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에 합격하면 본격적으로 면접 준비를 해야겠죠. 스타트업도 회사니깐 일반적인 회사 면접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저 역시 그전에 여러 차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 면접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스타트업 면접을 경험해보니 이전 면접들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더라고요. 이 부분을 모르면 탈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타트업 경험이 없는 당신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려면 이 질문을 반드시 해봐야 합니다. ‘과연 스타트업 채용 담당자라면 당신에 대해 무얼 걱정할까’ 그 이유는 채용 담당자가 걱정하는 지점을 알아야 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연차가 오래된 경력자일수록, 다른 업계 출신일수록 당신이 과연 스타트업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것처럼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업무 방식이나 사람 스타일이 전혀 달라요. 개인의 능력이나 이력이 훌륭하더라도,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뽑을 수 없겠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허슬(Hustle)한 정신이 있느냐는 겁니다. 대기업에 있었을 때는 들어보지도 못한 단어입니다. 과연 ‘허슬 하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집념을 가지고 끝까지 도전하는 정신‘입니다.
극단적으로 비교하면 대기업은 동물원이고 스타트업은 야생의 정글입니다.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갖추어야 할까요? 사냥에 성공할 때까지 도전하는 정신 아닐까요. 비가 오고 눈이 와도 피할 곳이 없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러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안정적으로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도성을 가지고, 다양한 일을 동시에 포기하지 않고 해결해낼 수 있는 사람임을 보여줘야 하는 겁니다. 이력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끝까지 파고들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을 중심으로 이력을 풀어나가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볼게요.
A와 B를 비교해보세요.
A : 자사 온라인몰 강화를 위해 3개월 만에 50개사를 입점 시켜 거래액 100억, 수수료 수익 10억을 달성했습니다.
B : 당사 브랜드만으로는 자사몰의 고객 수나 인당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고객 유치 및 기존 고객의 교차구매를 유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카테고리를 입점시키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이 있었습니다. 입점사를 모으고 조건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수수료율, 할인 혜택, 배송 과정, 재고 처리 등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전산, 물류, 회계 팀의 담당자들을 모아 약 한 달간 협업하며 입점사 정책 및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그 결과 3개월 만에 50개사 입점, 거래액 100억, 수수료 수익 10억을 달성했습니다.
A, B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A는 결과를 강조한 반면, B는 어떻게 문제를 발견했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과정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물론 B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가 선호하는 대답일 거예요.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스타트업에서 이러한 부분을 놓치면 합격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앞서 괜찮은 스타트업의 기준으로 대표, 시장의 확장 가능성, 투자 단계와 규모, 재무 상태를 봐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런 내용을 다 확인해도 이 회사가 맞는지 100% 확신이 안 드실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면접이라는 기회를 잘 활용하셔야 합니다.
제가 드리는 팁은 면접 전에 회사에 궁금한 점을 질문으로 준비해 가는 것입니다. 질문은 온라인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이어야 해요. 매출 규모나 임직원 수가 이미 공개되어 있는 회사라면, 이런 내용은 질문으로 적합하지 않겠죠. 하루에 8시간 이상씩 투자해 배움을 얻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인지,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회사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지원하는 회사가 1년 후, 5년 후, 10년 후 어떤 그림을 그리면서 사업을 하고 있는 건지 면접을 보기 전까지는 감이 오지 않았어요. 사업을 둘러싼 외부 변수와 위험 요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고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뉴스 기사로는 다 파악할 수 없었거든요. 면접을 보기 전까지 회사에 대한 확신이 50% 정도였다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고 나서는 70-80%로 올라갔습니다.
물론 면접자에게 회사 상황을 백 프로 노출할 수 없기 때문에 명쾌한 답을 듣기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제 경험상 좋은 회사일수록,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지원자의 질문에 대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대답을 제공합니다. 추가로 회사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경우 지원자로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데요. 질문의 깊이와 수준만큼 회사에 대해 관심과 애정,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면접은 함께 일할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예요.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는지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달라지겠죠. 저는 회사 입사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함께 일할 사람들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를 나가서도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동료들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채용 담당자에게 회사 직원과 따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요청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께하는 사람들인 만큼 꼼꼼하고 신중하게 파악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Tip★ 면접에 합격하고 나서도 회사나 직무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채용담당자에게 직원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하자.
저는 처음에 스타트업에 가겠다고 결심하면서 연봉을 낮출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연봉을 낮출 필요는 없습니다. 앞서 스타트업이라는 곳이 현재의 재무적 성과가 아닌, 미래 성장성을 바탕으로 한 투자금으로 운영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여러분이 회사의 자금 사정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높은 연봉을 주고서라도 필요하면 뽑는 곳이 스타트업입니다. 오히려 직급별 명확한 연봉 테이블이 있는 대기업과 다를 수 있어요. 게다가 대기업은 알아서 지원자가 많습니다. 스타트업은 그렇지 못하죠. 항상 좋은 인재에 목말라 있습니다.
