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콘텐츠화 / 알고리즘 역이용 / 구매 여정 단축
유튜브 영상 재생에 앞서 뜬 광고 스킵(Skip) 버튼, 일말의 망설임 없이 누르시나요? 재밌게도 MZ세대는 광고를 한 번 더 들여다 봐준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이목을 끌면 공유 버튼을 누르거나 따로 검색을 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변화는 광고가 송출되는 플랫폼이 레거시 미디어에서 소셜미디어로 확대된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일어났습니다.
우선 포맷이 다양해졌습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에 그쳤던 광고가 훨씬 능동적으로 진화했습니다. 캐릭터나 인물이 움직이기도 하고,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기도 하고요. 결정적으로, 광고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넘어왔습니다. 최대 다수에게 최다 노출됐던 과거의 광고를 떠올려 보세요.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기다리면서 보던 광고나 신호등이 바뀌기 전 횡단보도에서 응시하던 옥외광고를 말이죠. 채널을 돌리거나 시선을 돌릴 수는 있었지만, 나의 의사를 표현할 수는 없었습니다. 반면 지금은 버튼을 눌러 즉각적으로 화면을 바꾸거나 ‘이 광고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라는 피드백을 제출할 수도 있게 됐죠. 대상에 대한 관여도가 높아진 소비자는 자신이 결정권자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내가 이걸 왜 봐야 해” 보다, “내가 볼지 말지 생각해 볼게”라는 생각이 우세해지니 자연히 거부감도 줄어들게 되고요. 강제적으로 봐야 했던 것과 선택적으로 보는 것의 차이입니다.
모든 것에는 명(明)이 있으면 암(暗)이 있다고 하죠. 소셜미디어 광고는 소비자와 한층 가까워졌지만, 시작과 동시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특명이 내려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광고에도 적자생존의 공식이 적용됩니다.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위해서 ‘콘텐츠’의 성격을 강화하게 된 거죠. 실제로 지금의 광고는 콘텐츠를 구성하는 3요소 캐릭터, 메시지, 스토리가 매우 뛰어납니다. 관심 없는 소비자라도 거부감 없이 보고, 자발적으로 공유할 만큼 말이죠. 이걸 잘 보여주는 예시가 여성 온라인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가 배우 윤여정과 함께한 2021년 캠페인 광고 영상입니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지그재그가 70대 배우를 모델로 기용했습니다. 타깃과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를 얼굴로 하는 경쟁사와는 사뭇 대비되는 행보였는데요. MZ세대의 반응은 오히려 열광적이었습니다. 바로 윤여정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광고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는 패셔너블합니다. 작품을 통해서는 개성 있는 연기를, 다수 예능에서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줘 왔죠. MZ세대에게 윤여정은 ‘정겹고 다정한 할머니’나 ‘옛날 어르신’이 아니라 닮고 싶은 롤모델입니다.
롤모델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메시지는 뭘까요?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지그재그에서 쇼핑하라”입니다. 광고는 이걸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죠. 그래서 해당 광고는 이를 “Shopping is zigzag”(쇼핑은 지그재그)라는 슬로건으로 대체합니다. 바로 직구를 던지는 대신, 윤여정의 목소리를 빌려 “남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사”, “마음이 왔다 갔다(하면) 사는 거지 뭐”, “너희들 마음대로 사세요”라고 설득하고요. 이는 캐릭터가 향유하는 삶과 겹쳐지면서 강한 울림을 줍니다.
좋은 캐릭터와 잘 만든 메시지는 스토리를 통해 전달됩니다. 해당 광고에서는 윤여정이 광고 모델로 발탁되고, 광고를 촬영하고, 홀로 소감을 읊조리는 일련의 과정이 펼쳐집니다. 15초의 짧은 분량이지만, 단편 영화처럼 주제와 기승전결이 있습니다. 게다가 블랙 드레스에 레드 립을 한 그의 모습은 화보처럼 멋스러워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고요. 그러니 당장은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할 마음은 없는 소비자도 눈과 귀를 열고 집중하는 겁니다.
