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들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고객을 지키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의 유료 멤버십 네이버플러스가 출시 2년 만에 누적 이용자 수 8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네이버는 직접 이를 홍보하며, 연내엔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을 자신하고 있는데요. 단지 숫자만 보면 기세가 정말 놀랍습니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약 3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걸로 알려진 SSG의 스마일클럽을 훌쩍 뛰어넘었고요. 가입자 수 900만 명으로 알려진 유료 멤버십계의 절대강자 로켓와우와도 거의 유사한 수준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현재 가입자 수가 아니라, 누적 가입자 수 기준의 실적이라는 점인데요. 사실 지난 네이버의 1분기 실적 발표 때 공개된 멤버십 매출을 토대로 볼 때 800만 명은 나오기 어려운 숫자이긴 합니다. 따라서 업계에선 네이버플러스의 실제 가입자 수를 2~300만 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즉 이와 같이 누적 가입자 수 800만 명을 강조하는 건, 네이버가 네이버플러스 홍보를 위해 꼼수를 썼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실적 부풀리기인 거죠. 그렇다면 이렇게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네이버가 유료 멤버십 홍보에 진심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그런데 사실 이렇게 유료 멤버십 홍보에 힘을 쏟은 건 네이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당장 6월부터 로켓와우의 가격을 인상한 쿠팡은 자체 콘텐츠까지 만들어가며, 멤버십 혜택을 강조하였고요. 또한 네이버와 쿠팡 모두가 이렇게 멤버십 홍보에 열을 올리니, 언론에서도 새로운 경쟁 구도라고 이를 묶어서 기사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디보다 가장 대대적으로 멤버십을 알린 건, 역시 SSG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12일 SSG는 기존의 멤버십과 G마켓 글로벌이 운영하던 스마일클럽을 통합하여 새로운 유료 멤버십을 출시하였기 때문인데요. 론칭과 동시에 구교환과 한소희를 모델로 한 TV광고까지 선보이며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래서 1달 만에 신규 회원을 무려 30만 명이나 유치했다고도 하네요.
이처럼 SSG의 기세가 올라오자, 긴장한 건 역시 네이버였습니다. 유료 멤버십은 그 특성상, 1명의 사용자를 두고 모두가 경쟁할 수밖에 없는데요. 여러 개를 동시에 가입하기보다는, 주로 이용하는 쇼핑 채널 1-2개의 멤버십만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네이버의 입장에선 압도적인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쿠팡은 차치하고서라도, 2위 자리는 굳건히 지킬 필요가 있었던 거죠. 그렇기에 800만 명이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대세감을 주려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스마일클럽은 규모 면에서 우리 경쟁자가 아니고, ‘이왕 유료 멤버십을 쓸 거면 로켓와우 아니면 네이버플러스지‘라는 메시지를 주려던 거죠.
또한 동시에 네이버의 커머스 전략 자체가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자, 물류 투자보단 버티컬 커머스와 해외 진출에 집중하는 걸로 방향을 전환하였는데요.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정말로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당시 물류 파트너사로 선정된 업체들이 당황할 정도로 말입니다.
이는 스마트스토어의 성장 자체가 한계에 도달하기도 했고, 물류 경쟁으로는 쿠팡을 이기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더욱 강화하는 길을 택한 것이 아닐까요. 물류 서비스로 차별화를 주기 어려우니, 포인트와 콘텐츠로 묶어서라도 고객을 락인시키려는 전략인 셈입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접근법은 네이버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라는 아주 훌륭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콘텐츠 측면에서도 엄청난 강자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예 최근에는 Z세대 멤버십을 출시하는 등 상품도 다양화하고 있는데요. 이와 같이 어떻게든 멤버십 경쟁에서 스마일클럽, T우주 등을 압도한다면,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 1등은 몰라도, 2등 자리는 어렵지 않게 사수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