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이더리움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와 멤버십으로 진화하고 있는 NFT 등을 우리는 가상자산이라고 일컫는다. 이 가상자산들은 공통적으로 영구적으로 보유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만약 소유자가 죽더라도 말이다.
만약 엄청난 암호화폐를 소유하고 있는 억만장자가 가상지갑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 키를 남기지 않고 갑자기 죽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2021년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보유자의 돌연사로 주인을 잃은 비트코인은 약 300억 달러(34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9년 1억 3,5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던 ‘제럴드 코튼’이 갑작스럽게 돌연사하면서 그의 비트코인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죽은 ‘제럴드 코튼’만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가 2019년 캐나다의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쿼드리가 CX’의 설립자였으며 거래소의 모든 자산관리를 그가 단독으로 맡아 진행해왔는 것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캐나다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한 사람들의 자산들이 디지털 공간에 묶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쿼드리가 CX’는 파산하게 되었으며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피해금액은 약 1억 9천만 캐나다 달러, 한화로는 약 1600억 원으로 이 금액을 인출할 수 있는 방법이 그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사라진 것이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넷플렉스에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초기 암호화폐의 선구적인 투자자로 이름을 날렸던 ‘미르체아 포페스쿠’는 1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비트코인을 보유한 유명 비트코인 억만장자였으나, 2021년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파도에 떠밀려 갑작스럽게 익사했다. 그 역시도 지갑에 접근할 수 있는 지갑 키를 남기지 않아 1조 원에 달하는 금액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암호화폐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는 반면 자신의 기억력을 너무 과신하거나 가상지갑 개인 키를 안전하게 보관하려는 의도와는 다르게 누구도 찾을 수 없게 되어 암호화폐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존재한다.
뉴욕타임스는 가상자산 분석 업체인 체이널리시스를 인용해 1850만 비트코인 중 20%가 암호 분실로 접근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죽음과 혹은 예기치 못한 분실에 대해 대비하고 안전하게 암호키를 보관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는데 그런 서비스를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자산들은 보유하고 있는 당사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더라도 법적 절차에 따라 상속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암호화폐의 경우 가상지갑 소유자가 따로 지갑 키를 남기지 않는 경우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암호키를 보관해 주는 서비스를 한다고는 하지만 중앙화 된 서버에서 관리하는 경우 쉽게 해킹당할 위험이 있다. 이런 위험에 대한 대안이 바로 ‘커스터디 서비스’다.
커스터디 서비스란 가상지갑을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관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USB와 같은 저장장치)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콜드월렛’ 방식으로 고객들의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로 해킹과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상지갑에는 개인키라는 보호장치가 있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지만 이 때문에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점차 커스터디 사업과 같이 기존 금융권에서 제공하던 서비스들이 가상자산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에 대한 기준이 점차 확립된다면 커스터디 사업뿐만아니라 가상자산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인기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