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스타트업 다니는 의사/약사들 특징
우리 팀에는 변호사 출신의 CEO를 포함해서 의사, 약사, SW 개발자, 회계/재무 담당자 등 다양한 전문 직종이 있다. 평범한 문과생인 나로서는 주변에서 딱히 만나보기 어려웠던 전문 직군이라, 같이 생활해보니 느끼는 점들이 많다.
사실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생각했던 이미지보다 평범했다. 엄청난 천재이자 초인적인 무언가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런 괴물 같은 이미지는 전혀 없었다. 그냥 나랑 별로 다를 거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다 보니 작지만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분야에서든 최상위 수준을 목표로 하고 그걸 이뤄내는 사람들의 비밀을 엿본 기분이었다. 그 차이는 굉장히 작고 포착하기 어려웠지만 분명했다. 소소한 경험담(?), 관찰기(?)를 풀어본다.
매년 ‘운동해야지… 운동해야지…’만 반복했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 팀원은 벌써 20명이 되었는데 사실상 나를 제외하고 모든 팀원들이 운동을 열심히 한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라 더 그런 건지 다들 건강 관리에 철저하고, 또 그걸 즐긴다. 각자 즐기는 운동도 가지각색이다.
– 프로틴 챙겨 먹는 근육질 헬창(?)만 네 분 정도 계신다.
– 아침 여섯 시에 꼬박꼬박 수영을 하고 오는 분도 있다.
– 매주 주말마다 축구하고, 평일에도 1~2일은 퇴근하고 나서 축구하러 가는 분도 있다.
– 대표님이랑 네다섯 명은 이번에 같이 주짓수를 시작했다.
– 심지어 점심시간을 짬 내어서 크로스핏을 다녀오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서로 친해서 밤에도 종종 슬랙(Slack)을 주고받는데, 늦은 시간인데도 운동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자극이 된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다 운동을 즐기니까 피부에 와 닿아서 더 그랬다.
그리고 단지 건강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운동을 즐기는 모습에는 삶의 태도가 드러났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향상심(向上心)이 강했다. 나를 더 나은 상태로 만들고, 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고 싶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더 나아가서 ‘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다’는 말까지 자주 듣고 충격 받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비단 ‘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다들 정신 건강도 굉장히 중요하게 신경 썼다. 사실 서울대나 카이스트 이야기를 기사로만 접했을 때는 그들이 태생부터 초인적인 인내심과 부동심을 타고났을 거로 생각했었다. 애초에 멘탈이 아주 건강하고 완벽할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생각보다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혹에 쉽게 흔들리기도 하고, 작심삼일이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거의 차이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그냥 비슷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른 게 있다고 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한다는 점이 달랐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자 곧바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생각을 비워보려고 명상 모임을 직접 만들고, 몸의 활력을 높여보려고 바로 운동 학원에 다니고, 새로운 세미나 모임도 신청해서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새로운 업무 관리 툴도 써보고, 안 쓰던 일기도 한 번 써보고, 자리 배치도 바꿔보고…
이전에 안 해본 것들을 서슴없이 다 해본다. 누가 좋은 방법을 추천해주면 곧장 바로 시도해본다. 이게 고작 1~2주 동안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일이 매주 수도 없이 반복되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그들이라고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타고난 게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밥 먹고 맨날 졸아서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었다. 가만 보면 산만한 것 같기도 하다. 나랑 비슷하다. 그러니까 대단한 선천적인 차이라든지 능력의 차이가 있는 게 아니었다.
차이점은 그 후에 드러났다. 얘기하다 보면 그들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상 위에 노트북 위치도 바꿔보고, 자세 때문일까 싶어 의자에 쿠션도 둬보고, 집중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대를 정해서 지켜보고, 루틴을 만들어서 밥 먹고 나서 산책을 해보고, 몇 달에 걸쳐서 계속 다른 방식을 시도해보더니 나중에는 그 문제가 해결되어 있었다. 평소에 수다 떨 때는 그냥 사소해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마어마한 차이가 생겼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어디서 차이가 오는지 고민해봤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과 무엇이 다를까 하는 호기심이 항상 있었다. 곁에서 찬찬히 뜯어보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똑같은 사람인데 무엇이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드는 걸까? 나는 그 비밀을 ‘내적 통제위’에서 힌트를 얻었다.
