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라고 하면 보통 디자인적인 측면만 생각하기 쉬운데, 문구 하나에도 사용자 경험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렇게 ‘텍스트를 통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UX writing‘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에러 메시지, 버튼 등 텍스트가 특히 중요한 다양한 사례들이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플레이스홀더‘ 메시지를 주제로 정리해볼까 합니다.
‘플레이스홀더‘ 는 앱/웹 서비스 기획자라면 익히 들어봤을 용어입니다. 잘못 사용될 경우 서비스 심미성/사용성을 해친다는 의견도 있으나, 잘 활용한다면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좋은 트리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 플레이스홀더 : 텍스트 입력 필드 안에 새겨져 있는 짧은 도움말
검색, 회원 가입 등 앱 내 다양한 텍스트 입력폼에서 사용될 수 있는데, 이를 몇 가지 유형별로 나눠 살펴보려 합니다.
첫 번째로, 질문을 통해 고객에게 원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사례입니다.
[클래스 101]은 온라인 클래스 서비스입니다. 홈 메뉴의 검색 메뉴에서는 “찾으시는 취미가 있으신가요?“라는 텍스트를 통해,
1) ‘이 서비스를 통해 당신의 취미를 찾을 수 있다’라는 서비스의 가치를 알려줌과 동시에
2) 앱 안의 클래스를 검색하고 둘러볼 수 있도록 ‘행동을 유도’ 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서비스인 [탈잉]이나, [네이버 지식인엑스퍼트]의 사례처럼 “검색어를 입력하세요“라는 식의 문구는 가장 기본적이고 무난한 문구이긴 하지만, 사실 유의미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없어도 크게 문제될 게 없죠. 단순히 고객이 ‘지금 해야 하는 것’을 강조하는 문구로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가치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스홀더 메시지를 통해 유사한 서비스 간의 서로 다른 ‘서비스 지향점’ 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왼쪽)과 트위터(오른쪽)의 차이가 재미있는 사례입니다. 페이스북의 경우 ‘유저의 생각’을 묻고 있고, 트위터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경우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보다는, 생각의 방향을 유저의 안으로(나의 생각) 향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페이스북은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SNS라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플랫폼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요. 이런 문구 하나에서도 그런 지향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트위터의 경우, 내가 입력해야 할 텍스트에 대한 생각을 ‘외부의 사건(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으로 향하게 만듭니다. 트위터는 실제로 현재 어떤 사건이 이슈가 되고 있는지 가장 빠르게 전파되는 SNS로 꼽히고 있죠.
플레이스홀더 메시지를 통해, 검색 할 수 있는 범위를 안내해 줄 수도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 최근 앱 업데이트를 통해 ‘검색’ 기능을 탭바에 둘 정도로 검색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입니다.
검색창 플레이스홀더 메시지를 통해 ‘메뉴명’ 검색과 ‘가게명’ 검색이 가능하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없다면, 새롭게 생겨난 검색이라는 메뉴에서 무엇을 입력해야 할지 혼란이 올 수 있겠죠.
각종 수공예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아이디어스]의 경우, 플레이스홀더 메시지를 일종의 광고메시지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신학기를 검색해보세요”라는 식으로, 시즌 이슈에 해당하는 검색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길찾기부터 대중교통 시간표 검색까지 다양하게 사용되는 [네이버 지도] 서비스입니다. 네이버 지도의 경우 검색 메뉴를 통해 ‘장소’를 검색할 수도 있고,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및 주소를 직접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검색 카테고리 겸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저를 생각하게 만들고 작성하기 어려운 입력폼에서, 플레이스홀더를 통해 가이드를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서비스에서 의도하는 바를 유저가 정확하게 입력할 수 있도록 하거나, 유저의 어려움을 해소해주어 참여를 이끄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저들의 기업 리뷰를 볼 수 있는 플랫폼 [잡플래닛]의 리뷰작성 페이지입니다. 해당 기업에서 부서 혹은 팀 단위로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에 대해, 듣고 싶은 대답 유형을 예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소 모호할 수 있는 질문을 플레이스홀더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네요.
화장품 리뷰 서비스 [화해]의 리뷰 작성 페이지입니다. 제품의 ‘좋았던 점’으로 사용감과 함께 어떤 피부 타입에 추천하는지, 가격과 용량은 어떠한지 등 상세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이드 메시지가 없다면 중구난방의 리뷰가 작성되어 유의미한 리뷰가 될 수 없겠죠.
텍스트가 많아져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이렇게 유저가 입력하는 글이 서비스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경우라면 심미성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명확한 가이드를 주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당근마켓의 ‘일자리 동네홍보’ 게시글 작성 페이지입니다. 전화번호는 ‘실제 연락할 수 있는 번호’를 적어야 하고, 근무지 주소는 ‘근무자가 실제 일을 하게 될 주소’를 적어야 한다는 가이드를 주고 있습니다. 혹시 사업장이 여러 개 있거나, 본사와 근무지가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이런 가이드를 적어놓는 게 의미가 있겠죠.
이처럼 플레이스홀더 메시지는 유저의 혼란을 방지하고, 프로세스 진행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겠다는 의도로 작성하면 오히려 복잡함만 가중할 뿐입니다.
[리멤버]의 명함정보 직접입력 페이지입니다. 플레이스홀더 메시지가 모든 입력폼에 들어가 있지만, 단순히 레이블의 내용을 한 번 더 작성한 것에 불과합니다(이름-이름 입력). ‘이름’ 란에는 당연히 이름을 입력하겠죠. 안 그래도 입력 항목이 많아 보이는데, 텍스트까지 많아서 더 복잡해 보입니다.
차라리 이 많은 항목을 입력하게 독려할만한 문구를 적어놓는다든지, 휴대폰 번호는 – 를 포함해야 할지 등의 가이드를 주거나, 필수로 입력하면 좋은 항목 등을 간단히 적어 놓았으면 어떨까요?
이에 대해, [마이크로카피-UX 디자이너의 글쓰기]의 저자 킨너렛 이프라는 플레이스 홀더를 꼭 사용해야 할 때를 크게 2가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1. 사용자가 꼭 작성하기 원하는 입력 필드 예: 홈페이지의 검색 창, 제품의 주된 목표에 기여하는 입력 필드(페이스북의 상태 입력 필드 등)
2. 사용자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피하거나, 꺼릴 것 같은 입력 필드
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열린 질문, 확실한 대답을 하기 어려운 문제 등
플레이스홀더 메시지는 텍스트 입력이라는 유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상황에서, 참여를 유도하는 좋은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짧은 문구 하나만으로도 사용성을 높일 수 있다면, 매우 효율적인 장치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습관적으로 단순히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 남용되는 경우는 없어야겠습니다.
나노 UX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