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세상에서 살아남기
헤리티지 NFT
여러 분야에서 NFT를 활용해 새로운 멤버십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유독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NFT를 활용한 프로젝트들 혹은 이벤트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수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국립 소속이기 때문에 가상화폐와 연결되어 있는 NFT 분야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박물관&미술관’ 이하 박물관으로 통합하여 표기)
그래서인지 보다 규제에 자유로운 사립 박물관에서는 국립박물관들보다 적극적으로 NFT를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간송미술관’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에서 이미 2021년 7월과 2022년 6월에 2차례 문화재 NFT를 발행했다.
‘훈민정음 한정판 NFT’와 ‘단오풍정 NFT’가 해당 프로젝트들이다.
훈민정음 NFT의 경우 1개당 1억 원에 달하는 가격을 책정하여 총 100개를 판매했고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풍속화가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의 작품 중 하나인 단오풍정을 355개의 NFT로 나눠 0.08 이더리움의 가격으로 판매했다.
간송미술관이 사립 미술관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문화재와 관련된 NFT를 발행시킬 수 있었다. 간송미술관을 제외한 국립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아직 문화재를 NFT 화하려고 하는 시도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간송미술관은 단순히 문화재를 NFT로 발행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3D 공간에서 문화재 속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간송 메타버스 뮤지엄’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THE SANDBOX’라는 3D 플랫폼에서 단오풍정의 등장인물을 3D로 만들어 간송 뮤지엄만의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간송미술관이 기대하고 구축하려고 하는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아래 이미지만을 확장 계획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노출시키고 있는데 3D 플랫폼에서 작품들을 3D로 어떻게 구축할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할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또한 간송미술관의 NFT는 구매자(홀더)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보다는 문화재, 박물관 후원자들을 모집하는 성격이 보다 짙다.
실제 문화재의 사진을 고화질로 출력해 NFT로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멤버십, 혹은 입장권의 용도로 사용한다면 고화질의 문화재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차라리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티켓 자체만으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동일한 이미지로 NFT를 업로드할 예정이라면 박물관을 대표하는 디지털 포스터, 혹은 디지털 티켓 이미지를 만든다고 생각하자. 불필요한 문화재 촬영으로 원본을 손상시키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영구적으로 남아있어야 할 것은 NFT의 가치가 아니라 문화재 본연의 가치여만 한다.
경기도박물관의 ‘ㄱㄱㄷ Festa!’과 같이 박물관 로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해 NFT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다.
아래 영상과 같이 기존 박물관 로고를 재해석하는 공모전을 열어 시민들이 만든 이미지를 NFT화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은 박물관을 찾아와 주는 시민들이 그린 이미지들을 NFT로 만들어 업로드하는 방식도 시민들이 지역기반으로 설립된 박물관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만약 NFT 이미지를 정했다면 도대체 이것들로 무엇을 할지 정해야 한다.
시민들이 참여해서 만든 이미지들을 박물관에서 활용해 NFT로 만든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가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필수적으로 그 NFT를 소유했을 때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있어야 한다.
1. 박물관 굿즈 할인
2. 박물관 굿즈 오픈 전 구매(온라인)
3. 특별전시 입장권
4. 특별전시 패스권(줄 서지 않고 입장)
5. 박물관 서포터스 활동 등
6. 홀더 이름을 새긴 굿즈 제작 등
점차 오프라인과 NFT의 결합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박물관이라고 지켜보고 있으라는 법은 없다. 또한 국립박물관의 경우 주요 지역별로 설립이 되어있기 때문에 지역별 특징을 살린 NFT 발행도 가능하다. 주요 지역 거점과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NFT구매 하나만으로도 그 지역 관광코스를 둘러볼 수 있게 한다거나 지역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스탬프를 모아 오면 NFT를 발행해준다거나 박물관과 관광코스를 결합해보는 시도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혹은 박물관에 방문하는 관람객들의 이름들을 블록에 담아 남기는 박물관 방명록을 블록체인으로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NFT나 가상박물관 모두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을 오프라인 박물관으로 유입시켜야 한다. NFT 멤버십을 통해 오프라인과 결합한 혜택을 제공하고 관심을 불러일으켜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면 NFT라는 새로운 시도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조상들이 천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역사라는 연결고리를(체인) 통해 후손들에게 남겨주는 것들이 문화재라고 생각한다. 박물관들이 NFT 멤버십을 활용해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색다른 관람 요소를 만들어 보는 기회로 삼아봤으면 좋겠다.
다양한 분야에서 NFT를 멤버십과 커뮤니티, 마케팅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공공기관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간송미술관과 같이 사립 박물관&미술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색다른 박물관 경험을 제공하기를 바래본다.
라인기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