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광고대행사에서 AE로 일하고 있는 느낀표입니다.
지난 글 <광고대행사 AE의 직무소개>에 이어서 이번에는 AE의 주요 업무 세 가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AE 직무 이야기 시리즈를 추천하는 대상
– 광고 대행사 업계로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
– AE직무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대학생분들
– 세상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알아보는 단계인 학생분들
– 광고업계의 업무 프로세스를 한 번에 보고 싶은 광고계 주니어분들
주의! 3년 차 AE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글을 썼습니다.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있음을 유의해주세요.
AE의 업무는 정말 다양하지만, 이번에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눠서 구분을 해봤습니다.
하나의 광고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경쟁 PT 등을 준비하는 단계,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실제 광고 제작 및 송출을 하는 관리 단계, 프로젝트의 마무리로 결과를 보고하는 단계입니다.
단계별로 어떤 일을 하는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AE의 핵심 업무는 프로젝트 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먼저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합니다.
광고가 필요한 광고주는 몇몇 회사에 RFP(Request For Proposal)라는 자료를 전달합니다. 이 자료에는 광고주의 상황, 광고주가 필요로 하는 것, 요청사항 등이 담겨있습니다. RFP를 받은 광고 대행사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제안서를 만들어 광고주에게 PT를 합니다. 보통은 복수의 광고대행사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놓고 경쟁을 하기 때문에 경쟁 PT라고 부릅니다.
광고대행사에서는 가장 흔한 업무이고, 시간과 공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맨 처음 광고주에게서 경쟁 PT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연락이 옵니다. 연락은 회사 임원과 광고주의 인연으로 따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고, 광고주 측에서 후보를 물색한 후 연락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여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RFP를 보내옵니다. 하지만 RFP 자체로는 상황을 충분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때 AE의 역할이 시작됩니다.
해당 경쟁 PT의 담당 AE가 정해지면, AE는 회사를 대표해서 광고주와 사전 미팅을 가지기도 합니다. 미팅을 통해 배경 상황, 광고주의 내부 이슈 및 업계 동향에 대한 정보 등 제안서 작성에 도움이 될 정보를 받아옵니다.
AE는 이런 자료를 정리해서 제작, 매체 팀 등과 킥오프 미팅을 합니다. 이때 보통은 각 팀에서 인력을 차출해 TF팀이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AE가 정리한 자료에는 브랜드에 대한 소개, 시장 상황, 경쟁사 브랜드 조사 등 팩트들이 주로 담깁니다.
회의를 통해 광고의 컨셉, 전략 등에 대한 아이디어가 디벨롭됩니다. 물론 경쟁 PT 마지막 날까지 계속해서 뒤집어지고 새로 시작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전반적인 컨셉이 잡히면 제작 팀은 어떤 카피와 비주얼이 담길지 보여주는 시안을 만듭니다. 매체 팀은 그 광고물을 어떤 매체에 송출할지 기획합니다. AE는 이 모든 과정 전반에 관여하며, 동시에 제안서의 앞부분에서 컨셉과 전략의 당위성을 담은 기획서를 만듭니다.
기획파트, 광고 시안, 매체 전략 등이 포함된 제안서가 만들어지면 이를 광고주에 제출하고 경쟁 PT를 진행하게 됩니다.
PT의 결과는 빠르면 당일, 늦으면 몇 주 뒤에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쟁 PT를 준비하는 데 짧으면 1주, 길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결과가 승리/패배로 명확히 나타나기 때문에 좌절과 희열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경쟁 PT를 준비하는 시간에는 유독 바빠집니다. 일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일들에 더해서 제안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야근도 잦아지고, 새로운 컨셉과 전략을 개발해야 해서 머리가 많이 아픈 시간들입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한 뒤에는 실제로 광고를 제작하고 송출하는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광고는 제작 팀에서 만들고 송출은 매체 팀에서 하는 것이니 AE가 할 일이 뭐가 있겠나 싶지만 막상 일을 하면 신경 써야 할 일이 태산입니다.
특히나 광고주의 스케줄에 맞춰 광고를 제작하고, 약속된 기한에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서 여러 유관부서와의 협업이 극대화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함께 일하게 되는 조직이 더 다양해지는데요.
제작팀은 외부 프로덕션과 상의를 통해 구체적인 촬영 일정과 내용을 정합니다. 외부 프로덕션은 실제 촬영을 진행하는 감독 및 스태프로 구성된 집단을 이야기합니다. 광고대행사 내부의 제작팀은 광고 시안, 카피, 비주얼 등을 기획하고, 실제 촬영은 외부 업체와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촬영 자체가 워낙 전문적인 분야이고 인력도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광고대행사 내부에 프로덕션 인력이 있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이 과정은 주로 Creative Director라는 직함의 제작팀 총괄 역할을 맡은 분께서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체 팀도 외부 업체들과 협력하여 일을 합니다. 광고대행사 내부 매체 팀은 광고 소재를 어떤 채널에 얼마큼 틀 때 가장 효율적 일지를 고민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면 실제로 광고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데요, 이때 미디어 렙사라고 하는 조직과 함께 일하게 됩니다.
