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프로젝트 중에 38개가 실패한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는 담담하다. 팀원들도 오히려 이러한 마인드가 익숙하기에 좌절하지 않고 다시 또 나아간다.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으로 가고 있는 밑바탕인 셈이다. 이승건 대표는 “기업가는 무엇보다 세상에 풍요를 공급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 사업을 하는지’ 분명한 목적 의식을 갖고, 꿈에 차서 즐겁게 일하는 것을 ‘진짜 행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넥스트라이즈 2021 세션 전문으로 일부 내용은 의역과 발언 순서 변경이 있습니다]
혁신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세상에 없던 것이나 불가능함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부에게만 가능하던 것을 세상 모두가 할 수 있게,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토스에는 언제나 “금융을 모르는 사람들이 무슨 금융을 혁신하느냐”는 비아냥이 있다. 또 인간이 목적의식으로 산다고 생각하는데, 토스의 (빡세게 일하는) 문화가 워라밸과 같은 시대정신에 역행한다는 부분도 두려움의 하나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건 유저들의 마음을 얻는 것 같다. 소비자들이 좋아할 제품을 찾는 건 항상 쉽지 않기에 계속해서 테스트하는데, 스티브 잡스는 그러한 답을 앞서서 잘 찾는 것 같아 부럽다.
토스 다큐에서 보듯 일관되게 느끼고 있는 것은 개인을 믿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토스에는 40개의 사일로(팀)가 있다. 각자 스스로 정한 목표가 있는데 이를 달성하는 팀은 2팀뿐이다. 나머지 38개는 실패한다. 95%가 성공하지 못하는 거다. 그런데 그런 부분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익숙하다. 좌절하지 않고 담담하게 다시 또 나아간다.
갈아 넣는다는 말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타의적으로 된다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온전히 자발적 선택이고, 토스 멤버들은 단순히 처우나 보상 문제보다도 일에 대한 의지가 있다. 초기 창업가는 주 100시간 이상 꿈에 차서 즐겁게 일한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갈아 넣는다고 생각할까? 오히려 창업을 11년 동안 하면서 봤을 때는 돈 몇백억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뭉친 팀은 1년 이상 가지 못하더라.
고독한 창업자로서의 멘탈케어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효과가 오는 즉효약은 사람이다. 힘이 되는 사랑하는 사람, 가족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충전을 한다. 장기적으로는 내가 왜 이 일을 하기로 했나를 생각해보고, 그저 빨리 그 일을 하는 것이다. 내 현 상황과 이상의 괴리 그리고 불일치를 보면서 끈기 있게 달성하고 해내는 부분이 유일한 방법이지 싶다.
윤리 이슈에 있어서는 장기적 관점의 성공에 포커스를 맞춘다. 단기적으로 생존도 필요하지만 멀리 가는 고객 지향과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기조로 하고 있다. 관련 이슈를 포함해 내부적으로 완전하고 투명한 공유와 개방이 중요한 이유다. 핵심 임원뿐만 아니라 새로이 합류한 멤버들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의사결정의 방향과 판단 기준이 된다. 토스에서는 전사 회의를 하는데, 멤버들이 나에게 “지금의 토스는 돈을 추구하는 것 같다”고 공개 클레임을 건 것이 3번 있었다. 그때 제품 개발을 몇 주 멈추는 한이 있더라도 문화에 대한 부분을 해결하자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한 경험이 구성원에게는 크게 작용한다. 우리의 지향점에 대해 알게 된다.
왜 사업을 하는지 이유가 중요하다. 계속 끈기 있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새겨야 한다. 훌륭한 투자자일수록 진정성을 본다. 아이템이 바뀌어도 팀의 목표는 그대로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사업에 있어서 운이 95%라고 생각하기에,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
나 역시 핀테크라는 단어에 대해서조차 완벽하게 몰랐다. 다만 특정 산업의 불편함에 집착하는 화이트 불편러 정신이 필요하다. 똑똑해서가 아니라 그걸 보고 사업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는 그런 데서 나온다. 또한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와 반골 기질 역시 중요한 자질로 본다.
당연히 자율과 책임이 그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지 않은 사람을 뽑으면 된다. 토스가 내부의 모습을 생 날 것으로 보여주는 이유도 같다. 우리는 컬처 인터뷰를 하는데 이야기를 정말 터놓고 하고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봤다는 피드백도 많다. ‘왜 열심히 사는가’라는 질문도 있다. 서로 맞는 회사여야 서로 행복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런 과정을 거쳐 뽑아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도 법 없이도 사는 도덕성과 자신의 목표와 성장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100% 신뢰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토스 이승건 대표는 “결국 기업가는 무엇보다 세상에 풍요를 공급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지만 기업가는 물자와 서비스를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지속 가능해야 하니 매출을 내는 것이지만, 세상이 필요로 하는 걸 가져온다는 관점으로 쭉 가야 한다는 뜻이다. 생소하거나 모르던 답변은 아니지만 본질과 가장 맞닿아 있었다.
무엇보다 2018년 기자 시절 핀테크 콘퍼런스에서 증권업 진출을 선언할 때 보았던 이승건 대표의 모습과 또 달랐다. 너무 힘주지 않고 담담하게 말해도 충분히 임팩트가 있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개인과 조직 모두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다른 차원의 ‘슈퍼 앱’을 향해 가고 있기에 그렇지 않을까. 귀한 이야기를 건네주신 이승건 대표님과 최대한 부드럽게 말씀을 이끌어 내주신 최성진 대표님께도 감사드리며, 토스의 행보를 응원해본다.
류태준 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