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실무자는 달라도 뭔가 다르다. 자신의 일에 대한 생각과 태도에 대한 진정성이 묻어나고, 뭔가 바쁘면서도 때로는 한가로워 보인다. 또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최대한 알려고 노력한다. 게다가 기왕이면 누군가와 연대하는 것을 자처한다. 그런데, 이러한 겉으로 보이는 특징은 갖고 태어난 기질과 연관성이 높다. 쉽게 따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 약간의 후천적인 노력은 필요하지만, 습관화하면 가장 좋을 만한 습관은 없을까.
우리의 커리어는 정해진 레벨 업 수순이 있다. <실무자 – 책임자 – 대표자>,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판에 끼어든 이후에는 다음 단계로 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연한’이 사라졌지만, 조금이라도 해당 단계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첫 단추가 될 수 있는 실무자 레벨에서 ‘일의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 그 기본기가 책임자가 되고, 대표자가 된 이후에도 몸에 배어 가장 자연스럽고, 다른 곳에서도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 기본기는 절대 특별하지 않다. 그걸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다루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클래스가 결정되는 것이다. 모두에게 추천하는 것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다. 우리가 늘 직장에서 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그에 필요한 말 또는 글을 정확하게 알고, 정확한 타이밍에 적절한 형태로 사용할 줄 아는 것이다. 그걸로 함께 일하는 누군가에게 별것 아니지만 큰 호감을 불러올 수 있다. 아니, 적어도 비호감을 사지는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정말 필요한 말을 필요할 때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축구 선수에게 공을 다룰 수 있는 트래핑으로 드리블, 슛, 패스에 대한 감각이 길러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직무상 관계된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과 기술이다. 직무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신에 점차 회사나 주변으로부터 요구받는 것들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지식을 계속해서 찾고, 탐구하고 개발하는 의지가 함께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애매한 것이 ‘잘’이라는 부분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해 직무에 상관없이 공통된 부분은 ‘일이 미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과 일에 내가 밀리지 않거나 끌려가지 않는 것‘이다. 일종의 일의 진도와 질적인 부분의 유지 및 개선을 위한 일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나의 관리를 말한다.
실무는 모두가 하고 있다. ‘실무자’가 따로 있고, ‘관리자’가 있는 곳도 있지만, 그건 극소수에 불과한 몇몇 공기업뿐이다. 소위 도장 찍는 사람과 그 도장을 찍힐 문서상의 내용을 작성하는 이들로 나누어진 조직 말이다. 보통의 조직은 대표를 포함하여 모두가 실무를 하고 있다. 대신에 각자의 위치에서 말이다. 그래서, 아래의 세 가지를 꼬박꼬박해야 한다. 그럼, 위에서 말한 ‘일에 내가 끌려가거나, 일이 미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늘 3~4주 단위로 각각의 업무(해야 하는 일)에 대하여 함께 하는 이들과 상호 합의된 Due-Date(or Dead Line)를 생각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은 수시로 바뀌고 그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각보다 이런 합의가 충분히 되지 않아 서로 알고 있는 해당 업무의 진도가 다른 경우가 다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크로스체크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에 대한 약속이 없으니까, 다들 ‘빨리만’ 하려고 하는 등의 우매한 접근을 한다. (그런데, 누구도 왜 빨리해야 하는지 모르고, 얼마나 빠른 것이 빠른 것인지에 대한 정의도 없이, 그냥 빨리만 하고 있다. 그건 빠른 게 아니라, 급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 여유 시간 및 에너지를 전체 분량 중 30~40%로 관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점차 나이가 들고 떨어지게 될 ‘회복 탄력성’이라는 것을 고려하기도 하고, 경험이 쌓여 나도 모르게 나오게 될 게으름에 대비하고 대처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오늘과 내일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안배하기 위함이다.
‘업무 진척도의 수시 체크’를 통해 하루 업무 시간 중 30분~1시간 내외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때 주로 해야 하는 것은 평소에 늘 봐야 하는 업무와 관련된 여러 자료와 데이터, 뉴스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특히 업무 관련성이 높은 뉴스레터를 포함하여 일에 필요한 다양하지만 짧은 시간에 소화 가능한 글, 책, 영상 등을 섭렵하고 정리하며 나만의 디렉터리(또는 아카이빙)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단순히 ‘저장만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방법으로는 ‘숲속의 다람쥐가 도토리를 숨겨놓는 꼴‘이 된다.(영영 못 찾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머릿속으로 기억하려고만 하지 말고, 일정한 방법과 적절한 공간에 기록할 수 있도록 한다. 어디든 좋다. 디지털, 아날로그 등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소화해보는 것이다.
이를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고 듣게 된 것들을 기억하는 내용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그로 인하여 일에 대한 디테일이 더욱 깊어지고, 또한 내 방식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일 관련한 자신의 주관(생각) 확립’에 도움 된다. 또 최소한 알아야 하는 시장의 흐름, 상황, 앞으로 예상되는 여러 리스크 등도 함께 파악하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관점을 가질 수 있다.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내 식대로 나만 볼 수 있게 정리하는 것’은 여전히 파워풀하지 않다. 적어도 ‘함께 일해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는 모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시로 완성된 하나의 글 또는 슬라이드 등으로 바꿔서 많은 이들에게 쉽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답은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간혹 자신의 노하우 유출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내가 고생해서 얻은 무언가를 왜 남들에게 무상으로 주는가”라고 말이다. 그런데, 배워서 남 주는 게 맞다. 그래 봐야 가져가는 이들만 가져간다. 그걸로 완벽한 복제는 이뤄질 수 없다. 그게 누군가의 중요한 레시피라고 할지라도 그 레시피를 누가 하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걸 ‘다르게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것을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이를 남에게 내 전문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일종의 사내에 유통될 보고서를 외부용으로 쓴다고 생각하면 쉽다. 여기 브런치를 포함하여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디든 접근하기 쉬운 것을 활용하면 된다.
단 콘텐츠 속에 업계 및 직무마다 뽐낼 수 있는 내용, 그에 어울리는 형태가 있지만 가장 쉬운 것은 ‘하나의 완성된 글 또는 슬라이드’이다. (유튜브가 있지만, 다소 난이도가 있어 바로 그쪽으로 가라고 권하기는 어렵다.) 거기에 내 이름표를 붙여 계속 발행하다 보면, 어느덧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전문성을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일 잘하는 이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일에 맞춰서 자신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이들일까‘,
아님 ‘자신에 맞춰 일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이들일까‘.
전자보다는 후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후자는 자신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운영한다. 단, 오늘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오늘 안에 내일과 다음 주 등의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의 활동도 함께 담겨있다. 이 모든 것은 결정적으로 일에 절대 끌려가지 않기 위함이다. 또한, 일에 써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 등을 완전히 소진하지 않으며 자신을 잘 지켜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우리 각자의 위치에서 실무를 다루는 기본기를 잘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직스쿨 김영학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