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개발자들의 찐 반응… “어느 나라 이야기인고???”
다들 좋아하는 돈 $$$ 이야기를 해보겠다.
요즘 기사를 보면 개발자들의 연봉 이야기가 아주 핫하다.
벌써 이 이야기가 나온 지 한참은 더 지난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뉴스 볼 때 항상 빠지지 않고 이런 기사가 올라온다.
기사 내용 헤드라인:
이과 갔어야 하는 건데..
평균 연봉 1억!! 잇따르는 IT 업계..
크으….. 연봉 1억??? 이야 듣기 좋다…. 근데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인고???
정작 개발자들은 별말 없는데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이 더 난리가 났다.
기사 내용 발췌: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평균 연봉 1억 원대에 새롭게 합류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각각 1억 200만 원, 1억 800만 원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둘 다 2천만 원가량 올랐다. 이 밖에도 높은 연봉 수준을 보였다 bla bla..
와우. 2천만 원 0_0. 블라인드에서 올라왔다는 연봉 표도 까발려(?)졌다.
… 음.. 보면 장난 아니다. 비교적 생각보다? 낮아 보이는 곳도 보인다.
블라인드에서 누군가 추정해서 올린 건데 필자도 알음알음 이렇게 전달을 받았는데 이게 기사에까지 뜬 거 보면 이미 다 돌았다는 얘기다.
한때 기사를 뜨겁게 달구었던 쿠팡 신입 연봉 6천! 너도나도 다 연봉 인상하고 있다, 요즘 개발자 품귀 현상이다, 등의 내용이 유난히 많이 기사화되고 있는데, 찐 현실 개발자이자 생계형 코더인 내 시선에서는 너무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다룬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래 봬도) 개발자이지만 하나도 체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 작성 시점 이후 체감을 살짝 한 경험이 있긴 하네요..)
물론 나는 저기 저 어나더 레벨에 있는 개발자가 아니라서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찐 현실 개발자 설문조사. 내가 아는 모든 개발자들에게 설문조사를 돌렸다.
“에헴. 개발도 설문조사가 있겠습니다. 요즘 개발자 품귀 현상. 개발자 몸값 치솟는다. 등의 미디어 기사에 대한 현실 개발자의 생각과 체감 정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재미 반 궁금증 반으로 돌린 설문조사에서는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반응들이 재밌어서 간단한 프로필과 함께 답변 내용을 공유한다.
품귀현상이라는 게, ‘고용주 입장에서 돈을 지불하고 개발자에게 원하는 기대치가 있는데 그 기대치를 충족 시켜 줄 만한 인력들이 품귀다.’ 정도로 느껴지네. 그런 인력들은 이미 다 스카우트돼서 사이트에 자리를 잡고 있지. 우리 같은 경우도 일 잘하면 갑의 입장인 프로젝트 발주 업체에서 저 사람이라면 꼭 같이 일해야겠다고 콜을 할 정도니까. 실력은 별론데 경력만 꽉 찬 사람도 있고, 실제로 정직원으로 일했을 때 우리 팀 과장님은 경력은 엄청난데 일을 하나도 안 했어. 그래서 밑에 사람들의 하극상이 일어나는 거지.
체감은 0/10. 요즘 개발자 품귀현상 = 특출 난 소수의 개발자.
업계가 게임 쪽 어플 쪽 이야기라.. 금융 IT는 무관한 것처럼 들림. 지금 저 두 업계가 치열하게 영업하고 있는 거 같은데 품귀현상은 “천재 품귀현상”
좋은 현상이라고 느낌. 주변 좋은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복지 퍼다 주는 중. 직접 체감할 수 없다면 이직에 대한 고민을 해 볼 것.
응..? 우리 다 이직해야 돼….ㅋㅋㅋㅋ
우리 쪽 업계도 맨날 개발자 없다는 소리는 하는데, 연봉은 오르지 않음.
내 몸값을 측정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확실한 건 쿠팡에서 돈 많이 주고 IT 사람들 다 데려감. 대기업 계약 연봉 영끌 + 성과급 + 알파 = 쿠팡 이직 계약 연봉. 쿠팡 어쩌려고 저러는지 모르겠음.
개발자가 부족한 건 예전부터 그래 왔고, 항상 부족하다는 말은 그만큼 근속 연수가 짧다는 말. 못 버티고 나오는 개발자가 그만큼 수두룩하다는 말. 고연봉을 준다는 말은 그만큼 주고 그만큼 시켜 먹겠다는 이야기고 그걸 버틴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 그리고 소위 네 카라 쿠 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민) 그런 곳들은 업무 평가가 지옥이라고 함. 보통 입사 문턱만 넘으면 인생 펴는 줄 아는데, 사실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임. 많이 준다고 그게 끝이 아니다.
품귀 현상..??? 전혀 공감할 수 없는데. 주변에 개발자 너무 많고 심지어 비전공자도 수두룩 빽빽한 걸. 개발자가 부족하다는 건 특정 영역이거나 또는 대우가 좋지 않은,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곳의 얘기가 아닐지?