미디어 렙사는 Media Representative의 약자인데요, 각 매체의 광고 상품을 판매 대행하는 곳입니다. 예를 들면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 TV에 광고를 진행한다고 하면, 광고대행사에서 직접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회사의 광고 구매 페이지에서 구매를 할 수도 있지만, 미디어 렙사라는 곳을 통해서 구매를 하는 것입니다. 집행하는 미디어의 양이 많아지면 관리가 어렵고, 광고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복잡하고 전문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광고 구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미디어 렙사가 존재합니다.
이렇게 광고대행사 역시 협력업체와 함께 일하다 보니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AE는 이 전반적인 과정에 관여하면서 광고주에게 상황을 전달하기도 하고, 광고주의 요청을 다시 각 부서에 전달하기도 합니다.
예정된 기간 동안 광고를 집행하면 그 성과를 보고하는 단계가 남습니다. 보고의 수준은 상황마다 천차만별입니다. 광고비, 광고 기간, 광고의 노출 수 등 팩트만 나열한 결과 보고서도 있고 한 층 깊이 있게 들어가 광고의 효율, 광고비와 매출의 상관 관계 분석, 더 효율적인 광고 집행을 위한 개선점 등을 보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보는 데이터는 매체와 관련된 데이터입니다.
TV광고에서는 GRP라고 불리는 총 광고 시청률과 Reach라고 하는 도달률 등이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고 디지털 광고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지표들, CPC(Cost Per Click – 클릭당 비용), CPV(Cost Per View – 조회당 비용), VTR(View Through Rate – 조회율), ROAS(Return On Ad Spend – 광고비 대비 매출) 등이 있습니다.
이런 지표들은 AE가 직접 구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보통 미디어 렙사에서 제공을 해옵니다. AE는 이러한 내용들을 이해하고 광고주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데이터를 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지표들을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소비자의 인식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검색량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었는지, 매출과 광고비 간 상관 관계가 있는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광고 양의 비중은 어떠했는지 등 데이터 이면의 의미를 도출해낸다면 훨씬 더 깊이 있고 광고주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AE의 핵심 업무를 세 가지로 단순화해서 정리해봤는데요, 이 일들을 하다 보니 필요한 역량이나 스킬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프로젝트 수주 단계에서는 제안서를 쓰기 위한 정보수집 능력과 이를 통해 설득력 있는 컨셉과 전략을 도출해내는 기획력이 필요합니다.
정보수집 능력은 트렌드, 산업과 관련한 정보, 경쟁사 동향 등을 빠르고 깊이 있게 수집하는 능력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쟁 PT에 참여한다고 하면 커피 프랜차이즈 경쟁사, 커피시장, 원두 및 커피 추출에 대한 지식 등 공부를 해야 할 내용이 많습니다. 이 정보들을 빠르게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우려면 기본적으로 정보 수집이 빨라야겠죠.
평소에 양질의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사이트 등을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트렌드 리포트 등을 구독해두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기획력은 조금 모호한 영역인 것 같습니다.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팔릴 수 있는, 광고주가 납득할 만한 컨셉과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요. 이때 가장 보편적인 능력은 논리력인 것 같습니다. 개인의 감과 경험은 연차가 쌓여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라 논외로 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논리적인 기획서를 쓰기 위해 평소에 글쓰기 연습이나 요약 연습을 합니다. 브런치에 쓰고 있는 월요 콘텐츠 클리핑이 그런 연습의 일환이에요. 또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도 한 브랜드의 전략을 추측해보고 제 나름대로 기획 의도를 글로 써보는 연습입니다.
관리 단계에서는 일정 관리 능력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팀들과 일을 해야 하는 시기이고, 최종 마감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모든 일들이 제시간에 딱딱 맞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AE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일들을 정리하다가는 놓치는 일이 꼭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업무관리 툴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 링크는 제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 정리해뒀던 업무관리 툴 활용 방법인데요, 계속해서 업데이트 중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션을 활용해서 개인 일정과 업무 관리를 하고 있는데 업무 효율이 많이 높아졌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숫자와 엑셀 등 오피스 프로그램 사용법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산을 관리해야 하는 일도 있고, 매체 운행 결과 보고서 등에 있는 숫자를 이해하고 광고주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이 그다지 필요하다고 느끼지도 않고, 실제로 취득을 하지도 않았는데요. 실무를 하다 보면 엑셀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지만 대학생 때 엑셀에 미리 익숙해지고 싶다 하시는 분들에게는 컴활 자격증에서 엑셀 파트를 공부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AE의 업무를 세 단계로 단순화해서 조금 자세하게 살펴봤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많은 일이 있지만 나름대로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업무들을 추렸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AE, 기획자로 일하며 자주 참고하는 사이트와 구독 서비스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느낀표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