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란 무엇일까요? IP란 Intellectual Property 지적 재산권을 의미합니다. 지적재산권 하면 침해, 남용 같은 법적 분쟁의 느낌이 먼저 떠오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다루게 될 IP는 완전 다른 맥락을 의미합니다. 법정이 아닌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다양한 IP의 활용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OSMU(One Source Multi Use), MSMU(Multi Source Multi Use)와 같은 용어도 더이상 낯설고 생소한 용어가 아니게 됐습니다. Multi Use를 넘어 무한한 가능성과 확장성을 가진 IP에 OSMU의 M에 ‘무한’으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해주고 싶습니다. IP는 IP홀더에 의해 직접 사용되기도 하고, 기업 간 거래를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B2B시장의 핵심 키가 되고있는 IP가 2021년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찾아올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드라마, 영화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웹툰∙웹소설을 활용한 IP다. 최근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의 ‘스위트홈’과 tvN의 ‘여신강림’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페이지의 ‘이태원 클라쓰’ 역시 작년에 드라마화 되면서 대중에게 사랑 받았다. 이러한 웹툰∙웹소설 기반의 IP활용은 2021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등이 영상으로 제작될 계획이며 네이버웹소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와 네이버웹툰 ‘간 떨어지는 동거’는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유미의 세포들’, ‘연의 편지’, ‘나노리스트’ 등이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지의 ‘승리호’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2021년 영화로 찾아올 전망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웹툰은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완결성을 갖춰 OSMU의 원천 콘텐츠로서 드라마,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2차 콘텐츠 확장 가능성과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웹툰 IP는 영화, 드라마를 넘어 게임으로 제작되기도 한다.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 ‘라인(LINE)’의 캐주얼 게임 개발사 라인스튜디오는 최근 드라마화된 네이버웹툰 ‘여신강림’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제작할 예정이다. 라인스튜디오는 “‘여신강림’ 원작 내용과 캐릭터를 바탕으로 게임 내용을 구성하고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게임IP가 웹툰화 되기도 한다. 카카오페이지는 위메이드의 대표 게임 ‘미르의 전설2’ IP를 활용한 웹툰 ‘미르의 전설:금갑도룡’을 독점 공개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 금갑도룡’ 웹소설과 웹툰의 한국 출시를 시작으로 중국시장까지 진출할 것이라 계획을 밝혔다. 또한 “지속적으로 IP 라이선스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통해 앞으로도 다양한 게임 IP의 웹툰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도 웹툰 시장의 주요 사업전략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웹툰 해외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한 업체는 2019년 대비 71.9% 상승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일본에서만 1조원 이상의 연간 거래액을 바라보고 있고, 네이버웹툰 역시 글로벌 월간 이용자수가 6700만명을 넘으며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지는 일본 현지 콘텐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일본 대형 콘텐츠 기업 ‘카도카와’의 지분을 인수했다. 또한 네이버엡툰 김신배 사업 리더는 “네이버웹툰∙웹소설이 전 세계 독자로부터 작품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원천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영상화해 K-콘텐츠 산업 성장과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레진 웹툰 플랫폼을 운영 중인 레진엔터테인먼트 역시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 최대 만화 플랫폼 ‘아니메 플랫폼’, 일본의 ‘메챠코믹’, ‘코믹 시모아’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렇게 웹툰 IP가 성장함에 따라 카카오페이지는 경쟁력 있는 작품을 ‘슈퍼 아이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투자로 