개발자 품귀 현상은 현 상황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 벌써 10년 전부터 부족했음. 업계 헤드헌터가 얘기하는 바로는 6개월에 2만 명 이상씩 신입 개발자가 쏟아지고 있는데 기존 개발자 + 신입 개발자를 포함해 대형 프로젝트의 연초나 연말부터 남은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많이 발주되는데 그때 다 모집하기 때문에 개발자는 항상 품귀 현상이 발생해왔다. 지금이 유독 유난인 것이다. 몸값이 치솟는다는 얘기는 어디까지나 회사나 계약 상황과 업무 능력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운도 작용한다고 생각함. 여태 조명이 안돼서 그렇지 그다지 이례적인 케이스는 아니다. 그냥 평상시보다 조금 더 올려 준 게 조명을 많이 받아서 그렇다. 솔직히 현 상황이 놀랍지도 않고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그 정도는 얼마든지 올려줄 능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는 개발자 엄청 많다. 비전공에서 넘어오는 사람도 많고 개발자 품귀 현상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말하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한다.
자 요 정도로 내 주변의 찐!! 현실 개발자들의 의견 되시겠다.
흥미로운 건 실제로 기사에서 나오는 그런 기업들에서 일하고 있는 개발자들은 실감을 어느 정도 하는 듯했다. 주변에서 바로 개발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을(고연봉을 좇아) 보기도 하고, 실제로 대우가 좋아졌다든지 하는 경험을 한 듯하다.
단, 소수의 그런 분들을 제외한 일반적인 중소-중견기업 및 프리랜서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은 실제로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나도 사실 딱히 체감은 하지 못했고 그쪽 세상은 그렇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은 괴리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고, 이러다가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라는 게 있다. 전체적인 업계의 분위기.
특히 한국에서는 개발자가 유독 3D 업종이라는 인식도 있었고 굉장히 대우를 못 받는 편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실제로 실감하기도 했고..
나는 아일랜드의 워킹홀리데이 경험이 있다. 아일랜드가 유럽에서는 IT의 성지이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이 세계 최저이기 때문)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 구글, 페이스북 등 본사가 모여있고 같이 살던 룸메 친구들도 IT에 종사하는 애들이 여럿 있었는데, 개발자의 인식부터 확실히 다르다는 걸 많이 느꼈다.
당시에는 개발자 때려치우겠다며 “다른 거 찾고 있어”라고 말을 했을 때 왜 이 좋은 걸 하지 않느냐, 다시 생각해 봐라.. 는 소리도 많이 들었었다. 내가 다시 생계형 개발자로 돌아온 이유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또 해외에서는 개발자라는 직업이 한국으로 치면 ‘사’자 직업의 인식 정도로 위상이 높은 편이라고 하는데 유독 한국에선 그렇지 못하다, 대우가 좋지 않다..라는 얘기를 왕왕 들었다.
이런 점까지 고려해 봤을 때, 현재 이와 같은 사회적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개발자들이 당장은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박탈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조금씩 개발자에 대한 대우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알겠지만 고연봉을 준다는 얘기는 그만큼의 실력이 있다는 가정하에 당연히 받아 갈 수 있는 것이다. 실력도 없는데 지원하면서 고연봉만을 요구한다면? – 응 탈락..
개발은 다른 분야와 비교해 실력이 우선될 수밖에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가령 실력 대비 고연봉으로 들어갔다 하더라도 그만큼의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면 당연히 도태되고 버티지 못할 수밖에 없다.
개발자를 항상 구한다는 말은 그만큼 기존 개발자들의 근속 연수가 짧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연봉에만 연연해하지 말고 일단 내 실력부터 착실히 쌓으면 연봉은 뒤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현재 고연봉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족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의 실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쌓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연봉 받는 분들을 보며 박탈감을 느낀다든지, 비교하지는 않는다. 내 길을 부단히 걷다 보면 연봉은 따라오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있다.
너무 기사만을 보고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기사 헤드라인처럼 “이과를 갔어야 하는 건데..” 등의 말을 하는 건.. 글쎄요. 과연 이과를 가서 IT 지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1억을 주느냐?? – 응 아니야.. (그리고 평균은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입니다.. 실제 임원-직원 간 연봉 갭이 엄청나다고 해요..)
미디어에서 자극적으로 타이틀을 뽑으려고 살짝 과장 보태서 내보내는 모양인데 조금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자극적인 기사에 현혹되지 마시고 차근차근 자기 실력부터 기르면서 실력이 쌓이면 당연히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거고 그때 연봉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가령 첫 연봉을 좀 낮게 들어갔다 하더라도 본인이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였다면, 자신 있게 요구하면 된다.
올려 달라. 나 이만큼 했다. 안 된다고요?
아 그럼 다른 데 가겠다. 내 실력을 알아주는, 나를 대우해 주는 곳으로 가겠다!!!
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저 레퍼토리 때문에 이 바닥 이직률이 높은 것은 팩트이다)
아무튼. 하도 기사에 많이 나오고 난리들이라, 주변 개발자들의 생각 공유도 해보고 내 생각도 한번 말을 해 보았다. 실제로 개발에 종사하고 있으신 개발자분들은 체감 정도가 어떻게 되시는지 이런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한편으로는 비개발자이신 분들이 이런 기사만 보고 혹해서 하던 일을 섣불리 그만두는 일을 만류하기 위해 현실 개발자의 생각을 남겨본다.
결론은 실력을 착실히 쌓아서 연봉을 좇지 말고 연봉이 나를 쫓아오게 만듭시다.
더불어 대한민국 모든 개발자가 마땅한 대우를 받는 세상을 기대해 봅니다.
Cheers 헤나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