반면, 제품 및 서비스 구매를 고려하는 MZ세대는 광고를 더욱 능동적인 방식으로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무관심했던 주제까지 무분별하게 받아봐야 했던 과거와 달리 내가 관심 있게 찾아보는 주제가 우선으로 노출되는 걸 이해하고 있거든요. 운동복을 고민한다면 레깅스를 검색하고, 해당 제품을 취급하는 페이지에 방문합니다. 온라인상의 발자취에 맞춰 알고리즘이 작용하는 것을 아는 똑똑한 소비자들이죠.
그런 의미에서 페이스북은 여타 소셜미디어와 구분되는 특징을 갖습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MZ세대는 페이스북에 대한 불신을 ‘믿거페’(믿고 거르는 페이스북)라는 줄임말로 표현했습니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라는 명목하에 내 친구의 소식을 받아보던 페이스북이 광고 집합소가 됐다는 푸념인데요. 대체할 만한 소셜미디어가 늘어나고, 광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페이스북을 바라보는 MZ세대의 인식도 변화하게 됩니다. 페이스북을 나의 소비를 돕는 전용 플랫폼으로 여기게 된 거죠.
왜일까요? 페이스북은 광고에 대한 인지가 쉬운 플랫폼입니다. 광고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인스타그램보다는 ‘내가 바로 광고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페이스북이 더 분별력 있다는 판단이죠. 게다가 인스타그램의 광고가 이미지 위주인 반면 페이스북은 이미지와 영상이 모두 활성화돼 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 데 용이합니다. 감성적인 이미지 한 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반면, 페이스북 타임라인마다 노출되는 짧은 광고 영상은 원물의 속성과 기능을 전달하는 데 집중됐기 때문에 실물 확인이 쉽고 다른 사용자의 후기를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도움을 주는 거죠.
소셜미디어 광고에서는 무언가를 할 수 있습니다. 이 무언가가 뜻하는 의미는 다양합니다. 나와 맞는 제품 및 서비스를 찾고 (1) 찾고 (2) 시도해보고 (3) 구매하는 모든 작업이 가능해졌거든요. 이제 MZ세대는 광고를 시청하고, 일부러 광고에 노출되는 걸 넘어 하나의 광고에서 모든 구매 여정을 완주합니다.
최근 많은 브랜드는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제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1)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입력하면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 주거나 잘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제공하죠. (2) AR 필터를 활용해 트라이아웃(Try-out)할 수 있는 콘텐츠도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데요. 사용자가 필터를 적용한 채 촬영 버튼을 누르면, 화면을 배경으로 제품을 시연하는 방식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1)과 (2)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한 소비자의 손가락은 곧바로 (3)을 향해갑니다. 따로 검색하거나 찾지 않아도, 링크 클릭 한 번에 구매가 가능한 랜딩 페이지로 이동하는 걸 아니까요. 만약 (3)이 불편하거나 복잡하다면 소비자는 제품 및 서비스를 인지하거나 탐색하는 단계에서 그날의 구매 여정을 마칠 겁니다. 하지만 쉽고 빠르다면? ‘살 수 있는 광고’가 꽤 유익하다고 여기게 되겠죠. 그렇게 유입된 브랜드를 다시 찾을 가능성도 커지고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MZ세대 소비자에게 광고는 방해꾼이 아닌 조력자입니다. 일 잘하는 브랜드라면 어떻게 조력자의 포지션을 유지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테고요.
MZ세대는 광고를 스킵(Skip)하지 않고 한 번 더 들여다본다. 왜?
시작과 동시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소셜미디어 광고. 캐릭터, 메시지, 스토리가 뛰어난 콘텐츠의 성격이 강화됐으니까.
이제 광고를 더욱 능동적인 방식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MZ세대. 알고리즘을 역이용하고, 페이스북을 광고 탐색용으로 쓰고 있음!
MZ세대의 구매를 돕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면? 하나의 광고에서 모든 구매 여정을 완주할 수 있는 전환형 콘텐츠에 주목하라.
김용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