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행하는 마케팅 모임에서 ‘블루보틀 커피(Blue Bottle Coffee, 이하 블루보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모임을 마무리하면서 멤버분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블루보틀’은 참 대단한 브랜드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멤버들의 머릿속에 다양한 메시지와 강력한 이미지를 가득 채운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멤버들이 블루보틀에 대해서 말한 다양한 키워드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환대’였다. 블루보틀만의 환대 문화가 낯설기도 하면서 인상적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에 덧붙여 블루보틀과 스타벅스의 환대의 차이점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공유했다. 이탈리아와 일본으로부터 기인한 그들의 서로 다른 환대를 말이다.
작은 커피 원두 매장이었던 스타벅스를 지금의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로 만든 하워드 슐츠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었던 국가는 이탈리아였다. 그는 1983년 밀라노에서 열린 박람회에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접한 에스프레소 바에서 강한 충격을 받게 된다. 커피를 빠르게 추출하는 이탈리아 특유의 에스프레소 방식의 커피뿐만 아니라 고객들과 정서적인 친밀감을 유지하는 바리스타들의 모습이 그에게는 큰 영감을 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는 고스란히 스타벅스에 반영이 되었다.
그래서 스타벅스의 환대는 에스프레소가 주는 ‘속도감’과 그에 어울리는 바리스타와 고객의 ‘캐주얼’한 관계의 혼합이 느껴진다. (속도감은 ‘사이렌 오더’가 발전을 시켰으며 캐주얼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진동벨을 사용하지 않고 바리스타가 직접 고객을 부르는 원칙을 고수하며 고객을 닉네임으로 부르는 이벤트도 진행을 했었다.)
블루보틀의 환대는 스타벅스와 결을 달리한다. 창업자가 영향을 받은 국가가 이탈리아가 아닌 일본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을 하는 것 같다. 블루보틀의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은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전통 있는 찻집 차테이 하토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특히나 일본의 다도 문화가 커피를 만나 형성된 ‘깃사텐’ 문화에 말이다.
깃사텐(喫茶店)이라는 단어는 ‘소비하다’ + ‘차(茶)’ + ‘매장’을 합친 말로 차를 마시는 매장을 의미한다. 다만 오늘날에는 커피를 마시는 매장으로 더욱 많이 알려져 있다. 깃사텐은 일본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크게 가로지르는 교차점과 같다.
– sabukaru.online –
*본인 번역
커피 브레이크(Coffee Break)라는 말처럼 커피는 일반적으로 잠시 쉬는 시간에 빠르게 피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음료로서 역할을 해온 것에 비해 차는 티타임(Tea Time)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따로 긴 시간을 내서 일정한 절차를 따라 천천히 음미하는 음료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차 문화에서 비롯된 깃사텐은 ‘느림의 미학’이며 ‘공식적인 절차’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을 은밀하게 지지하고 있는 것이 손님을 경계와 경외가 모호하게 섞인 감정으로 대하는 ‘오모테나시‘이다.
태어난 장소에서 멀리 이동하지 않고 일생을 살아야만 했던 고대의 일본인.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던 시절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면 경계와 경외의 마음을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마레비토(希人)라고 불리면서 천손강림(天孙降临)으로 대해졌다고 한다.
일본의 고치소오사마는 차려 준 사람은 물론 그 재료를 자라게 한 신과 재료를 키우고 모으는 과정의 모든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포괄적인 의미의 감사를 나타낸다. 이는 신과 손님을 같은 존재로 취급하는 오모테나시의 근본정신과도 통한다.
– <오모테나시, 접객의 비밀> 중 –
깃사텐과 오모테나시에 영향을 받은 블루보틀의 환대는 이 모든 것이 미묘하게 조합되어 우리에게 친숙한 듯 낯선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블루보틀에서 일본문화의 느낌을 받곤 한다. (마케팅 모임 참석자분들 중 몇 분도 블루보틀에서 왜색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다시 정리하자면 스타벅스는 ‘빠름의 미학’에 따른 ‘캐주얼’한 환대가 특징이라면, 블루보틀은 ‘느림의 미학’에 기초한 ‘공적’인 환대가 그 특징이다. 환대라는 하나의 개념을 해석하는 방식이 이처럼 다를 수가 있는 것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블루보틀과 스타벅스처럼 자신만의 ‘환대’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나만의 서비스 철학이 돼줄 테니 말이다.
캡선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