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는 대규모 이벤트를 통해 평소 매출의 몇 배 이상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그로스해킹보다 즉시 파급력이 큰 이벤트를 더 많이 기획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벤트는 일시적인 것이며, 이벤트 기간을 제외한 기간에는 오히려 매출이 매우 저조해지거나 게임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해치는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따라서 게임 본연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잘 실천한 곳과 안 한 곳의 차이는 게임의 수명과 가치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워치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하는 대표적인 게임 2개로 그로스해킹을 한 곳과 안 한 곳의 차이를 극명하게 볼 수 있는 예시입니다. 두 게임 모두 출시 후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지만 리그오브레전드는 2012년 런칭 이후 서비스 개선과 신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2022년 현재까지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오버워치의 경우 2016년 출시 후 콘텐츠 부족과 망가진 밸런스 때문에 급격한 하락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게임사들을 만나 처음 인터뷰 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데이터 분석을 통한 그로스해킹을 이미 하고 있지만 그 활동이 스스로 그로스해킹이라고 잘 인지하시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비게임사의 경우 제품 출시 후 반드시 사용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품을 개선하며 Product Market Fit 을 찾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분석과 그로스해킹의 중요성이 매우 큽니다. 그에 비해 게임은 한번 출시되면 비게임 제품과 같이 크게 변형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장에 출시된 게임이 얼마나 매출을 가져다주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세세한 데이터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로스해킹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게임을 출시하고 나서 게임 운영을 종료할 때까지 사용자의 피드백에 아무 반응도 않은 채로 가만히 둔 상황을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사용자들이 게임 기획자의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해 플레이를 중단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이유로 게임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 게임의 수명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고 그 결과 게임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가치에 한참 못미치는 수익을 내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리스크는 게임의 복잡도가 높을수록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도 훨씬 더 증가하는 반면, 투자되는 리소스가 더 많기 때문에 더더욱 수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 니즈가 강해집니다.
#게임 복잡도에 따른 분류: 하이퍼캐주얼 < 캐주얼 < 미드코어 < 코어 < 하드코어
재밌는 것은 시간이 지나 게임사 인터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게임사도 데이터를 보고 이탈이 많은 지점을 파악하여 문제점을 수정하거나, 콘텐츠를 추가하여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등 게임이 가진 가치를 최대한으로 성장시키는 그로스해킹을 하고 있었습니다.(여러 게임사들을 인터뷰해본 결과, 데이터 분석이 필요없다기 보단 오히려 더 간결하게 필요한 영역에서만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로스해킹이란?
데이터를 통해 제품의 문제를 파악하고 계속해서 문제를 해결해가며 제품의 가치를 성장시키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정확한 가치를 평가하고 이후 성장했는 지 검증할 수 있는 구조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로스해킹의 구조
가치 평가 >> 문제 찾기 >> 문제 개선 >> 검증 하기
그런데 여기서 가장 실수를 많이 범하는 곳이 의외로 시작 단계인 ‘가치 평가’ 단계입니다. 성장을 하려면 성장하고자 하는 대상을 명확하게 해야하는데 보통 제품의 가치에만 연동되는 지표가 아니거나 계속 변화하는 단기적인 수치를 보고 적정 가치로 설정하여 이를 개선하려 들기 때문에 그로스해킹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로스해킹을 위해 개발팀 입장에서는 많은 리소스를 들여 솔루션을 적용하거나 사업팀의 요청에 대응하며 지원하는데 결과는 좋지 않고, 결국에는 그로스해킹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몇 달째 계속해서 줄어드는 MAU에 문제를 느낀 게임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Stage 2에서 계속해서 사용자가 이탈하는 것을 발견하고 Stage 2의 밸런스를 더 쉽게 조정하여 MAU가 다시 증가하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한데 MAU는 계속해서 줄기만 했는데요. 알고보니 기존의 MAU 수치가 대규모 광고를 통해 들어온 사용자로 인해 늘어난 수치였고 그것이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과정이었던 것이었습니다. MAU 수치는 제품의 가치 뿐만 아니라 인위적으로 증가시킨 신규 사용자 유입에도 연동이 되는 수치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제품의 가치’를 측정하기에 부적절한 지표입니다. (그래서 토스 PO세션에서 MAU가 아니라 Carrying Capacity를 봐야한다는 내용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가치 평가에 적절한 지표는 제품의 가치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면서 제품 개선이 없으면 변화하지 않는 값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지표여야 기준이 될 수 있고 제품을 개선했을 때 얼마나 지표가 개선되었는지 비교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치 평가 지표의 조건
제품의 시장성, 수익성에 직결되어 있으면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지표
#가치 평가 지표의 예
진성 사용자의 수(누적되어 안정값을 그리는) 사용자당 평균 결제액(이하, ARPU)
가치 평가 지표의 첫번째는 ‘진성 사용자의 수’ 입니다.
