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활성화하기 I‘ 글에서 이어가 보겠습니다. 앞의 글에서 비플랫폼 기업이라도 고객 획득을 위한 ‘Marketing Funnel’이 있어야 관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Funnel 안에 있는 고객이 진정한 우리의 고객이며, ‘Activation’ 된 상태라고 볼 수 있죠.
이쯤 되면 비플랫폼 기업을 위한 마케팅을 연재한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만이 방법입니다‘하는 순환 논리식 궤변을 늘어놓자는 건가?! 하고 따지실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것 말곤 답이 없네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네요. (어그로 제대로 끌었다면 성공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비플랫폼 기업도 플랫폼 기업처럼 완전히 플랫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할 수도 없구요. 사실, ‘비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기업‘의 차이는 ‘플랫폼의 유무‘가 아니라, 자사의 유일한 채널이 플랫폼인가의 여부에 있습니다. 비플랫폼 기업도 어떠한 형태로든 플랫폼을 이미 보유하고, 활용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경계도 사실 모호해져 갑니다. 뷰티 블로그에서 출발한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 ‘글로씨에’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통해 ‘앰버서더’들과 소통을 하고 있고(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닫았다지만), ‘무신사’도 ‘무신사 테라스’라는 쇼룸을 만들었죠. 플랫폼 회사의 오프라인 매장이 다른 점이 있다면 판매가 주목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온라인에서의 확산과 고객 만족을 위한 것이죠.
지난번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듯이 플랫폼 기업은 온라인 채널에서 제품, 즉 자사의 플랫폼으로 바로 유입을 시키지만, 비플랫폼 기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각기 마케팅이 진행되고 구매도 각기 일어납니다. 게다가 온라인에서의 판매 역시 자사 플랫폼(자사몰 등)에서만 진행되는 게 아니죠.
아래 그림을 보죠. 그로스 해킹에서는 자사 플랫폼으로의 유입 경로를 효율화하기 위해 ‘경로 제품 궁합 (Channel Product Fit)‘이라고 부르는 것을 활용합니다. 왼쪽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Digital to Digital의 흐름이고, 이는 자동으로 Log 정보(고객이 다녀간 흔적)를 남겨 주는 데 반해, 오른쪽(비플랫폼)의 경로는 Digital과 Analog가 혼재되며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최종 구매 데이터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어떻게든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만들고 이를 토대로 지속적인 고객 관계를 쌓을 수 있도록 해야겠죠. 그 답은 결국 콘텐츠에 있습니다. 우리의 경로 제품 궁합에서의 제품(Product)은 플랫폼을 대신해 콘텐츠가 되어야 하고, 이 콘텐츠를 통해 구매로 이어지게끔 만들어야 하죠.
마법의 열쇠는 바로 ‘콘텐츠‘입니다. 앞서 두 단계(제품 해킹하기, 이슈 만들기)에서 이야기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죠.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미디어 커머스이고, 좀 더 좁혀 말하자면 콘텐츠 커머스입니다. 미디어 또는 콘텐츠에 커머스가 굳이 들어가는 이유는 결국 이들이 구매를 일으키는 요소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살펴봤던 ‘블랭크’의 사례에서도 블랭크의 제품들은 자사 채널에서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지만, 콘텐츠를 통해 제품에 대한 인지와 구매할 이유를 만들어 주게 되죠.
이런 콘텐츠는 이른바 3C 요소를 고려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명확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가? 확산(Community)을 위한 장치가 있는가? 구매(Commerce)를 유도하는 장치가 있는가? 의 여부입니다.
이 콘텐츠와 함께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은, 고객은 어떤 경로로 콘텐츠를 보고 어떻게 제품을 구매하게 될 것인가, 즉 콘텐츠와 연계되는 깔때기(Funnel)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콘텐츠는 결국 이 깔때기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인 거죠. 플랫폼 기업에서의 Funnel은 제품까지의 경로(미디어)가 중요하다면, 비플랫폼 기업의 Funnel은 Contents 이후의 경로(구매 및 데이터 확보)가 더 중요합니다.
콘텐츠에 있어 한 가지 더 고려할 것은, 온라인상의 콘텐츠는 구매로 이어지게끔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오프라인상의 콘텐츠는 주로 확산을 중심에 두게 됩니다. 무신사나 글로씨에의 쇼룸이나, 제품에 재미 요소를 더한 곰표 등의 케이스는 오프라인의 제품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게끔 하고, 이것이 다시 구매로 이어지게 되는 형태죠.