사회심리학에는 ‘내적 통제위(internal locus of control)‘라는 개념이 있다고 한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말한다. 반대로 외적 통제위는 “개인이 영향을 끼칠 수 없다거나 기회나 운이 삶을 통제한다는 식의 외부 요소에 의해 삶이 통제된다고 믿는” 개념이다. (출처 위키백과)
여기서 핵심은 나 자신조차 통제할 수 있는 요소로 본다는 점이다. 내 감정이나 생각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고, 통제해야 하는 요소로 보는 게 차이였다.
이 차이를 잘 드러내는 예시로 아이유의 일화가 생각난다. 아이유는 정말 멘탈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녀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들면 5분 안에 그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고 한다. 보통은 그냥 화가 났다, 우울하다는 감정을 느끼며 그 상태 그대로 생각을 이어가는 데 비해, 그녀는 설거지를 하든 청소를 하든 몸을 움직이고 다른 일을 하면서 그 감정을 물리적으로 바꿔버린다. 그녀는 자기 생각이나 감정, 상태를 충분히 바꿀 수 있는 객관적인 무언가로 여기는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가 또 있다. 전 세계 69번째 부자이자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를 만든 레이 달리오는 그의 저서 ‘Principles’에서 이렇게 말한다.
또한 더 좋은 결과를 내는 사람들은 내적 통제위가 높은 사람들이라 말한다. “인생이 당신을 어떤 환경으로 이끌더라도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대신, 당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진다면 성공하고 행복해질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내적 통제위(자신이 수행할 과업에 대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수준)라고 부른다.”
– Principles, 레이달리오, 217p
그의 책 내용 중에 특히 인상 깊었던 다른 표현은 “절대로 용납하지 마라”는 표현이었다. 그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이 나를 망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지 마라, 용납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우리 팀원들은 내적 통제위가 강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것들을 즉각 시도해보고, 그 스트레스를 없애든 풀어내든 줄이든 모든 수를 동원했다. 자꾸 유혹에 흔들리면 자기 자신이 아무리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거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새롭게 찾아보고 시도해봤다. 그야말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동원했다.
나는 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나 자신도 통제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고 바라보는 관점. 이런 것들이 쌓여서 큰 차이를 만든다.
(위키백과) “강력한 내적통제위치를 가진 사람은 사건이 자신의 행동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시험 결과를 받으면 이들은 자기 스스로와 능력을 칭찬하거나 탓한다. 반면 강력한 외적통제위치를 가진 사람은 선생님이나 시험 자체를 칭찬하거나 탓하는 경향이 있다. 강력한 내적통제위치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잘 통제하며 정치적 행동을 하는 경향이 강하고, 외적통제위치를 가진 사람에 비해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강력한 내적통제위치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노력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정보를 탐색하거나 자신의 상황과 관련된 정보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건강과 성공을 떼어놓고 볼 수 있을까? 산업화 시대에는 건강을 갈아 넣고 삶을 희생하여 성공을 일궈낸 사람들이 존경을 받았다. 당시에는 성장이나 성공이 단순히 개인의 삶을 위한 목표가 아니었으니까. 산업 성장 자체가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었기 때문에 ‘희생정신’이 그만한 대우를 받았던 것 같다.
덕분에 자아실현이나 꿈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이제는 개인의 희생이 당연시되지도 않고, 성공의 기준도 상당히 달라졌다.
요즘 시대에서는 건강과 성공을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건강 자체가 성공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완벽하게 관리된 멋진 몸, 건강한 멘탈과 정신, 이런 것들이 존경받고 성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성공하기 위해서 건강한 몸과 마음이 필요하기도 하다.
우리 팀원들을 만나고 나서 더더욱 체감했다. 단지 병이 없는 몸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겉보기에 좋은 근육질 몸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더 낫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가짐, 자기 자신을 스스로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통제하기 위해 다양하게 시도하는 그 자세가 중요한 거였다. 자기 목표를 이뤄내는 사람들은 이러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건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성공할 수 있고, 건강해야 성공을 누릴 수 있다. 건강을 챙기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나 자신에게 더 좋은 삶을 대접하는 습관이 생기면 성공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건강을 누릴 수 있도록,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일을 더 잘하고 싶다..
유디V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