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해외 기업이나 중국 기업이나 둘 다 똑같다. 하지만 거기가 중국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중국에서 기업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잘나가는 기업에 규제를 걸거나, 푸는 것이 바로 정부다. 그리고 그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도 상당히 빠르다. 어디서, 어떻게 한방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담당자들은 언제나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2016년 11월 4일, 중국의 ‘국가 인터넷 정부 부서’는 《互联网直播服务管理规定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관리 규정)을 발표했다. 인터넷 상에서 무분별하고, 저품질의 콘텐츠로부터 인터넷 사용자와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산업의 질서 있는 발전을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제정 이유를 설명했다. 20조 항으로 구성된 이번 규정은 중국이 온라인 스트리밍 산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요즘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효과적인 중국 마케팅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인플루언서인 '왕홍(网红)'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을 위해 중국 인터넷 스트리밍 산업에 대해 준비했다.
요즘 중국에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는 IP(지적 재산권)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슈다. 2016년 중국 투자 고문 산업 연구 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 규모를 2016년에 144억 위안(한화 약 2조4천억 원) 으로 예상해했다. 그렇다면 스트리밍 사용자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중국 인터넷 정보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7.1억 명의 인터넷 사용자 중 3.25억 명이 한 번 이상 스트리밍을 본 적 있다고 답했다. 또한, 중국 내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이미 300개를 초과했으며, 이 수는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발표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위와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는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고, 둘째는 중국 사람 입맛에 맞고, 셋째는 신성장동력을 찾는 기업들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간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그 성장의 원동력이 제조업, 화학, 유통 같은 하드웨어에 치우쳐 있어 소프트웨어에서 약한 면모를 보인다. 다시 말해 콘텐츠 같은 창의적인 재화나 서비스 생산에 취약했다. 그래서 성장이 어느 수준에 들어선 중국은 신속하게 목표를 수정했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성장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그 때 고속 성장과 함께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은 두툼해졌다. 하지만 중산층으로써 소비할 수 있는 자국 콘텐츠가 현저히 부족했다. 이러한 정부와 소비자들의 목적에서 교집합이 바로 엔터테인먼트였다. 외산이 아닌 자국의 엔터테인먼트 말이다. 그중 게임이 가장 좋은 예다.
최근 블리자드의 게임 행사 격인 “2016 블리즈컨”에서 치러진 오버워치 월드컵 무대를 대한민국이 휩쓸었다. 재미있는 것은 전 세계 관중들의 반응이다. 한국의 승리가 매우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다시 한 번 e스포츠의 종주국은 대한민국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e스포츠 규모는 이미 2014년 중국에 추월당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기업·민간 차원에서 높은 관심과 지원은 대단히 활발해졌다. 심지어 2016년 중국 교육부는 "2017년 추가되는 신규 전공"에 e스포츠 및 관리라는 과정을 신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e스포츠는 대폭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e스포츠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플랫폼 역시 동시에 성장할 수 있게 됐다.
올해 맥스서밋의 '중국 내 애드테크와 對 중국 마케팅에 대하여' 세션에서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중국 소비자는 이미 녹화된 비디오라던가 지면 형식의 콘텐츠를 별로 선호하지 않더라, 워낙 짝퉁과 카피가 판을 치는 시장이라 자연스럽게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트리밍을 선호한다" 그는 덧붙여, 중국의 젊은 소비층인 80后, 90后[80년, 90년 이후 출생자를 일컫는다]는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는데 적극적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살인적인 실업문제다. 지금 중국은 엄청난 청년 실업 문제를 떠안고 있다. 스트리밍은 젊은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풀어 줄 수 있는 즐거운 콘텐츠이면서 동시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 안드로이드 앱스토인 360手机助手의 스트리밍 화면, 잉용바오, 바이두 앱스토어에도 동일한 기능이 있다
중국 안드로이드 스토어에서는 스트리밍 영상을 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굉장히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360, 잉용바오, 바이두 앱스토어에서 스트리밍 콘텐츠를 제공한다. 페이스북 스트리밍처럼 좋아요가 물결처럼 흐르는 효과부터 아프리카 티비의 풍선, 채팅 모두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으므로 해외의 여러 콘텐츠를 벤치마킹해서 제공하면 된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으며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스트리밍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중국 기업에 가장 적합했다.
좋은 콘텐츠, 나쁜 콘텐츠, 이상한 콘텐츠
앞으로 중국의 인터넷 스트리밍 산업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문제는 역시 콘텐츠다. 최근 중국 관련 부처는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 26곳을 조사해서 1만6천 명의 방송 BJ에게 감시 대상 명단과 채널 삭제 같은 조처를 했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신문 매체"로써 활동을 했다는 것과 저품질, 선정적, 폭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러한 제제와 감시로 당분간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주눅들 것이다. 하지만, 자금은 지속해서 유입되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창의적인 중국산 콘텐츠가 탄생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