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 현직자가 느끼는 프로그래머의 장점에 대해서 써 보았다.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을 터. 그렇다면 단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만약, 내가 이런 성향이라면 개발자는 한 번 더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들에 대해서 써보겠다.
장점으로도 언급했었지만, 한편으로는 단점이 될 수 있다.
개발이라는 분야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있으며(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기술은 만들어지고 있다), 개발 언어도 해마다 언어의 랭킹 순위가 변화하고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공부하는 것이 싫다면 고민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권태를 좀처럼 참지 못하는 나의 경우는 새로운 것을 배워야만 한다는 점이 장점으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한 지인 개발자분의 경우는 꽤 오랜 시간 개발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이 너무 괴롭다고 했다. 워낙에 성격 자체가 뉴 트렌드 등 세간에 큰 관심이 없고 여태까지는 어찌어찌 억지로 해왔지만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못할 것 같다며, SI 쪽에 종사하고 계시는 분인데 SM 쪽으로 전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공부하는 게 괴롭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성격이라면, 개발 쪽은 한 번 더 생각해 보시거나 혹은 개발을 하시더라도 한 시스템만을 담당하는 SM 분야를 선택하시는 걸 추천한다.
하나의 업무만을 알아놓고 계속해서 그것을 유지보수 및 관리만 하는 일은 비교적 새로운 것을 공부해야 하는 비중이 훨씬 더 작다.
끈기와 오기가 있어야 한다. 어떤 업무든 그렇겠지만 개발 분야에서 유독 더 그렇다.
신입 시절에 아무리 구글링을 해도 해결이 안 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정말 오기로 버텼다. 오기와 끈기.
나는 개발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개발자로서 성향이 맞는 부분이 있다. 뭔가 한번 꽂히는 게 있으면 그것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잠이 오지 않는다. 즉, 회사에서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나는 될 때까지 그냥 집에 가지 않았다. ‘오늘 이거 될 때까지 안 간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는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종종 그렇게 12시가 다 되도록 혼자서 삽질을 했더랬다. 그렇게 삽질을 하다가 마침내 혼자 힘으로 해결을 해내면 그때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짜릿하다.
요즘도 종종 그런다. 새로운 걸 만났는데 나의 뇌피셜은 이렇게 하면 무조건 된다고 말하는데, 안 된다. 모든 구글링을 동원하여 삽질한다. 될.때.까.지.
정신적으로 꽤 고통을 동반하는 일이지만 장점은, 이런 식으로 해결 한 건 아주 선명하게 뇌리에 박힌다. 까먹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단, 나는 이럴 때 꼭 기록해서 정리를 하고 넘어간다. 그래야 다음에 만났을 때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자괴감이 뒤따른다. 너무 싫다.)
이러한 상황을 맞닥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야근에 예민하다든지 워라밸이 더 중요한 성향이라면..(지금 이 문제보다 내 저녁 시간이 더 중요해. 해결은 못 했지만 6시니까 퇴근하고 내일 해야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삽질하고 고생을 해도 내 실력으로 될까 말까인데 그것에 대한 욕심이나 오기가 굳이 들지 않는다면.. 힘들어지지 않을까? 본인에게도. 회사에도.
그런 생각을 한번 해 본다.
1부에서 장점 중에 “이직률이 높고 이직할 때 몸값을 띄울 수 있다”라고 했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신입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단점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사수가 자주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좋은 사수분들도 많이 만났지만 중간에 (배울만하면) 본인의 살길을 찾아서 떠나는 타이밍이 와서 떠나보내야만 했던… 서글펐던 기억이 난다.
나는 연차가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경험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하지만 나도 그럴(떠날) 시기가 올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후배님께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신입 시설에는 사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회사도 중요하겠지만 회사 안에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환경이 힘들어도 사수를 좋은 분을 만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업무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사수를 맞지 않는 분을 만나게 되면 개발적으로도 힘들어지고 업무에도 적응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진다.
특히 중소기업이 이직률이 높은 만큼 이 단점이 크게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혼자 살아남는 법을 잘 배워 놓아야 한다. 사수분이 떠나가더라도 혼자서 꿋꿋이 잘 버텨 낼 수 있는 맷집이 필요하다.
어디서든 마찬가지겠지만 실력이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말이다!
그런 상황을 지켜본 적도 있고 속으로 떨었던 기억이 난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회사는 철저히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기 때문에 사람을 데리고 있기 위해서는 이 사람이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될 것이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실력이 부족하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는 힘들다.
잔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건, 어느 분야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통적인 부분이겠지만 노력하고 실력을 쌓는 과정이 비교적 힘들 수 있는 분야라고 느낀다.
2년 차 개발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점들도 한번 고려해서, ‘내 성향은 어떠한가, 개발자를 하기에 적합한가?’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보고 결정하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영상 제작에 흥미가 생겨서 글을 쓰는 것처럼 영상도 만들어서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를 하고 있는데, 해당 주제로 (개발자의 장단점) 이야기한 영상이 타 영상 대비 조회수가 꽤 나와주었다.
장점은 개발자 하세요! / 단점은 개발자 하지 마세요!라는 썸네일로 영상을 업로드 했는데 ‘하지 마세요’ 영상이 ‘하세요’ 영상보다 압도적으로 조회수가 많이 나온 것이다. (현시점 하지 마세요: 약 7천 뷰 / 하세요: 약 1천 뷰 )
이 현상을 분석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많이 찾는구나..
생각해보면 나 또한 그렇다. 핑계를 찾을 때나 포기를 하고 싶을 때는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끊임없이 찾는다. 그리고 합리화한다.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왜 이리도 많은지..
조금 씁쓸하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사람들이 이 길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니까.
하지 말라고 한 건 살짝 어그로였어요.
여러분 개발자 할 수 있어요! 의지만 있다면요! 사실 의지가 있다면 못할 것이 없죠..
Cheers 헤나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