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마케팅팀 신선철 팀장 인터뷰
디지털 툴을 사용해 새롭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하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최근 패션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속해서 대두되던 이슈가 코로나 이후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나이키 CEO 존 도나호는 “모든 기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에겐 선택지가 없다. 물론, 두렵고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도입해야 한다고 외치고, 도입하고자 하지만 아무도 ‘어떻게’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하지 못하는 상황.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아웃도어 브랜드는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을까. 모비인사이드에서 K2 마케팅팀의 신선철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코로나 이후 등산이나 골프 등 아웃도어 스포츠 활동이 주목을 받으면서 MZ세대가 아웃도어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생겨나고 있는 거죠. 이렇게 한층 다양해진 고객층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진행 속도 또한 이전보다 빨라졌죠. K2 또한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추어 점진적인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우선 RFID 시스템을 생산, 물류, 매장에 이르기까지 전 유통과정에 도입했습니다. 매장에서 RFID를 사용하니 실사 시간은 절약하면서도 재고 수량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고객 판매에도 RFID를 적용하면서 상품별 판매 추이, 고객별 구매 이력 등 다양한 빅데이터 축적이 가능해졌죠.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를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패션 트렌드와 제품별 구매 고객 특성, 선호 상품 등 세분화된 구매 고객 정보를 통해 도출한 인사이트로 히트 상품 적중도를 높여왔죠. 예전엔 막연히 판매율만 보고 작년에 판매율이 높았던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기획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빅데이터를 보고 기획단계부터 타겟층을 더욱 정교화하기 시작한 겁니다.
올해 출시했던 하이킹화 ‘플라이하이크 큐브’라는 제품이 그 예시인데요. 일반적으로 K2의 메인 타겟은 4050입니다. 그런데 작년에 히트 쳤던 ‘렉스’라는 제품의 판매 데이터를 보니 30대 초반에서 가장 구매가 많이 일어났더라고요. 이를 보고 이제 K2가 젊은 층에게도 어필되기 시작했다는 결론을 도출해, 올해엔 보다 더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제품인 ‘큐브’를 출시했습니다. 마케팅적으로도, 기능성이 좋은 것은 물론 가벼워 일상에서 신기 좋은 하이킹화라는 점을 강조했죠. 그리고 큐브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습니다. 없어서 못 팔 정도였으니까요.
말씀 주신 대로 판매 채널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아무래도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아웃도어 시장 자체가 오프라인 중심이기도 하고, K2는 현재 매출의 90%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나오고 있을 만큼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회사라서요. 그래서 자칫 온라인 사업이 오프라인 매장을 쇼윈도우화 시키게 될까 무척이나 경계하고 있고, 오프라인과의 상충 여부가 온라인 사업의 최우선 고려사항인 만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어려움이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부딪히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온라인 부문을 강화해 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매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판매하지 않는 온라인 전용 상품을 출시한다거나, 스트리트 감성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NSAD를 런칭한 것이 그 사례입니다. 특히 NSAD의 경우, K2에서 처음으로 런칭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인데요. 현재 자사몰과 무신사 등에 입점해 있으며, 20대 남성을 메인 타깃으로 온라인 시장을 공략해 나갈 예정입니다.
신규 유입되는MZ 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중심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SNS채널, 카카오톡 채널 운영, 온라인 바이럴은 물론 디지털 광고, 유튜버 협업, 모바일커머스 플랫폼과의 협업 등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 생산하고 있죠.
MZ세대 타겟 마케팅은 기존 ‘아웃도어’ 하면 떠올리던 부모님 등산복, 아재 등산복 패션 등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등산’이 2030의 새로운 취미로 자리 잡은 만큼, 트렌드에 맞는 세련된 아웃도어 이미지를 주고 싶어요. 이에 아웃도어 인플루언서로 이루어진 ‘K2 크루’를 통해 실제 K2 제품 착장 이미지를 게시하거나, 영하이킹을 보여주는 화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세련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자 노력하고 있죠.
더불어 아무래도 K2는 아웃도어 브랜드다 보니까, 오프라인에서의 ‘체험’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는데요. 이에 MZ세대가 K2라는 브랜드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호감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체험 마케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의 체험이, 온라인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죠.
2017년부터 지금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하고 K2 클린백 SNS 캠페인을 들 수 있는데요. ‘작은 쓰레기까지 되가져오자’라는 의미로 K2 클린백을 제공하는 캠페인입니다. 사실 클린백 캠페인의 경우, 처음부터 온라인 캠페인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산에 쓰레기가 많으니 어떻게든 해결해보자 하는 마음에서 산 입구에서 클린백을 나눠 주고 인스타에 인증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던 거죠. 그런데 아무래도 참여 연령층이 높기도 하고, 지엽적으로 이뤄지니까 단발적인 이벤트로 인지될 뿐 캠페인 Theme을 알리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온라인에서 MZ세대 대상으로 신청을 받고, 클린백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서 신청하고, 실제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며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한 거죠. 그런데 아무래도 MZ세대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기도 하고, ‘인증’ 문화로 바이럴이 빠르다 보니 K2 클린백이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지금은 아웃도어를 즐기는 ‘등린이’라면 꼭 하나쯤 있어야 하는 필수템으로 자리 잡게 되었죠.
또, 코로나 이전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던 대표 하이킹 프로그램인 ‘어썸하이킹’을 올 상반기에는 ‘온택트 어썸하이킹’이란 이름으로 비대면으로 진행했는데요. 별도의 어썸하이킹 인스타 계정에서 미션을 주면 참가자 개인이 오프라인 산행을 하면서 미션을 수행하거나 다양한 리뷰 이미지를 업로드할 수 있게 하는 식이었습니다. 온오프라인 상에서 ‘따로 또 같이’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만들었더니, 높은 사전 신청율과 함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웃도어 패션 쪽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가장 늦게 진척될 분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사람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부분이 많아 데이터 적용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기획-생산-마케팅-판매라는 일반적인 프로세스에서 기획 및 생산 분야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아웃도어 패션 쪽은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가 거의 1년이 걸립니다. 지금 상품을 기획한다고 할지라도 판매는 1년 뒤에 이뤄진다는 거죠.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하고, 1년 후까지 유지되리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현재 핫한 트렌드로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기엔 리스크가 큽니다. 앞서 말씀드린 ‘큐브’의 경우엔 MZ세대의 아웃도어 시장 유입이 거대한 흐름이었기에 적용시킬 수 있었지만, 모든 트렌드가 그렇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아웃도어 시장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아직 갈 길이 멀기도 했고, 빠르게 이뤄지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위 같은 이유로 판매 주기가 짧은 SPA 브랜드보다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늦어질 수밖에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제품 라인이 영하게 나왔을 때, 아무래도 새로운 시도다 보니까 이게 시장에 통할까, 하는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광고 성과나 매출 등을 통해서 새로운 시도가 통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어떻게 해야 할지 작년보다는 감이 잡히기도 했고요. 그래서 올해는 그 부분을 더욱 업그레이드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 시도들을 성공적으로 끝마치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 올해 제품이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MZ세대가 K2를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되고, K2 또한 MZ세대에 더더욱 다가가기 위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하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하반기 잘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