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4단계를 거쳐 진화합니다. 일반적인 자료인 데이터가 모여 하나의 의미를 가진 정보가 되고,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이 되는 과정을 거쳐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가진 지혜가 되는 것이죠. 많은 기업이 이에 공감하며 비즈니스에 적응하려 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데이터에 기반해 얻은 지혜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어렴풋이 말이죠.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이 데이터를 가지고 무엇을 할지 그 목표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데이터가 비즈니스의 성장을 결정하는지’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혹은 못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유엑스리뷰에서 나온 <데이터 브랜딩>은 이와 같은 데이터의 활용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말로 말하자면, 데이터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 활용하는 방법인 ‘데이터 리터러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죠. 사실, 당장 내 앞에 닥친 실무가 아닌 이상 독서를 통해 와닿을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데이터 활용 방식의 틀을 바꾸는 내용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책에 담긴 내용 중 <데이터 스토리텔링>에 대한 부분에 대한 내용을 공유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망치를 들고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다 보니 쉽게 모든 문제를 데이터라는 도구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기 시작합니다. 데이터에만 빠져 있는 거죠.
그래서 책은 일단 망치를 내려놓기를 권합니다. 데이터 그 자체를 넘어 세상을 바라보아야 세상의 문제에 집중하고 진짜 변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데이터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사(research)가 아니라 수사(Investigation)’가 필요합니다.
조사와 수사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조사는 상황에 대한 이해와 현황을 묘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수사는 범인을 잡는 것과 같이 문제 해결에 집중합니다. 마치, 탐정과 수사관처럼 문제 해결을 위해 증거(데이터)를 모으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죠. 상황에 대한 이해(Description)보다 문제 해결(Problem Solution)에 초점을 맞춥니다.
데이터 시대의 데이터 분석은 사람들의 생각과 인식, 감정과 태도를 간접적으로 물어보는 조사가 아니라 실생활의 행동을 추적하고, 일상에서 하는 말을 듣는 탐문 수사여야 합니다. 마치 셜록 홈즈처럼 범인의 단서를 발견해 연관성을 분석하고, 숨은 패턴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빅데이터 시대의 분석도 이와 같습니다.
그렇게 찾은 데이터는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흔적에 불과하지만, 분석가에게는 이 흔적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의미 있는 데이터가 됩니다. 우리의 역할은 의미 있는 데이터를 연결해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죠.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습니다. 그 방법도 단순히 데이터의 존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의 의미를 찾아 문제 해결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도 알았죠. 문제는 데이터를 모아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입니다.
데이터의 환상에 빠지는 것이죠. “그래, 보다 보면 무언가 좋은 게 나올 거야…”라고요.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인사이트가 나올 리 만무합니다.
책 저자도 겪는 딜레마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세상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하는데, 내가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습니다. 기존에 해왔던 대로 그냥 하는 것이죠. 예전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팠을 때 나왔으니, 이번에도 나올 거야’라고 …”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로 가는(data to insight) 좀 더 스마트한 방법은 없을까요?
일방적인 길은, 수많은 종류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인사이트를 얻는 과정일 것입니다.
저자는 이 방법을 뒤집어보기로 합니다.
“지금의 우리는 데이터 자체를 분석하는 일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출발 지점이 잘못된 겁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 인사이트에서 시작하는 것이죠.
결국, 분석의 결과물은 세상에 대한 통찰을 향하고 있어야 합니다. 마냥 데이터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목표로 향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대로 데이터에서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시작되는 거죠.
여기저기 마케팅, 광고, 브랜딩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데이터 드리븐’하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그럼, 도대체 데이터 드리븐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서두에 이야기한 대로, 많은 기업은 데이터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그 목표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데이터가 비즈니스의 성장을 결정하는지’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분석은 우리가 생각한 길대로 나오게 되어있고, 측정 지표는 거기에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비즈니스에 대한 성과가 그냥 측정되고 관리되기를 바랍니다. 자연스럽게 숫자와 데이터에 매몰되는 것이죠.
저자는 ‘데이터 위에서’가 아니라 ‘데이터 사고 위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니라 실제 세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죠. 어떤 상황에 꼭 맞는 데이터와 해석도 특정 맥락에서는 틀릴 수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절대 지표가 있다 하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데이터에 근거해 측정하고 관리한다면 쓸모없어지기 마련합니다.
데이터는 스스로 말하지 않습니다.
의사 결정하는 것은 우리이며, 데이터로 뒷받침해서 데이터가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데이터가 그 자체로 항상 확실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 분석은 가설 검증 과정입니다. 무턱대고 데이터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관점’을 갖고 세상을 바라봐야 하며, 생각과 판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설이 수립되면 데이터는 가설을 검증하는 재료가 됩니다.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 분석인 것이죠.
