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로그(vlog)는 30분 내외로 개인의 하루를 요약·기록하는 영상으로, 유튜브 대중화와 함께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콘텐츠로 꼽힙니다. 그런데 숏폼 플랫폼의 등장으로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했어요. 일반 브이로그의 2.0 버전 ‘숏폼 브이로그’로 말이죠. 이는 말 그대로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스토리 등 숏폼 플랫폼에 영상이 업로드 되고, 3분 이내의 러닝타임을 보이는 특징을 지닙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하나 올렸을 뿐인데 나도 브이로거라고? 맞습니다. 숏폼 앱 하나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브이로거가 될 수 있어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스토리를 올렸나요? 누구는 점심 메뉴를 보여주는 5초 짜리 영상을, 또 누군가는 운동하는 순간을 타임랩스로 촬영한 15초 영상을 올렸을 겁니다. 2021년 기준 인스타그램 이용자 중 86.6%는 스토리를 게시한다고 해요. (출처: 99firms) 단편적인 일상 중에서도 특별한 순간, 느낌 있는 장면 등 기록할 만한 찰나의 순간을 보여주기에 특화된 플랫폼이기 때문이죠. 내 하루를 모두 보여주기는 싫지만 소소하게 공유하고 싶은 심리가 있잖아요. 수도 없이 스토리를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바느질 장인’이라고 부르는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스토리를 하루에 여러 개 올리면 상단 목록이 마치 스티치(바느질 모양)를 연상시켜, 간격이 촘촘할수록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한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매일 즐거울 순 없지만 즐거운 일은 매일 있는 법이지”
틱톡이 선보인 Tlog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Tlog란 틱톡과 브이로그가 결합한 것으로, 틱톡에서 일상을 기록하는 콘텐츠를 의미하죠. 이는 우리가 알던 유튜브 내 브이로그 영상들과 사뭇 달라요. 먼저 모바일 인터페이스에 맞춘 세로형 화면이 대부분이고요. 자막은 영상 중앙에 위치하는데, 기존 자막처럼 영상을 해설해주기보다는, 마치 영상을 꾸미는 스티커의 느낌을 줍니다.
Tlog형 브이로거들은 얼굴과 목소리 등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합니다. Z세대인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소셜 미디어 등에서 발생한 개인정보유출 문제를 피부로 느꼈기 때문인데요. 얼굴이 불가피하게 나오는 경우에는 스티커나 필터를 활용하고, 목소리는 AI 보이스로 대체합니다. 영상에서 유추할 수 있는 지역이나 학교 등에 대해 추측성 댓글을 삼가달라는 주의 사항도 볼 수 있고요.
지난 7월, 틱톡은 더 다양한 콘텐츠를 담을 수 있도록 동영상 길이를 기존 1분에서 3분으로 연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알리기 위해 Tlog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자는 #DiscoverMyWorld 캠페인을 실시했죠. 세계적인 셀럽뿐만 아니라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브이로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자신의 하루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1분이 넘는 영상의 조회수는 세계적으로 50억 뷰를 돌파했어요. (2021년 10월 기준) 실제 틱톡 내 Z세대들의 ‘#브이로그’를 검색해봐도 1분이 넘는 영상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3분 기능이 Tlog 양산에 있어 큰 역할을 한 것이죠. 오늘도 우리는 틱톡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았습니다.
갓생 살기(God+인생, 부지런한 삶을 사는 것을 뜻함)로 유명한 Z세대의 최대 관심 분야는 학업입니다. 그러므로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찾죠. 서로의 일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반응하기 좋거든요. 숏폼 플랫폼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험 기간만 되면 공부를 준비하는 모습부터 보여주는 #공부브이로그 뿐만 아니라, 몇 시간 동안 공부하는 모습을 타임랩스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공부타임랩스가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와요. 댓글에서는 무슨 문제집을 푸는지, 하루에 몇 시간 공부하는지 등 자연스러운 티키타카가 이어지고요.
MZ세대가 일상을 가꾸고 살아가는 일상력(一相力)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번엔 무기력 극복 챌린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무기력한 하루를 지양하기 위해 한 달 치 소소한 계획들을 달력에 채워 넣고 매일매일의 챌린지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게 챌린지라고? 싶을 정도로 소소한 것이 특징입니다. ‘카페 가서 음료 사먹기’, ‘노을 지는 거 사진 찍기’, ‘유행하는 틱톡 댄스 외우기’처럼요.
브이로그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온전한 하루를 풀어내거나 ▲특정 사건에 집중하여 서사를 부여하는 유형으로요. 일반 브이로그는 긴 호흡을 가지고 하루 전체를 담아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숏폼 브이로그는 후자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섬네일과 제목으로 영상 시청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유튜브와 달리, 숏폼 플랫폼은 영상이 추천 피드에 자동으로 재생되는데요. 이때 시청자는 후킹 하지 않은 영상을 넘겨버리기 일쑤입니다. 숏폼 브이로그에서 #월요일_브이로그 보다는 #전학날_브이로그가 더 이목을 끄는 이유죠.
그러므로 소재(사건)를 중심으로 하는 스토리텔링이 이어지는데요. Z세대의 브이로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다이소 브이로그를 살펴볼까요? (기)1만원을 챙겼고 가디건을 챙겨 입은 모습 (승)다이소에 가는 길 (전)도착 후, 무슨 물건을 살지 고민하고 결제하는 모습 (결)언박싱까지. 이 기승전결은 특별한 순간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으므로 소재(사건)가 바뀌더라도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한 Z세대 인터뷰이는 ‘유행에 뒤처지면 안되니까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정독한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1.4%가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숏폼 영상을 본다고 응답했고요. 이처럼 숏폼 브이로그는 텍스트 기반의 커뮤니티만큼이나 최신 트렌드를 발 빠르게 전파하는데요. 편집에 큰 공수를 들이지 않고 촬영과 거의 동시에 업로드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신상품 언박싱, 유명 전시회 방문기 등 새로운 무언가를 직접 경험해 후기를 전해주는 브이로거를 꽤나 발견할 수 있죠.
소셜 미디어가 변화함에 따라 나의 프로필 역시 변하고 있습니다. 싸이월드 시절에는 나의 미니룸이, 페이스북에는 나의 담벼락에 올라온 글들이 대변해주었고요. 인스타그램에는 피드에 올린 단장 이미지로 나를 설명했죠. 이제 그 흐름이 숏폼 영상으로 옮겨오며 30초의 짧은 브이로그로 나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죠. 일상 미디어로 굳건히 자리한 숏폼, 2022년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The SMC Group 공식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