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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Jun 25. 2021

신세계의 이베이 인수 잘한 걸까?



신세계는 승자의 저주를 깨트릴 수 있을까?



 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이베이 코리아의 새로운 주인이 사실상 신세계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롯데의 인수전 철수에 이어, 신세계가 최종 인수자로 사실상 확정되었고요. 여기에 막판까지 저울질하던 네이버마저 뒤로 빠지면서, 신세계의 단독 인수로 굳어져 가는 모양새입니다. 한때 국내 이커머스 최강자의 자리에 군림했던 데다가 5조 원이라는 역대급 가격표까지, 이베이 코리아 매각은 요란하게 진행이 되었는데요. 막상 숱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승자의 위치에 오른 신세계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시장이 내린 평가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주가는 신세계와 이마트 모두 인수 발표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요. 아직 인수가 완전히 확정도 되지 않은 시점인데 벌써 승자의 저주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신세계의 이베이 코리아 인수는 우리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요? (6/25 기준 3.4조에 인수 확정)    






1. 생각보다 시너지는 날 수 있습니다 


신세계의 이베이 인수를 평가해보려면, 네이버가 빠지는데도 신세계는 고(go)를 외친 이유를 먼저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네이버가 빠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네이버에는 이번 인수를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애초에 네이버는 이베이에 아예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 3가지입니다.   



네이버의 쇼핑 검색 부문과 이베이의 거래액이 상당 부분 상충합니다.

네이버에 없는 물류와 신선, 명품 등은 이베이에도 없습니다.

네이버 플러스를 키우는 마당에 스마일 클럽은 불필요합니다.




2020년 네이버는 무려 28조 원의 거래액으로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의 17.4%를 차지한 1등 플랫폼입니다. 여기서 자체 오픈마켓인 스마트스토어가 17조 원이고, 나머지 11조 원은 최저가 검색 등을 위해 네이버를 거쳐 발생하는 거래액인데요. 이 중 상당수가 이베이의 거래액과 겹칩니다. 따라서 인수한다면 네이버의 전체 거래액은 “1 + 1 = 2”가 아니라 “1 + 1 = 1.5”가 되어 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네이버가 아쉬운 물류, 신선, 명품 등은 이베이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 부분은 신세계와 이마트의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베이의 회심의 무기, 스마일 클럽도 네이버에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이미 자체 유료 멤버십 네이버 플러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네이버에 단점으로 다가오는 요소들은, 신세계에는 매력 포인트가 됩니다. 먼저 이베이와 신세계, 그렇게 거래액이 많이 겹치지 않습니다. 일부 물론 상충하는 부분이 없진 않겠지만, 네이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또한 신세계의 콘텐츠들은 이베이에 큰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마트의 신선식품과 매장 기반의 배송, 신세계의 명품 등이 이베이 플랫폼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판매된다면 거래액을 금방 키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마일 클럽도 여전히 300만에 가까운 가입자 수와 100만이 넘는 PLCC 카드 회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세계로서는 손쉽게 로열티 고객을 얻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네이버에는 단순한 옵션 중 하나, 그것도 영 매력적이지 않은 선택지인 이베이지만요. 오히려 신세계에는 꽤 가능성 높은 패로 다가왔을 겁니다. 이러한 계산이 있었기에 과감히 신세계도 거액을 배팅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2. 빠른 온라인 전환, 드디어 가능합니다

 

 또한 이베이는 신세계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온라인 전환의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단 환경적 요인이 마련되었습니다. 현재 알려진 이베이 인수 가격은 80% 지분 인수 기준 3조 5천억 원입니다. 롯데가 100% 지분 인수에 2조 9천억 원을 불렀을 정도로,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오버 페이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저는 오히려 이런 무리한 인수가 조직의 빠른 온라인 전환에는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기반 유통 기업이 온라인 전환에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은 내부 저항입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에도, 기존 오프라인 채널을 배려하느라, 여러 사업부 간 정치 논리를 고려하느라 더디게 변화하곤 합니다. 실제로 작년 코로나 19와 같은 비상사태가 벌어져야 움직이곤 합니다. 이러다 보면 결국 너무 늦게 대처하여 도태되게 됩니다. 하지만 인수가 완전히 이루어지면 이제 신세계는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배수진을 친 것처럼 온라인 전환을 무조건 성공시켜야 합니다. 아마 내부 저항들도 이러한 논리 앞에서 다 무너질 겁니다. 이와 같은 변화 동력은 향후 생각보다 무서운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인수를 통해 IT 인력과 이커머스 전문 인력은 물론 경험 많은 셀러들까지 일거에 확보 가능하니 이제 충분히 네이버, 쿠팡과 경쟁해볼 만한 조건은 갖춘 셈입니다. 이는 월마트의 사례를 많이 참조한 듯한데요. 월마트는 당시 설립 2년 차에 불과했던, 스타트업 제트 닷컴을 무려 3조 원에 인수하면서 온라인 전환 의지를 보이는 한편, 이커머스 전문가 마크 로어를 영입하면서 반전의 서막을 엽니다. 월마트는 이후 과감하게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오히려 성장하는 놀라운 실적을 내는 데 성공합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쇼피파이와 제휴를 통해 셀러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신세계는 이러한 월마트가 해왔던 것들을 이번 인수로 한 방에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신세계