또한 연봉은 최고의 복지이자 일에 대한 동기 부여입니다. 스타트업이라고 열정만 가지고 일할 수는 없어요. 특히 대기업보다 책임이 더 클 수 있고, 리스크와 난이도가 높은 사업이기 때문에 좌절의 순간이 자주 찾아옵니다. 이럴 때 급여가 본인의 성에 안 차면 ‘내가 이러려고 이 돈 받고 일하나’라는 회의감이 들 수 있어요. 반대로 보상 수준이 높다면 부합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연봉 협상 단계에 돌입하면, 이직하려는 곳이 스타트업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개인이 희망하는 연봉을 부르는 걸 권해드려요. 물론 그전에 고려해야 할 것이 있긴 합니다.
연봉은 단순히 노동의 경제적 가치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감정의 가치이기도 하다. 인정, 존중,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며, 개개인을 회사의 목표에 강력하게 연결시킨다
적을 이기려면 적을 먼저 알아야겠죠. 가려는 회사의 연봉 수준을 사전에 검색해 보는 건 필수예요. 물론 그 기준에 맞추라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얼마를 받는지를 알아야 연봉 협상에 대한 전략을 짤 수 있어요. 원티드, 잡플래닛, 블라인드 세 곳을 추천해드려요. 최소한 세 개 이상의 사이트에서 조회해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원티드에 회사 이름을 검색하면 신규 입사자와 전체 인원의 평균 연봉을 조회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급이나 직무가 나뉘어있지 않아 판단하기 어려울 거예요.
그럴 때 잡플래닛을 활용하면 됩니다. 잡플래닛은 직급별 & 직무별 최소, 최대, 평균 연봉을 알려줍니다. 꽤나 자세하죠. 참고하면 대략 나의 직급과 직무에서 어느 정도를 받고 있는지 감이 옵니다. 물론 해당 사이트에서 연봉 정보를 입력한 사람들만의 수치임을 염두에 두고 보셔야 해요.
블라인드도 참고하시면 좋아요. 원티드는 국민연금 정보를, 잡플래닛은 재직자가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데 현재 생생한 정보까지 알기 어려워요. 블라인드에서는 성과급이라든지 야근수당, 식비와 같은 상세한 정보에 대한 재직자들의 TMI가 공유되고 있어요. 댓글로 질문도 남길 수 있죠.
헤드헌터들이 이야기하는 이직 시 평균 연봉 인상률은 10% 내외입니다. 반면 지원자들이 희망하는 인상률은 최소 15%에서 20% 이상입니다. 이 경우 과연 스스로 그 정도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 질문하고,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현시점에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면 되는 겁니다.
면접 과정에서 회사가 당신을 고용하고 싶도록 자신을 포지셔닝하는 게 중요하겠죠. 동시에 회사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받아야 하고요. 절대적으로 해당 분야의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현재 회사의 선택지에서 내가 최선이라는 생각을 주기만 해도 괜찮아요. 만약 실력에 자신이 없고 회사도 나를 간절히 원하는 것 같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희망 연봉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연봉 협상은 상대와 내가 서로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입니다. 한 번에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또한 한쪽에게만 유리하게 끝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한 번에 결정해버리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면접부터 연봉 협상까지 최소 한두 달, 길게는 반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긴 레이스라고 생각하세요. 그렇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지원하는 순간부터 솔직하게 자기의 패를 노출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력서나 면접에서 희망 연봉을 물어도 회사 내규에 따름 또는 전 회사 연봉 수준에서 협의 가능 정도가 좋겠죠. 그리고 면접을 통해 계속해서 나의 가치를 전달합니다. 얼마나 괜찮은 회사인지, 회사가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를 간 보는 겁니다. 연봉 협상 단계에 이르러서도 나와 회사의 중간점을 찾는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그 중간점은 반드시 연봉만으로 찾을 필요는 없어요. 직급, 스톡옵션, 복지, 근무 조건(시작일 등) 등이 변수가 될 수 있죠. 연봉이 다소 안 맞을 경우 직급을 조정해서 갈 수 있고, 근무 조건이나 복지를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요구할 수 있어요. 또는 그 회사 외에 입사 진행 중인 다른 회사가 있으면 더 좋겠죠. 연봉 외에 다양한 패를 가지고 조율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려는데요. 연봉 협상은 최종 단계입니다. 여기서 결렬된다면 입사 기회가 날아갑니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연봉을 반드시 받고 싶다고 하면 ‘과연 내가 이 기회를 놓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을지’를 생각해보세요.
시간이 지나도 마음이 편할 쪽은 선택하세요. 후회가 될 것 같다면 최종적인 순간에 자세를 낮춰 협상을 할 필요가 있을 거예요.
스타트업 채용 담당자가 당신에 대해 걱정하는 게 무엇일지 고민해보자. 당신이 스타트업 조직에 맞는 사람인지를 봐야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도전적으로 문제 해결을 했던 경험을 중심으로 준비하면 좋다
면접 전에 회사에 궁금한 점을 질문으로 준비해가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인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회사인지를 가늠해보는 질문이 좋다
스타트업은 항상 좋은 인재에 목 말라 있다. 또한 연봉은 최고의 복지이자 일에 대한 동기 부여이다. 스타트업이라고 무조건 연봉을 낮춰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전략적으로 협상에 임하자!
유지영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