진성 사용자는 단순히 ‘들어온’ 사용자가 아니라 ‘진심으로 계속 게임을 할’ 사용자를 의미하기 때문에 ‘진심으로 게임을 계속 할 것’ 으로 판단되는 특성을 정의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하루가 아닌 이틀 이상의 방문을 했으면서 아직 이탈하지 않은 사용자로 정의하면 단순히 들어온 사용자에서 많은 수가 걸러지고 그 사용자는 단순히 ‘들어온’ 사용자보다 이후에 지속적으로 게임을 할 가능성이 높은 사용자들이 됩니다. 때문에 대규모 광고를 해서 일시적으로 수가 증가하더라도 실제로 게임의 변화가 없다면 금방 다시 원래의 수치로 돌아오게 됩니다. 여기서 이탈의 기준 또한 중요한데 재방문하는 사용자들의 재방문 주기 분포가 0%에 가까워지는 기간 이상을 방문하지 않을 경우 다시 돌아오지 않을거라고 정의합니다. (보통 모바일 게임의 경우 일주일 내외입니다.)
실제 예> 게임의 변화 없이 대규모 마케팅을 통해 두번의 큰 증가가 있었지만 아래 그래프와 같이 원래의 수치로 빠르게 회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누적되어 안정값을 그리는 APRU 값’ 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누군가는 게임을 그만둘 때까지 한번도 결제하지 않고, 또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결제를 하고 또 누군가는 엄청난 금액을 결제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용자를 무작위로 계속해서 유입시키면 누적된 사용자 당 결제하는 금액은 일정 수치로 수렴하게 되고, 이것이 게임의 적정 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정육면체의 주사위를 던져서 한면이 나올 확률은 ⅙ 이며 이 수치는 ‘큰 수 법칙’에 따라 무한히 던졌을 때 ⅙ 이라는 수치에 더 정확하게 수렴하게 되는 원리와 같습니다. 게임도 주사위 던지기처럼 통제된 실험과 같아서 무작위로 많은 수의 사용자를 유입시키면 게임의 형태를 따르는 일정한 패턴이 그려집니다. 게임이 만들어진 형태와 같이 ARPU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만약 주사위 던지기에서 1이 적힌 면이 더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요? 여섯개의 면에 1이 적힌 면을 2개, 3개로 늘리는 조작을 가하면 수치는 변경됩니다. 게임의 ARPU 또한 이렇게 게임에 개입을 하면 얼마든 지 상승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예>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유입시키면서 일정 기간을 누적시키면 아래 그래프와 같이 ARPU가 일정 값에 수렴하며 안정된 값을 그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게임의 적정 ARPU이며 이것을 증가시키기 위해선 게임의 형태에 조작을 가해서 변동시킬 수 있습니다.
게임의 문제는 각 게임마다 각기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으므로 정의하지 않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비슷합니다. 오작동하는 구간은 의도에 맞게 수정하고, 플레이하기에 어려워 이탈하는 경우 난이도를 조정해주거나 간단한 팁을 주어 이탈 구간을 넘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게임사에서 기본적으로 손쉽게 문제 구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인게임 메시지를 통한 개입입니다. 특정 상황에 처한 사용자에게 필요한 내용이나 아이템을 제시함으로써 이탈을 줄이기도 하고 결제를 늘리기도 하면서 게임의 수명과 가치를 높이는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이 문제 해결에 맞아 떨어졌다면 한계를 맞이했던 가치 평가 지표가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게임의 매출과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에서도 중요한 그로스해킹이지만 게임사의 개발팀은 게임의 출시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또 다른 게임 제작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출시 이후 지속적인 개발이 쉽지 않습니다. 그로스해킹을 쉽게 시작하기 위해선 아주 간단한 개발과 추가 개발없이 그로스해킹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텐투플레이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