3. 다만 교통정리는 어려울 겁니다 


 물론 신세계 앞에 꽃길만 놓여 있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신세계와 이베이가 겹치는 분야가 적다고는 하지만, 여러 플랫폼 간 교통정리는 인수 후 가장 큰 골칫덩어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이베이 코리아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만 해도 G마켓, 옥션, G9 3가지입니다. 여기에 신세계-이마트는 SSG라는 통합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이마트몰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많고요. SI빌리지나 최근에 인수한 W컨셉까지 꽤 많은 쇼핑몰을 포트폴리오로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채널을 보유했다는 건 버티컬 커머스를 지향하는 경우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이베이 인수 후의 신세계처럼 국내 온라인 쇼핑 1위 사업자를 노리는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플랫폼을 함부로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인데요. 없어진 채널의 고객이 그대로 우리에게 남아 있을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베이 코리아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대신에, 스마일 클럽이라는 멤버십을 통해 우회적으로 고객을 모으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신세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선택지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SSG를 출범할 때처럼 과감하게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겁니다. 쿠팡이나 네이버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물론 인수 후 바로 실행하기는 어렵겠지만, 모두의 예상대로 풀필먼트 플랫폼으로 전환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배송을 결합한 풀필먼트 비중을 늘리고 여기에 스마일 클럽과 같은 멤버십을 얹는다면, 자연스레 하나의 채널로 통합시킬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안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데요. 물론 풀필먼트나 멤버십 중심의 플랫폼 전환 자체는 시도할 겁니다. 다만 SSG 자체도 아직 여러 사업부 간 이슈 때문에 완벽한 통합을 이루지 못했는데, 더 큰 단위의 통합은 아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수년 내에 월마트가 제트 닷컴을 접은 것처럼 일부 채널은 영업 종료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신세계의 또 다른 선택지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마치 과거에 이베이 코리아가 시도했듯이 플랫폼 간 역할을 분리하여, 상호 시너지를 내는 겁니다. 우선 SSG 자체는 현재 지향하는 것처럼 프리미엄 브랜딩의 채널로 만들고요. G마켓은 이마트의 상품을 더해, 생필품과 신선 쇼핑 풀필먼트를 더한 오픈마켓으로 탈바꿈시킵니다. 이러한 다 플랫폼 전략이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현재 아마존만 하더라도 패션이나 식품시장 등은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명품이나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예 별도 플랫폼들에서 쇼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백화점,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점이 다 따로 있듯이 아무리 온라인이라도 집중하는 분야에 따라 쇼핑하는 장소가 갈릴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특히나 이와 같은 선택지는 아예 다른 오픈마켓들과는 색깔이 확연히 다른 SSG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라 더욱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4.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겁니다 

 

신세계의 이베이 전격 인수, 신세계 사람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치밀한 계산 아래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승자의 저주’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서서는 최대한 신세계 입장에서의 희망 회로를 돌려봤지만 이베이가 하락세인 건 분명하고, 네이버와 쿠팡은 이미 너무 앞서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너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아무리 포장해도 오버페이한 것도 맞아 보입니다. 그리고 교통정리도 쉽지 않을 겁니다. 아직도 SSG 대신 이마트몰을 쓰는 사용자가 엄청 많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의 이베이 인수를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싶어지는 건, 그래도 신세계는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인수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어렵지 않았다면 신세계도 굳이 무리해서 진행하지 않았을 겁니다. 혹은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단칼에 관심을 끊었을 테죠. 하지만 신세계에는 주어진 대안 자체가 없었습니다. 물론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긴 했지만 그건 네이버 휘하에 들어가는 거지 신세계의 독자 생존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길이 막힌 가운데 그래도 신세계는 무리수를 두더라도 승부를 뒤집을 카드를 선택합니다. 네이버와 제휴를 한다면 생존 정도는 보장받을지 모르지만, 가능성은 적더라도 1등이 될 수 있는 길을 택한 거죠. 물론 이러한 선택이 오히려 신세계 그룹을 더 빠르게 위기 속으로 몰아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용기 있게 결단을 내렸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과연 신세계의 도박이 성공해서 네이버, 쿠팡의 양강 구도에 신세계까지 더한 삼자구도로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김요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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