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맥도날드에 진심인 편
“펩시가 코카콜라보다 맛있습니다”
“아이리버가 애플보다 우월합니다”
“페덱스가 유피에스보다 빠릅니다”
그렇다. 가능하다. 비교광고에 인색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1970년대부터 비교광고를 권장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입증의 책임을 일반 광고처럼 낮추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비교광고를 독려하고 있다.
여기서 비교광고란? 동일한 제품군이나 서비스군에 속한, 둘 또는 그 이상의 특정 브랜드명을 자사의 광고 내에 등장시켜서 비교하는 광고를 말한다.
즉 미국은 표현의 자유가 우리나라보다 관대한 셈이다. 미국연방거래위원회는 브랜드 비교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브랜드 간의 경쟁을 촉진해 제품이나 서비스 향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거라 예상했다.
실제로 비교광고 허용 이후 많은 브랜드가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자신들의 우위를 강조해 광고를 만들었고, 이러한 문화 때문에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더욱 명확해지기도 했다.
특히 이 분야 갑이 버거킹이다. 버거킹은 광고를 통해 경쟁사인 맥도날드를 꾸준히 자극하고 있다. 광고에서는 맥도날드의 캐릭터인 도날드가 자사 제품을 먹지 않고 버거킹 햄버거를 주문하기도, 맥도날드 마크를 미디엄(M)으로 나타내 버거킹 햄버거가 고기 함량이 더 많다는 걸 표현하기도 한다.
버거킹은 햄버거의 품질과 프레시함을 보여주기 위해 34일 동안 와퍼를 방치해 얼마나 썩는지 변화 과정을 빠른 비디오로 보여줬다. 다만 앞서 말한 버거킹의 광고와 차이점이 있다면 비교광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 썩지 않기로 유명한 맥도날드 햄버거와 대놓고 비교해 촬영했다면 더 큰 임팩트를 줬을 거란 아쉬움이 남지만, 아무렴 광고 강자임은 확실하다.
사실 우리나라도 직접적인 비교광고가 가능하지만 많은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광고법이 제정되면서 상대사보다 좋은 객관적 유리함이 있다면 충분히 비교를 통한 어필이 가능함에도 국내에서는 타사의 제품과 이미지를 노출시키는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시장은 혼자 키울 수 없다. 결국은 경쟁사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며, 정당한 경쟁을 통해 시장이 성장하고 유기적 바이럴로 이어진다. 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바로 미국의 슈퍼볼 광고다. 천문학적인 가격이 들어가지만, 효과 또한 어마어마하다. 경쟁사와의 이슈만큼 파이가 커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즉, 우리 역시 버거킹처럼 비교 분석 마케팅을 잘만 활용한다면 소비자의 즐거움을 사는 것을 넘어 매출 증대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광고를 콘텐츠로 인식해야 한다. 버거킹의 곰팡이 광고를 두고 호불호가 꽤 갈렸지만, 매출만큼은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이렇듯 성장은 항상 호불호가 갈리는 이슈와 대중의 여러 의견을 기반으로 한다. 오히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에 대한 근거 역시 확실히 준비해둬야 한다. 버거킹의 곰팡이 광고는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지만, 차별성과 더불어 신선함이라는 철학을 이미지로 극대화하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로 인식되며 많은 언론에 노출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흐름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이전부터 맥도날드 햄버거는 썩지 않기로 유명했다. 지난 2019년, 아이슬란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이 2009년에 구입해 10년 동안 보관해놓은 맥도날드의 햄버거가 아직까지 부패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는 햄버거에 수분이 없어 곰팡이가 피기 어렵다고 답변했지만, 브랜드에 생긴 안 좋은 인식을 뒤엎기란 불가능했다. 그리고 버거킹은 이걸 활용했다. 곰팡이 햄버거는 식욕을 감퇴시키는 최악의 비주얼이긴 하나 실제로는 ‘인공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눈으로 보여준 좋은 콘텐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 백날 이야기해봤자 한번 보여주면 끝이다. 버거킹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증명하고, 증거를 만들었다.
사진 한 장, 영상 하나의 비주얼이 보여주는 임팩트는 너무나도 크다. 신선하다는 이미지는 떠올리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이걸 하나의 비주얼로 표현함으로써 브랜드의 철학을 보여준 게 인상 깊다. 과거 닥터자르트가 마케팅할 때 이미지 한 장을 2,000만 원 주고 제작한 적이 있는데, 이 역시 핵심 메시지를 비주얼로 간략하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박진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