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휴가를 내 마음대로 갈 수 있다고?”, “출장이나 경비 쓰는 것도 윗사람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고?” “중요한 결정도 본인이 판단하고 비용을 집행하면 된대.”, “연봉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준다고 하던데.”와! 정말 환상적입니다.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꿈의 직장 모습 아닌가요?
과연 어떤 회사일까요? 코로나로 인해 더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세계 최대의 초대형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 넷플릭스입니다. 이 회사의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저서 『규칙 없음』이 출간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규칙 없음’이라는 제목은 일반인들에게 이 회사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반면에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의 입장에서는 ‘그게 말이 돼?’라고 헛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직원들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 일환으로 회사의 불필요한 통제와 규정을 제거한다는 것이죠. 이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회사들이 갖추기 어려운 전제 조건들이 있습니다. ‘인재 밀도를 높여라(가장 유능한 직원들로 회사를 채워라)’, ‘솔직한 문화를 도입하라‘ 등이죠.
아무리 그렇더라도 회사에서 규칙을 없애는 것이 가능할까요? 회사란 조직은 원래 규정과 절차 그리고 여러 장치에 의해 운용됩니다. 이를 체계 또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회사의 성장은 이 시스템의 구축 또는 개선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시스템은 ‘인간은 자율적이지 못하다’라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간섭과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어떻게 하면 문제가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만드는 것입니다.
반면 시스템이 필요 없다는 것은 이와 반대의 가정이 필요한 것이죠. Y 이론, 성선설 그리고 ‘인간의 뇌’가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가정입니다. 이 가정이 시스템의 최종 목표인 ‘시스템을 없애는 것’과 더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없앤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자율과 책임을 가지고 행동해서 시스템이 있는지 없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문화국가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모든 국민들의 의식이 성숙해지면 누구를 통제하기 위한 규칙이나 규정이 없어도 사회가 잘 돌아갑니다. 하지만 문화국가라도 기본적인 법률이나 규칙, 장치 등의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직원들이 능력 있고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하고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굳이 통제할 필요가 없겠지요. 이렇게 되면 훌륭한 기업 문화가 형성될 수도 있으나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규칙과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넷플릭스 또한 ‘규칙이 없다‘라고 하나, 실제 운용하는 원칙과 시스템이 있는 것입니다. 시행을 했다가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자 지속적 보완을 해왔던 것입니다.
실제 이 회사는 휴가 규정이 없습니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시기와 기간을 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단순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넷플렉스도 문제점에 대한 보완지침이 있습니다. 리더가 솔선수범할 것, 매니저는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적절한 휴가 범위를 조정할 것 등입니다. 결국 리더가 모범을 보이면서도 자신과 팀원들의 업무 스케줄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회계팀은 마감기간에는 전 팀원이 휴가를 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듯 휴가를 아무 때나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출장 및 경비 규정은 다음 다섯 마디가 전부라고 합니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경비를 쓸 경우 본인이 판단하여 회사에 이득이 되도록 선택하라는 것이죠. 돈을 맘껏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여기에도 무서운 지침이 있습니다. 매니저가 매달 직원들이 쓴 경비를 자세하게 확인하거나 회계부 선별 조사를 받는 것입니다. 과도하게 지출하는 직원이 적발되면 그 직원을 그날로 짐을 싸야 한다고 하네요.
앞의 두 규정 모두 지침들이 존재합니다. 회사에 기본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사실 직원 입장에서는 본인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더 부담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와 달리 넷플릭스는 모든 직원이 성숙한 판단을 하고 스스로가 한 행동에 책임질 자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회사가 통제와 규정을 없애기 전에 필요한 전제 조건을 말한 바 있습니다. 하나는 ‘인재 밀도를 높여라‘인데 조직을 최상의 인재들로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범하거나 성과가 낮은 사람을 쉽게 해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다른 하나는 ‘솔직한 문화를 도입하라‘인데 이는 직급을 막론하고 상호 피드백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료나 아랫사람뿐 아니라 윗사람에게도 잘못된 부분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상사도 함부로 회사의 돈을 쓰거나 업무상 실수를 하기 어려워지긴 하겠죠.
하지만 이 두 가지 전제조건 모두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죠.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회사는 직원을 함부로 해고하지 못합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항상 인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죠.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상사나 동료에게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서로의 감정이 상하거나 심하면 윗사람에게 찍히기 십상이죠. 요즘은 부하직원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기업문화는 창의성과 혁신을 필요로 하는 회사들에게는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합니다. 급격한 회사 확장으로 우수한 인재 확보가 시급한 회사도 마찬가지죠. 고민은 해보지만 위와 같은 전제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규칙을 없앤다는 것이 어렵습니다. 다만 조금 더 자유로운 기업문화는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은 이런 점을 명심하고 일단 회사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합니다. 섣불리 ‘규칙 없음‘을 흉내내서는 안 됩니다. 다만 규정이나 규칙을 만들 때 통제나 간섭의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안됩니다. 직원들이 자율적이고 책임이 있는 행동을 한다고 전제해야 합니다. 직원들을 믿고 시스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