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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Jun 09. 2021

나이키는 왜 실패를 광고했을까



브랜딩에 트렌드를 입히는 방법 



얼마 전 미디어에 공개된 나이키의 ‘Play New’ 캠페인은 오랜만에 보는 나이키의 다른 화법 같았습니다. 일반인이 새로운 도전을 하다가 실패하는 모습들과, 스포츠 스타들이 주 종목이 아닌 다른 종목에 도전하면서 실패를 맛보는 모습이 이어집니다. 승리의 여신인 ‘니케’를 따다 만든 나이키라는 이름이 그동안 엘리트 스포츠의 승리를 핵심 메시지로 인지시킨 것에 비하면 다소 다른 화법 같아 보이는 것이죠. 마이클 조던부터 최근 국내의 스포츠 스타, 성공을 거둔 연예인까지 자신의 멋진 모습을 선보이던 것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멜라니 오거스트(Melanie Auguste) 나이키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부사장은 이번 캠페인이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시도의 즐거움을 되찾길 바란다는 뜻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에 맞춘 유연한 대응이죠. 대표 태그인 ‘Just Do It’을 쓰지 않고 ‘Play New’를 태그 한 것도 코로나로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볼 주제가 있습니다. 늙지 않는 브랜드 중 하나인 ‘나이키’가 어떻게 살아 있는 브랜딩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죠. 많은 브랜드들이 정체성을 잃어버리거나 단순 반복으로 진부해지는 데 반해 나이키는 여전히 시의 적절한 메시지를 내면서도 브랜딩을 흐리지 않는 것 말이죠. 이번 ‘Play New’도 실패하는 장면만 이어지는 광고지만 보고 난 후에 정말 그게 실패라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승리와 성공을 캠페인으로 걸었던 과거 광고를 보고 난 후와 비슷한 감정이 드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승리’를 어떻게 재정의하는가? 


나이키가 승리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도, 진부화시키지도 않고 트렌드에 맞추어 가면서 계속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심 가치인 승리의 이미지가 과거에는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스타성 있는 퍼포먼스로 대표할 수 있었다면 어떤 때는 편견에 맞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지금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행위의 즐거움을 승리라고 재정의하는 것이죠. 어떤 시대에는 관심도 없었고 실패라고 느꼈던 것이 어떤 시대에는 승리의 표상이 되기도 하니까요.  




코로나 충격이 심했던 2020년에는 이런 캠페인도 진행했습니다.




이전에 썼던 제 책에 나왔던 ‘VANS‘도 스케이트보드로 대표되는 문화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래서 누가 알아주지 않았던 과거부터 관련 행사를 후원하고 항상 광고의 모티브로 활용되죠. 하지만 눈에 보이는 정체성에 가까운 VANS에 비해 나이키는 상대적으로 형이상학적인 승리라는 메시지를 브랜딩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른 재정의가 더 높은 난이도로 이뤄지지만 파급력과 응용할 여지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이죠.


형이상학적인 브랜딩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스포츠웨어 시장뿐 아니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획자들이 브랜드나 상품에 관한 기획서를 쓸 때 형이상학적인 포지셔닝을 기술하지 않은 것을 찾기 힘들 정도죠. 어디서는 시장에서 ‘편리함’을 어디서는 ‘아름다움’을 어디서는 ‘안전’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려고 많은 예산을 들여 광고도 하고 제품 연구에 더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재정의하는 시도는 많지 않죠.


뉴발란스는 편한 착화감으로 처음 시장에 나온 스포츠웨어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패셔너블한 아이템들로 더 기억되는 브랜드죠. 새로 나온 점퍼, 신발은 편해서 인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예뻐서 인기였고 셀럽이 신었기 때문에 직구로라도 신발을 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최초 내세운 브랜딩이 어느 시장에서 다른 이미지로 각인이 되고 좋은 효과를 얻고 있으면 브랜딩을 로컬라이징 해서 바꿀 필요가 있죠. 계속 편안함을 브랜딩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세웠다면 국내에서 지금의 인기는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브랜딩을 재정의하는 것은 결국 브랜딩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가 예쁘고 힙하고 상대적으로 조금 저렴한 포지셔닝을 신혼부부, 집 꾸미기 등 그때그때의 키워드로 재생산해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LG전자의 가전과는 다른 정체성을 형이상학적으로 뚜렷이 갖고 있었기에 재정의해서 고객의 피부에 닿는 방법으로 풀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브랜딩이 아예 없다면 진부해질 수도 없습니다.   




 



내가 지향하는 고객의 일상에서 내 브랜딩은 어떻게 재정의되고 있나요? 고객들의 이야기, SNS, 시장 내에서 상대적인 사용 경험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분석할 수 있습니다. 분석하는 데이터가 전체를 대표하는지 여부는 다음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데 있는 것이니까요.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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