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입니다. 2020년 조사에서는 전체 인구 5,178만 명 중 4,319만 명(83%)이 유튜브를 월평균 17일/30시간 동안 사용한다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죠. 이는 카카오톡의 2배를 웃도는 수치이며, 연령대가 낮을수록 이용 시간이 많다는 점에서 유튜브는 미래에도 가장 오래 사용하는 미디어 서비스로 살아남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유튜브는 어떻게 사용자들을 사로잡는 것일까요? 오늘은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해온 유튜브의 영상 경험을 간단하게 분석하려 합니다.
사용자는 유튜브에서 볼만한 영상을 찾고, 보고, 좋고 나쁨을 평가하거나 댓글을 남기고, 또 다른 영상을 찾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콘텐츠/서비스 소비의 패턴입니다. 커머스에서도 사용자는 상품을 찾고, 구매하고, 평가하고, 다시 찾는 과정을 반복하죠. 카카오톡에서도 사용자는 친구를 찾고, 채팅하고, 이탈하고, 다른 상태를 찾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여기서 유튜브는 경험과 평가/참여의 간극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영상을 보며 댓글을 달고, 평가하며, 다른 콘텐츠를 찾을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죠.
이는 일반적인 서비스에서 경험과 평가/참여/탐색의 동작이 분리되는 것과, 구별되는 유튜브만의 사용자 경험입니다. 그렇기에 오늘은 유튜브의 UX를 탐색 > 경험/평가&참여&탐색 > 연결의 3단계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탐색 단계에서 사용자는 다양한 콘텐츠를 비교하며 자신이 시간을 들여 볼 만한 영상을 찾습니다. 화면 크기의 제약을 받는 모바일 앱에서 사용자는 스크롤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소수의 정보만을 읽고 ‘동영상의 가치’를 평가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튜브는 짧은 시간에도 콘텐츠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가독성 높은 정보를 만들 수 있는 것일까요?
일반적인 콘텐츠는 선택해야만 체험할 수 있습니다. 브런치도 섬네일/제목을 보고 클릭하면, 글이 펼쳐지죠. 하지만 이는 사용자의 전환 비용을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클릭 > 경험 > 뒤로 가기의 과정이 몇 초 혹은 몇 분 이내에 이루어지지만, 이미 빠른 전환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이러한 과정도 최소화하는 걸 추구합니다.
그렇기에 유튜브는 콘텐츠를 탐색하는 영역에서도 1~2초 정도 사용자에게 노출된 메인 콘텐츠가 있을 경우, 이를 자동 재생시킴으로써 콘텐츠를 체험하게끔 유도합니다. 사용자는 페이지 전환 없이 콘텐츠를 체험함으로 선택 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죠. 마치 첫 달 무료 체험 서비스와 유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조회 수와 게시 일을 보여줍니다. 보통 사용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기반으로 가치를 평가합니다. 그렇기에 동영상의 시청 수는 굉장히 중요한 지표입니다. 특히 게시 기간 대비 조회 수가 높을수록, 동영상의 신뢰도는 증가하죠. 시청 수는 객관적 지표이기에, 주관적인 평가가 포함되는 ‘좋아요/싫어요’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콘텐츠의 가치를 전달합니다.
유튜브는 일반 동영상, shorts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일반 동영상에도 새로운 영상, 다운로드한 영상 등 다양한 성격의 콘텐츠가 있죠. 하지만 사용자들이 주로 기대하는 콘텐츠는 ‘구독한 유튜버의 새로운 영상’입니다. shorts 등은 사용자에게 서브 콘텐츠입니다.
그렇기에 유튜브는 노출 형태를 통해 콘텐츠를 구분 시켜 줍니다. 구독한 유튜버의 새로운 영상은 N*1 형태로 크게 노출하는 반면, shorts는 1*N 형태입니다. 핵심 탐색 동작인 스크롤에서 1*N 형태의 shorts는 자연스레 노출 영역이 축소됩니다. 반면 shorts에 관심을 가지는 사용자는, 스크롤을 멈추고 ‘스와이프’를 하면 되죠. 이렇듯 유튜브는 노출 형태/수행 동작을 통해, 사용자가 콘텐츠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사용자는 탐색을 통해 영상을 선택하고 본격적으로 시청합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콘텐츠 평가와 탐색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막상 영상이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부정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을 수 있죠. 반면 콘텐츠가 좋아서 공유하거나 댓글을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는 이러한 행동들이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 최대한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사용자가 자동 재생된 섬네일 영상을 몇 초~몇십 초 정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제대로 봐야지 하는 마음에 영상을 클릭하죠. 이때 유튜브는 자동 재생된 구간을 이어서 보여줍니다. 만약 영상이 처음부터 재생되었다면, 사용자는 자신이 보고 싶던 구간을 탐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지도 모릅니다. 롱프레스+드래그를 통해 자신이 보던 부분을 찾는 동작은, 영상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행동입니다.
