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데이터의 중요성을 모르는 회사나 마케터가 있을까? 당연히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계신가요?’라고 묻는다면, 바로 대답이 나오기 쉽지 않다. 마치 누구나 행복하길 바라지만 ‘지금 행복하신가요?’라고 물었을 때 당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 비약일까..
사실 ‘데이터’에 대한 관심은 ‘인터넷’ 그리고 ‘디지털’이란 용어가 부상하면서 함께 시작됐다. 인터넷 마케팅이라는 말과 함께 데이터를 활용한 CRM도 뜨기 시작했고, 수십억씩 한다는 솔루션을 앞다투어 도입하기도 했다.
문제는 ‘데이터’에 대한 정의도, 그 수집의 목적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오직 그것을 모으는 데 올인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지금은 다를까?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린 페이스북 팔로워 숫자에 목숨 걸었고, 오프라인 접점에서도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했으며, AS 한번 받으려면 또 이것저것 써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모은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막상 데이터 마케팅을 하려니 그간 모은 데이터들이 쓸모가 있는 건지 알 수 없고, 각각 다른 채널에서 모은 데이터는 어떻게 연계할지도 복잡해지고, 데이터 마케팅 관련 책을 읽어봐도 당최 우리 회사와는 관련 없는 얘기들 뿐이라면 어찌해야 하나?
어디서부터 무엇이 문제인지 한번 생각을 해봐야겠다.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뜻하는 여러 표현이 있겠지만, 일단 ‘데이터 마케팅’이라고 해두자. 흔히 하는 오해는 데이터 마케팅을 ‘비타민‘이나 ‘보약‘ 쯤으로 여긴다는 거다. 남들 다 한다는데, 일단 이걸 하면 당장 우리 회사의 매출이 높아지거나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시작한 김에 계속 비유를 들어 보자면, 이런 데이터 마케팅은 (먹으면 어디에라도 도움이 될 것 같은) 비타민이 아니라, 전문 의료 행위에 가깝다. 먼저 진단이 나와야 하고, 거기에 맞는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데 당연하겠지만 이게 공짜가 아니다. 환자(?)는 치료비 부담뿐 아니라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도 병행해야 하니 시간도 노력도 꽤 갈아 넣어야 한다.
더구나 내가 태양인이냐, 소음인이냐 등의 특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도 달라진다. 즉, 플랫폼 기업이냐, 유통업이냐, 제조업이냐 등에 따라 모을 수 있는 데이터의 성격도 달라지고,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지도 달라진다. 만능은 없다.
아! 몹시 피곤해진다. 그럼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이나 강의 같은 건 다 뭐란 말인가? 그건 그냥 드러그 스토어에서 나를 기다리는 알록달록한 약병으로 생각하자. 나의 상태를 정확히 안다면 구입해서 복용해도 좋겠지만, 만약 잘못 선택하면 돈 낭비에 부작용도 걱정해야 한다..
그럼 좋은 병원부터 수배해 봐야 하나?
다행인 것은, 데이터는 의료 분야와 달라서 비싼 검진비, 특진료 등을 들이지 않아도, 즉 처방전 없이도 구할 수 있는 약이 많다는 거다. (아깐 아무거나 먹지 말라며?) 전제는 그 ‘목적’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 A 자동차 회사의 사례 >
유명 수입 자동차 브랜드 A는 데이터가 산재해 있어 고민이다. 웹사이트에 모인 데이터와, 각 딜러들이 수집한 데이터, AS 관련 데이터 등이 다 따로 보관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량번호, 소유주 등도 다 달라져서 이 데이터들을 통합해서 관리하고 싶다.
처음 이 요청을 들었을 때 황당했다. 뭐가 문제냐고? 방향성은 없고 기능적인 요구만 담겨 있다. 만약 요구에 충실히 제안 및 견적을 가져가면 깜짝 놀라면서(심하면 사기꾼 취급하며) 이렇게 추궁할 것이다.
이 돈 들여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뭐죠?
이 질문은 그대로 돌려줘야 한다. (물론 난 그러지 못한다) 얻을 수 있는 게 뭔지 모르면 애초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막연히 모아 놓으면 좋을 것 같으니깐? 아니다, 이 구슬 저 구슬 꿰어 놓는다고 다 보배가 되는 건 절대 아니다.
그 목적은 뭘까? 매출 증대를 위해, 소비자 트렌드를 알기 위해, 필요한 타게팅을 위해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평범하고 일반적인 목적은 도움이 안 된다. 가급적 구체화시켜야 한다.
정기적인 구매를 하는 생필품 브랜드라면 매번 구매하는 고객과 선택적으로 구매하는 고객 등을 구분하기 위한 데이터가 필요할 수 있고, 자동차 브랜드처럼 몇 년에 한 번 구매하게 된다면 어떻게 장기간 충성도를 유지할 것인가와 재구매 시점에 우리 브랜드로 다시 올 수 있게 할 것인가를 위해 소비자의 니즈를 분석하는 것이 초점이다. 프랜차이즈라면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날씨, 이벤트, 입지)를 뽑아내 향후 마케팅에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위에 예시로 든 사례는 대체로 자체 -미디어 구분법에 빗대 보자면 Owend- 데이터이고, 소셜 데이터나 시장분석 관련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서 소비자 인사이트를 얻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의문점은 있다. 데이터로 뭘 할 수 있는 지를 정확히 모르는데, 뭘 하고 싶은지는 당연히 추상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계속 돌고 돈다..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데이터를 막연히 파고들면 파이썬이니 R이니 하는 것들을 공부하다 지치거나, 남들이 좋다는 데이터 관련 책을 한참 읽다가 전혀 도움이 안 되잖아하고 집어던지거나 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항상 우리의 목적을 명확히 하기 위해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귀 왈, 복수 같은 순수하고 인간적인 접근이 아니라, 고깃값을 번다는 자본주의적인…) 그걸 알고 나면 내게 맞는 약(책이든, 데이터 소스든, 괜찮은 대행사든..)들을 스스로 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바탕에 두고, 그럼 어떤 데이터에서 뭘 얻을 수 있는데?라는 부분으로 넘어가 보자.
Ryan Choi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