영상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이태원 클라쓰’와 ‘스틸레인’, ‘승리호’를 통해 슈퍼 아이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자사 IP뿐만 아니라 세계관이 탄탄하고 확장성 있는 IP라면 기꺼이 투자해 ‘IP 유니버스’를 만들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탄탄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중심으로 꾸준히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며 IP의 라이프사이클을 확장하고 글로벌에서도 통용될 K스토리 IP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OSMU를 넘어 하나의 작품을 세계관화 하는 점이 주목할만한 점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슈퍼 아이피 프로젝트가 향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 밝혔다. 류정혜 카카오페이지 부사장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프로젝트가 65개인데, 2021년부터 향후 3년동안 진행될 프로젝트 수도 65개에 달한다. 이는 앞으로 슈퍼 아이피 프로젝트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년 웹툰 사업체·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코로나19에 따른 영향과 관련, 국내의 웹툰 플랫폼·에이전시 총 43곳 중 60.5%가 상반기 국내 매출이 전년대비 늘었다고 답했다. 웹툰은 비대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적었던 것이다. 콘진원은 국내 웹툰 산업의 매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전년대비 37.3% 늘어난 6,400억 원으로 추산했다. 또한 독점 연재하는 작품 수가 1,617건으로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을 통해 웹툰 플랫폼들이 적극적으로 독점 IP를 확보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호황을 맞은 웹툰·웹소설시장은 자체적으로도 성장할 뿐만 아니라 IP를 활용한 2차 창작물 시장의 성장 역시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웹툰에 이어 IP 사업이 강세를 보이는 업계가 또 있다. 바로 게임 업계다. 게임 원작을 기반으로 웹툰, 웹소설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과거 인기 IP 혹은 해외 IP를 활용해 신규게임 개발하기도 한다. 이렇게 원작의 인기 IP를 활용하면, 구작 이용자를 신작으로 흡수할 수 있어 기본적인 흥행이 보증, 부담이 적다. 또한 세계관이나 캐릭터 등이 이미 짜여있어 개발 부담도 신규 IP 대비 낮다. 게임업계 대표 3사의 IP 콘텐츠 동향을 살펴보자.
게임업계 최초로 ‘시가총액(시총) 30조원’을 달성한 넥슨이 ‘카트라이더’ 등 대표 게임 IP를 기반으로 자동차, 금융, 유통 등 전통산업 대표주자들과 비즈니스 협업에 나섰다. 특히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넥슨 IP사업 선봉장을 맡고 있다. 현재 누적이용자 2000만을 돌파하며 구글플레이 ‘올해 베스트게임’에 오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전 연령대 흥행에 힘입어 현대자동차, 이마트, 라인프렌즈 등 주요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와 손잡고, 카트라이더 게임 아이템과 현실의 쇼핑 카트를 활용해 온·오프라인의 공동 마케팅을 선보인 사례다.
지난 12월 넥슨은 포르쉐코리아와 손잡고 캐주얼 레이싱 ‘카트라이더’ IP(지식재산권) 기반 PC와 모바일게임에 제휴 업데이트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번 제휴로 2021년 1월 21일과 29일 각각 PC게임 ‘카트라이더’, 모바일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 포르쉐의 첫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4S’를 모티브로 제작한 카트를 선보인다. 국내 게임사 최초로 포르쉐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으로, 이후 포르쉐 카트에 탑승해 게임 실력을 겨루는 슈퍼매치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넥슨은 이종 산업과 협업을 통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와 접점을 늘리는 동시에 자사 IP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넷마블은 ‘A3: 스틸얼라이브’, ‘스톤에이지 월드’, ‘마구마구2020 모바일’, ‘세븐나이츠2’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잇따라 흥행시키며 자체 IP 게임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입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올해도 넷마블은 자체 및 글로벌 인기 IP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MMORPG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유명 게임 IP ‘니노쿠니’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제2의 나라’, 마블 IP를 활용한 ‘마블 퓨처 레볼루션’ 등 대형 작품을 준비 중이다.