그렇기에 유튜브는 사용자가 영상을 선택할 때 보이던 구간을 그대로 재생시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시청 맥락을 이어갈 수 있고, 혹시나 처음부터 보고 싶다면 간단한 클릭 1번으로 해결할 수 있죠.
탐색 과정에서 사용자가 받아들인 정보는 자동 재생 영상/시청 수/기간이 전부입니다. 추천/비추천의 구체적인 평가와 댓글 수 등 훨씬 구체적인 소셜프루프는 확인할 수 없죠. 그렇기에 유튜브는 영상의 하단에 추천/비추천, 시청 수, 조회 수, 댓글 수 등의 정보를 노출합니다. 사용자의 콘텐츠 평가를 최대한 빠르게 유도하여, 재미없는 영상에 헛된 시간을 쏟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죠. 빠른 콘텐츠 평가/전환을 돕는 유튜브의 UX는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시청 시간과 콘텐츠 퀄리티의 비례 관계를 강화하여, 추천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입니다.
SNS 등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평가와 댓글 달기는 굉장히 기본적이고 중요한 활동입니다. 단순히 콘텐츠를 경험만 하는 것은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렵죠. 사용자들은 적극적인 평가와 댓글 등의 참여를 통해 콘텐츠에 몰입하고,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기도 합니다. 웃긴 댓글 모음집과 역주행이 이에 해당하죠.
그렇기에 유튜브는 사용자가 콘텐츠를 평가하는 동작을 최대한 간편하게 제공합니다. 추천 or 비추천 아이콘을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1~5점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도 없죠. 영상을 보면서 평가할 수 있고, 언제든 평가를 바로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영상을 보면서 댓글을 보거나 작성할 수 있습니다. 상단에서 영상이 항상 재생되기에,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읽고, 나의 반응을 남길 수도 있죠. ‘영상+댓글열람/작성’의 정보 구조는 사용자의 몰입감을 유지해, 콘텐츠의 가치를 극대화합니다.
동영상을 보던 사용자는 중간에 흥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재밌다고 하여도 비슷한 영상이 또 없을까 궁금하기도 하죠. 이런 경우를 위해 유튜브는 사용자가 시청 중인 콘텐츠와 유사한 동영상을 추천합니다. 이를 통해 영상을 보면서도, 다른 콘텐츠를 탐색하고 전환하는 과정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페이지를 이탈하여, 다른 콘텐츠를 탐색하는 경우에도 하단 바를 통해 영상 재생을 유지합니다.
사용자가 하나의 콘텐츠를 완주한다면, 서비스는 즉각적으로 다음 콘텐츠를 연결해야 합니다. 연결할 콘텐츠는 완주한 콘텐츠와 유사하거나, 사용자가 익히 즐겨보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죠. 또한 사용자의 행동 없이 자동으로 연결될 때 가장 효과적이며, 만약 행동이 필요하다면 가장 간단한 동작을 요구해야 합니다.
유튜브에서는 간단한 터치만으로 다음 콘텐츠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혹은 영상이 완료될 경우, 일정 시간을 두고 다음 콘텐츠를 자동 재생시킵니다. 이렇게 간단한 요구 행동은 유튜브의 다양한 콘텐츠로 연결되는 사용자 경험의 허들을 낮춥니다.
유튜브를 종료하여도 사용자의 콘텐츠 경험은 연결되어야 합니다. 유튜브는 구독과 알림을 통해 사용자가 유튜브 앱을 재실행시켰을 때, 이전의 동영상 경험을 이어주죠. 구독한 유튜버의 최신/인기 콘텐츠를 최우선으로 보여주며 혹은 알림을 제공하여, 사용자가 새로운 콘텐츠를 경험하도록 연결합니다.
오늘은 유튜브의 사용자 경험을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워낙 익숙한 서비스이기에 ux를 분석하는 것이 특별한 도움이 될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분석하니 정말 좋은 인사이트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유튜버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통해 얻고 싶은 핵심 행동/경험이, 서비스 전반에 걸쳐 연결되는 사용자 경험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용자가 흥미를 잃고, 서비스를 이탈할 확률은 아주 낮아지겠죠.
오늘 유튜브 ux 분석에서 남겨야 할 두 가지를 꼽자면 핵심 행동과 지속적인 연결을 말하고 싶네요.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Tree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