간단한 케이스를 가지고 풀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이니 아이디어가 별로라든가, 이게 되겠냐는 평가는 참아주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요즘 경쟁사에서 뜬금없이 ‘치킨 버거’ 붐을 일으켜 버거 시장을 야금야금 먹어가고 있다. 우리 회사도 치킨 버거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원래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소’를 좋아했거든..
여튼,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순 없어서 우리도 부랴부랴 마케팅 회의를 소집해서, ‘오야코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오야코 버거’를 출시하기로 했다.
좀 잔인하지만 부모&자식(오야코 親子)을 한입에.. 콘셉트로 B급 영상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영상은병맛 #버거는존맛)이 괜찮아서 1달 만에 2백만 뷰 정도가 나왔다.
우리는 영상을 본 유저들 대상으로 데모 정보를 토대로 리타게팅 광고를 하기로 했다.
직장인 대상으로 각자 설치된 배달 앱을 토대로 한 할인 프로모션을 제시했고, (Ch. A)학생층엔 친구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카톡 선물하기 스페셜 에디션을 판매했다. (Ch. B)
또한 채널별로 각각 할인 자체에 포커스를 둔 배너(Type 1)와, 우리 회사의 모델 및 영상 내용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내용(Type 2)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각각의 결과 전환율이 어떤지를 체크해 보고, 이 결과를 토대로 이후의 추가적인 마케팅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위의 상황(치킨버거 마케팅 전쟁) 자체는 몇 년 전 실제로 있었던 일이지만, 오야코 버거를 국내에 출시하는 내용은 가상입니다. 오야코 버거는 일본 맥도널드에서 한정판으로 판매됐던 제품이죠.
실제 마케팅을 하게 되면 위의 예시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겠죠. 최초 채널도 영상 하나가 아닐 거고, 파악해야 하는 고객 성향도 이 고객이 원래 닭 또는 오야코동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광고 모델의 Fan이라서 반응하는 것인지, 단순히 할인을 좋아하는 것인지에 대해 판단해야 합니다.
이후 단계에서는 우리가 파악한 고객 성향별(cohort)로 관리를 해야겠지만, 현 단계에서 마케터가 고려할 것은 가장 반응이 높은 방식을 중심으로 ROAS(Return On Ad Spend)를 끌어올리는 게 우선입니다. 자칫, ‘다음’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오야코 버거가 먹히는 콘셉트라는 확신이 든다면, 이 고객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이 고객들에겐 ‘교촌 간장소스 X 오야코 버거’ ‘농심 닭다리 X 오야코 버거’ 등 ‘#치킨버거_어디까지가봤니’ Challenge를 하며 관심을 이어가야겠죠?!
끝으로, 광고 대행사의 입장에서, 왜 그들은 실질적으로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입장에서 접근하지 못하는가? 에 대한 변명을 좀 해볼까 합니다.
일단 광고 회사의 수익 방식에 대해 먼저 살펴봐야 하는데요, 대체로 국내의 광고회사는 제작이나 미디어 수수료(Commission Base)에서 수익을 만들고 있습니다. 외국계 광고주의 경우, 투입 시간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는 경우(Fee Base)도 꽤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견적 산출하는 맨먼스(M/M) 개념과는 좀 다릅니다. M/M는 월별로 대충 이 정도 금액을 주세요..라는 견적의 근거를 만드는 작업이라면, Fee Base는 투입 인력과 해당 인력의 시간별 단가를 사전 정해두고 매월 투입 시간에 따라 금액을 산출합니다, 즉 매월 청구 금액이 다르죠. (국내에선 혼합된 방식이 더 많이 쓰이는 듯합니다만..)
즉, Commission Base에서는 스스로 미디어 예산을 줄여가면서 고객의 이익을 높이는 방식은 대행사 입장에서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바뀌기 어려워지죠. 일만 많아지고, KPI는 더 정교해지며, 수익은 더 줄어들게 됩니다. 광고주 입장에서 대행사가 파트너 의식이 없다든가, 절실함(?)이 부족하다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하는데.. 진정한 파트너십을 만들고자 한다면, 계약 관계부터 다시 살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그게 아니라면 철저히 기능적인 부분만 대행사로 아웃소싱을 하고, 나머지는 내재화를 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Ryan Choi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