한편, 요즘 흥행대로를 달리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국내 최고 IP로 평가받는 게임 ‘리니지’를 활용, 모바일 게임 ‘리니지M’과 ‘리니지2M’를 선보이며 시총 20조원 기업으로 거듭나는 등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어 5일에는 CJ ENM과 합작법인을 설립을 발표했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한 두 회사가 만나 글로벌 시장에서 방대한 IP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엔씨소프트의 대표 IP ‘리니지’를 활용한 영화 제작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을 전하기도 했는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오랫동안 리니지의 영화화를 꿈꿔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1월엔 NC구단주 김택진 대표의 집행검 세러머니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집행검은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의 최고 공격 아이템 중 하나다. NC의 주장인 양의지 선수가 집행검을 번쩍 올리자 우승 세리머니는 최고조에 달했다. 게임 같은 세리머니 장면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열광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닷컴은 “마치 게임에서 가장 강한 적을 쓰러뜨린 뒤 검을 차지하는 장면 같았다”는 글을 올렸다. 이처럼 NC의 퍼포먼스는 단순 우승 세리머니를 넘어, 인기 게임의 IP를 현실 세계로 가져와 자연스레 게임 홍보를 이뤄낸 IP 활용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통신 업계 역시 IP 확보 및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 웹소설 사업 분야를 분사해 설립한 콘텐츠 전문 기업 스토리위즈는 KT그룹과의 시너지를 100% 활용하여, 웹소설·웹툰 분야를 중심으로 ‘슈퍼IP’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T는 스토리위즈에 100억원을 1차로 투자했고, 향후 추가 투자도 이어간다. 또한, KT는 소속 작가에게 컨설팅, 유통 대행, 육성프로그램, 글로벌 진출까지 지원한다. 스토리위즈 전대진 대표는 “웹소설·웹툰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서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산업을 어떻게 리딩할 것인지, 콘텐츠 생태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KT그룹이 갖춘 역량에 스토리위즈의 창의성을 더해 KT그룹의 기업 가치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카카오와 협업해 양사 IP를 활용한 공동 마케팅에 나섰다. 두 회사는 10~20대로부터 인기가 높은 카카오의 캐릭터 죠르디를 활용해 ‘사죠영’ 캐릭터를 공동 제작했다. 캐릭터 ‘사조영’은 1억살의 공룡 캐릭터 죠르디가 20대가 되기 위해 SK텔레콤의 0(영) 로고를 모자와 볼에 새긴 모습으로 제작됐다. SK텔레콤은 ‘아이폰 얼리버드’ 신청자에게 사죠영 이모티콘을 증정하고, 리미티드 에디션 굿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SK텔레콤과 카카오는 각종 이벤트에 사죠영 캐릭터를 확대 적용해 양사 5G 마케팅에 더욱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SKT는 지난 4월 넥슨의 인기 IP인 ‘카트라이더’의 5G VR게임 출시에 협력하고, 8월엔 ‘네이버웹툰 게임 챌린지’ 공모전에 후원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IP 강화를 위해 꾸준히 협력해왔다. 특히, 네이버웹툰 공모전의 SK 텔레콤 특별상 입상자에게는 SK텔레콤 마케팅 채널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클라우드 게임 상용화 시 사업화를 지원하며 IP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한편 대부분의 유통 업계가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들 때, 신세계는 콘텐츠 사업에 주목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콘텐츠 회사를 설립·인수하며 IP를 확보해 ‘드라마 커머스’를 제작하는 새로운 사업을 계획해왔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관계자는 “아예 (국내외에) 없던 걸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전해 뉴미디어 시장에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1차로 웹툰·웹소설 IP를 확보해 드라마로 만들어 제품을 팔고, 2차로는 콘텐츠 발굴을 통해 새 먹거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번 생계형 트렌드 리포트는 콘텐츠 업계의 대세로 떠오른 ‘IP 콘텐츠’를 알아봤습니다. 다만 IP 콘텐츠가 성공적으로 제작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점이 있겠습니다. 먼저 무차별적인 라이선스 계약에 주의해야 합니다. 2차로 제작된 콘텐츠의 결과가 실망스럽다면, IP 홀더 역시 그 실망감과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또한 IP가 단순 번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과거의 재탕이 아닌, 새롭게 더해지는 창작이 있어야 장기적으로 빛나는 ‘슈퍼IP’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2020콘텐츠산업포럼’에서 에이스토리 오승준PD는 “IP는 점점 중요하기 때문에 제작사가 IP를 확보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역설적으로, 그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인식이 생기지 않으면, 좋은 판이 있어서 설 수 있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우려를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IP의 원작자인 개별 작가에 대한 처우 개선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말인데요, 양질의 IP가 계속 창출되기 위해선, 실력있는 작가들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업계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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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트렌드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