해 김 의장은 “회사 창업 뒤 약 10년 동안 고객만 보고 달려왔다"며 입을 열어습니다.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려고 때로는 무모한 도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물류망도 구축했습니. 남들이 회피하려는 걸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DNA를 갖게 됐습니다. 뉴욕증시 상장은 한국 유니콘의 잠재력을 보여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유니콘: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또 기술기업들이 많은 나스닥 대신 뉴욕증권거래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전통이 깊습니다. 기업 커뮤니티도 엄청나죠.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입성해 있습니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자본 시장에 새 기록을 세우고 싶었습니다. 한국 유니콘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강한승 쿠팡 경영관리총괄 대표도 "뉴욕증권거래소는 2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 곳에 태극기가 걸린 건 200여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태극기를 보고 가슴이 뿌듯했다. 뉴욕증권거래소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쿠팡이 보여준 ‘K커머스’ 모델을 수출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한국 고객들을 위해 전념하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쿠팡의 성공적인 미국 증시 입성은 한국 기업들에게 해외 증시로의 물꼬를 다시 터준 셈입니다.
새벽 배송의 선구자, 마켓컬리도 상장 추진한다고 하죠.
기자 김연지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