그러므로 올바른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 가지 예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 통치하던 시절, 프랑스에서는 도처에 출몰하는 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어떤 해결책을 내놓았을까요?
“쥐를 잡아서 꼬리를 가져오면 그 숫자대로 포상금을 주겠다”고 선포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었을까요?
당연, 아닙니다.
쥐를 잡아 오면 돈을 준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쥐를 사육하기 시작했습니다. 쥐의 꼬리만 가져가면 돈을 준다 하니 역효과가 난 것입니다. 쥐가 많이 생겨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문제 규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하나의 가설로 ‘하수구의 오물 때문이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 후 데이터 분석으로 하수구 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쥐 출몰과의 연관성을 파악하면 됩니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하수구 시설을 개선하면 되는 것이죠. 이처럼 문제를 재정의하는 것이 우리가 데이터 분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이 책이 말하는 핵심 개념은 데이터 스토리텔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앞서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로 가는 과정을 뒤집었고, 데이터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데이터 주도의 사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에서 한 발짝 떨어져 현상을 보는 일이 중요했죠. 그리고 그 현상에서 찾은 것을 바탕으로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검증 과정을 올바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책은 문제를 정의하기 위한 방법으로 데이터 스토리텔링이라는 방식을 제시합니다.
데이터 스토리텔링이란, 데이터에 근거해야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데이터에 매달리지 않아야 합니다. 데이터의 결과를 영향력 있는 스토리로 전환해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단순히 데이터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것을 영감 넘치는 스토리로 전달하는 데이터의 진화가 필요합니다.
그럼 어떻게 데이터와 스토리를 연결할 수 있을까요?
데이터 그 자체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독립된 데이터로는 그 자체로 정보를 만들어 내지 못하죠. 결국 데이터는 다른 데이터와 연결될 때 의미가 만들어집니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의 정수는 데이터의 점을 잇는 것입니다.
핵심 구성 요소는 3가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 Why – 데이터의 목적: 데이터 분석의 목적과 목표는 무엇인가?
2. Who & What & How – 캐릭터와 사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과 사건은 무엇인가?
3. So What – 아하! 포인트 : 스토리를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하게 만들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데이터를 왜 분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과 ‘무엇을 전달해야 할지’에 대한 메시지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분석해야 하니까 데이터를 먼저 보는 것이죠. 데이터 스토리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분석 전에 목적과 메시지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데이터 스토리는 “누구의 스토리인가?”가 중심입니다. 스토리의 주인공은 클라이언트와 브랜드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브랜드가 원하는 화려한 성과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분석가는 그 결과로 데려가는 가이드인 것이죠. 이 주인공과 캐릭터의 이야기를 연결해 다양한 사건들의 연결로 극대화됩니다. 당연히 이 모든 문제는 주인공(클라이언트-브랜드)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하! 포인트는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스토리 형태의 등장으로 핵심 포인트를 남길 수 있습니다.
데이터 스토리의 재료는 다 준비되었습니다. 이제 해당 요소들을 적당한 타이밍에 등장시켜야겠죠.
데이터 스토리의 구조는 ‘도입-중간-결말‘ 3단계로 되어있습니다.
1. 도입단계 – 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주인공(클라이언트와 브랜드)을 소개하고 현재 상황을 명확히 합니다. 주인공에게 과제가 주어지고, 확인된 문제와 기회가 드러납니다.
2. 중간 단계 – 핵심 사건으로 전개됩니다. 갈등이 펼쳐지는 단계입니다. 복잡한 갈등 구조가 스토리의 극적 긴장을 만들고, 우리를 몰입하게 합니다.
3. 결말 단계 – 정보의 깊이가 더해지고 데이터 스토리가 절정으로 다다르면 최종 결말과 연결됩니다. 사건이 전개되고 절정을 지나 결말로 향해갈 때, 우리는 데이터 인사이트를 드러내야 합니다. 핵심 결론과 청중의 공감 포인트가 하나로 만나는 공간인 셈입니다.
데이터 브랜딩은 ‘데이터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쉽고 빠른 데이터 드리븐 함정에 대한 파훼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업에서도 어려움을 겪기 쉬운 데이터 매몰의 문제를 인지하고 저자가 찾은 방법을 보여줍니다.
데이터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쉽게 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죠. 데이터에서 한걸음 벗어나 보이는 관점을 바탕으로 데이터 드라이빙을 해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책의 두께와 내용이 읽기에 무겁지 않아, 데이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립니다.
전형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