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토론보다는 ‘라떼식’ 훈계로 이용자 떠나
“재빠른 카피캣 등장”…독보적이었지만, 독점적 영향력은 ‘한계’
수익 모델 검토에 안드로이드 앱 출시한다지만 확장성 ‘의문’
이른바 ‘인싸(인기가 많고 활발한 사람) 앱’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던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어째 예전 같지 않습니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 달 7일 기준 전 세계 클럽하우스 앱 다운로드 횟수는 전달 대비 200만 건 늘어난 누적 1400만 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누적 다운로드 수가 2배 이상 불어났던 직전 달(2월 8일 530만 건~3월 7일 1200만 건)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상당히 둔화된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같은 기간 클럽하우스 앱 다운로드 횟수는 37만 건에서 41만 건으로 4만 건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 2월 8일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4만 4천 건에서 3월 7일 기준 37만 건으로 뛰어올랐던 직전 달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입니다. 구글 트렌드에서 전 세계 검색 관심도를 살펴봐도 2월 7일 최대치 100을 기록 후 점점 하락한 끝에 지난 9일에는 16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올해 초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크버그 등이 연사로 등장하며 혜성처럼 떠올랐습니다. 국내에서도 최태원 SK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등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아이폰에서만 사용 가능한 데다 초대장이 있어야만 하는 ‘폐쇄형 SNS’로 ‘포모(FOMO, 정보와 유행에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심리 특수’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그러나 클럽하우스의 강점으로 여겨졌던 희소성·휘발성·폐쇄성이 오히려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입니다. 한때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클럽하우스 초대권을 사고 팔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무도 안 찾는 앱이 됐습니다.
클럽하우스의 핵심 기능은 ‘대화’입니다. 유튜브처럼 영상 콘텐츠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썸네일도 없습니다. 대중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연예인, 정치인, CEO 등과 소통 가능해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죠.
그러나 이는 ‘꼰대하우스’로 변질됐습니다. 클럽하우스 방을 리딩하는 이른바 ‘방장’으로 전문가나 연장자가 우위를 점하면서, 기성세대의 ‘라떼(나 때는 말이야)’ 훈수가 이어진 거죠. 이용자들은 수평적인 대화와 신선한 토론을 기대했지만, 일부 목소리 큰 사람들이 대화를 주도하기 시작했고 소통장이 아닌 호통장이 되면서 대화방을 떠나는 분위기입니다.
목소리와 아이폰만 있으면 손쉽게 사용 가능한 ‘음성 채팅’은 사용자를 빨리 늘렸지만, 대화방에 참여하는 것은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텍스트 채팅보다 음성이 친밀감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빠져나올 타이밍을 찾기가 어렵고,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고 밤새 수다를 떨다 보니 일상에 차질이 생긴다는 겁니다.
또 인플루언서로 흥한 플랫폼은 인플루언서가 빠져나가면서 함께 쪼그라들었습니다. 한때 인플루언서 등장으로 수백 명 단위로 몰리던 토론방 규모는 대학생 등 일반인이 대거 유입하면서 역설적으로 인플루언서들을 떠나가게 한 것입니다.
청취자 입장에서도 수백 명 단위로 돌아가는 방에는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소규모 방에는 들어가기 부담스럽고 말하기도 부담스럽게 됐습니다. 말은 제2의 인격이기도 하지만, 밑천이 드러나는 데는 10초도 걸리지 않거든요.
기록, 녹음 등 어떠한 저장도 안 된다는 것도 역효과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저장되지 않는 휘발성 대화 방식은 무책임한 발언이나 가짜 정보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영어권 국가의 한 대화방에서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니그로’를 언급하며 인종차별을 한 이용자가 계정 이용 정지 등 제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현재 운영 인력으로는 한국어로 이뤄지는 대화를 비롯해 각국 언어별 비하, 욕설, 혐오 발언 등에 대해 관리·감독 기능은 갖춰지지 않은 상탭니다.
클럽하우스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콘텐츠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퀄리티’ 성장을 담보하진 못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간 창의적 아이디어는 순식간에 여기저기 퍼 날라졌고 콘텐츠 퀄리티가 낮아지는 악순환을 낳기도 했습니다.
클럽하우스의 알고리즘도 매력적이지 않았죠. 가입 직후 선택하는 관심 토픽과 팔로우한 사람 또는 참여한 대화방을 기준으로 추천되는데요,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서로 맞팔하다보니 전혀 흥미 없는 대화방이 어지럽게 추천되기 시작했습니다. 또 이렇게 팔로우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해, 대화방이 개설돼도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주객전도까지 나타났습니다.
클럽하우스가 ‘반짝’ 인기에 그친 또 다른 이유에는 재빠른 카피캣의 등장도 있습니다. 독보적으로 등장했지만, 오랫동안 독점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거죠. 실제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가장 발 빠르게 오디오 서비스 출시를 준비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기존 팟캐스팅 네트워크와 기술을 확보하고 미셸 오바마 등과 독점계약을 체결하는 등 유명 크리에이터에 대한 투자를 늘렸습니다. 애플, 아마존도 팟캐스트 구독 서비스 출시 모색 중입니다.
중국은 보안 문제로 클럽하우스를 차단했는데, 이는 곧 ‘중국판 클럽하우스’의 등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로컬 앱 등장은 ‘시간문제’ 인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버 앱이 전 세계에 ‘우버’로 퍼진 것이 아니라 로컬 사업자를 탄생시켰듯, 클럽하우스는 세계 각국 언어와 문화에 맞는 음성 기반 소셜앱 탄생을 촉발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보안 우려까지 나왔습니다. 클럽하우스의 기술적 운영의 상당 부분을 상하이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아고라(Agora)에 의존하고 있다는 주장인데요, 스탠포드 인터넷 연구소(SIO)의 보안 책임자 알렉스 스타모스는 “클럽하우스는 중국 기업에 의존해 데이터 트래픽과 오디오 생산을 처리한다”면서 “어떠한 사생활 보호 약속도 제공할 수 없는 상태이고 앱 사용자들은 자신의 모든 대화가 녹음되고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달에는 클럽하우스 이용자 130만 명의 개인정보 DB가 유출됐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위기 신호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이달 초 블로그를 통해 수익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페이먼트’ 기능으로, 대화를 잘 이끄는 방장(모더레이터)의 계좌로 바로 현금을 보낼 수 있습니다. 유튜브 ‘슈퍼챗’ 등 라이브 방송 플랫폼의 기부 시스템과 비슷한데 현금성이 더 강합니다. 구글 출신의 클럽하우스 창업자 폴 데이비슨과 로한 세스는 투자받은 자금 일부를 직접 인플루언서에게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버전이 없는 ‘폐쇄성’이 클럽하우스 확장을 막는다는 지적에 따라, 조만간 안드로이드 버전을 내놓겠다는 입장입니다.(5월 19일 기준 안드로이드 버전 한국 출시) 그러나 이미 인기가 시들해진 상황에서 얼마나 확장성을 가질지는 미지숩니다.
한편 클럽하우스 창업자들은 더 큰 플랫폼에 서비스를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위터가 클럽하우스 인수에 나섰습니다. 인수 가격은 40억 달러(약 4조 5140억 원)에 달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으나, 현재 모종의 이유로 중단된 상탭니다.
기자 김연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