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한 건설엔지니어링 회사 사장은 입찰 담합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회사에서는 최고 권력자였는데 검찰 조사를 받는 순간 한없이 초라해졌죠. 아들 뻘 되는 검사에게 갖은 욕설과 수모를 받고 심지어 서류철로 머리까지 맞았다고 합니다. (뭐, 이건 90년대니까 가능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후 무혐의로 풀려 나왔지만 그 이후 경영에 몰두하지 못했습니다. 짓밟힌 자존심으로 인해 회사 내에서 감정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임직원에게 화를 내기 일쑤이고 자신의 표정이나 감정을 전혀 컨트롤하지 못했습니다. 회사의 수장이 흔들리다 보니 회사의 실적도 계속 악화되었습니다. 결국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죠.
뭐, 이건 어떤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장의 감정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사장은 회사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입니다. 사장의 감정 상태가 좋지 않으면 회사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유형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사장들이 있습니다. 소규모 중소기업이라면 모든 임직원이 그날그날 사장의 표정이나 행동, 감정을 살핍니다. 이 상황을 즐기는 사장도 있죠. 그것이 자신의 권위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냥 자신의 성격대로 행동하는 사장도 있습니다. 분하고 화가 나는 상황을 참지 못합니다. 사소한 일에도 욱하죠. 직원들은 사장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아서 결재를 받으러 가기가 겁납니다. 결재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결재판을 던져 버리죠. 하긴 80년대에는 재떨이 던지는 사장도 있었다고 하니 이 사장은 양반이라고 할 수 있나요?
항상 웃는 사장도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정말 인자하고 온해 보입니다. 한데 가끔 뒤끝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이 있으면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관리팀장을 부릅니다. 관리팀장에게 사장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죠.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인사 조치를 합니다.
직원들에게 너무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며 이야기하는 사장도 있습니다.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는 이유에서죠. 회사에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직원들 앞에서 두려움을 그대로 나타내는 사장도 있습니다.
사장은 자신의 감정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죠. 포커페이스란 원래 도박에서 자신의 패의 좋고 나쁨을 상대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표정을 바꾸지 않는 것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렇다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 직원들을 대할 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장의 감정은 전 회사에 전염됩니다. 팀에도 팀원 한 명으로 인해 전체 분위기를 망칠 수 있는데 사장은 오죽하겠습니까?
『 EQ 』의 저자이자 세계적 심리학자인 대니얼 골먼은 자신의 연구에서 ‘사장의 감정 상태가 조직 전체에 전기가 흐르듯 퍼져 나 간다’라는 사실을 증명한 바 있습니다. 사장의 감정 상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감정 합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전기 합선은 화재로 이어질 수 있듯이 ‘감정 합선’이 직원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회사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장은 회사 내에서 함부로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회사 생활을 하는 일반 직원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사장의 감정 분출은 회사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되니까요. 항상 직원들은 사장의 눈치를 보면서 일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없고 사기가 저하됩니다. 사장은 일과 감정을 분리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사장이 웃는 얼굴을 하면서 뒤에서는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사장을 ‘두 얼굴 가진 사람’으로 판단합니다. 원래 웃으면서 때리는 것이 더 무섭습니다. 사장의 의도대로 무언가 하고 싶다면 회사의 체계를 만들어 그 기준과 원칙에 의해 회사를 운영해야 합니다. 그때는 사장은 온화한 웃음을 짓고 관리팀장은 악역을 맡아도 됩니다.
사장은 진정성을 이유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직원들에게 다 드러내면 안 됩니다. 솔직한 소통은 좋습니다만 직원들을 지나치게 편하게 대하면 위엄과 신뢰를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직원들이 사장과 맞먹으려 들고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선을 넘을 수도 있다는 거죠. 직원들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솔직함도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위기 상황일수록 직원들을 상대로 두려움을 나타내면 안 됩니다. 직원들에게 민망한 모습을 보이게 될 뿐만 아니라 두려움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사장이 기침을 하면 직원들은 몸살로 앓아눕게 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위기 상황에서 그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죠. 사장이 위기 상황에서 두려움을 보이면 직원들은 사장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기 상황을 의연히 대처하는 사장의 내공을 보여주세요.
사장도 사람인데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살 수 있겠습니까? 정신과 의사들은 불안이나 화, 두려움 같은 감정을 지나치게 억누르면 불면증이나 공황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화병도 생길 수도 있지요.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사장 자신의 불안, 화, 두려움 같은 마음의 쓰레기를 수시로 비워내야 합니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하거나, 낚시를 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얻거나, 기타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하면서 풀어내야 합니다. 요즘은 명상도 많이 하죠.
사장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감정의 쓰레기를 비워낸 후 회사에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장은 똑바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직원들이 사장을 진심으로 따르지도 않을 거고요. 사장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임직원들의 태도도 달라집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