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모든 토스 서비스 중 가장 실망스럽습니다.
토스모바일이 1월 30일 개통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기다려 왔었고 여러 기대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 제 글) 뉴스 보고 또다시 토스에 들어가 봤습니다. 뉴스 보도와 함께 접속자가 몰렸는지 한때 Internel server error까지 나오더라고요.
접속이 안 되니 기다리면서 뉴스 기사들을 찬찬히 읽어봤는데, 헉 했습니다. 요금제가 생각보다 너무 좋지 않았거든요. 저는 알뜰폰 극초기인 2013년부터 써 온 고인물 유저입니다. 알뜰폰은 망을 보유하고 운영하고 있는 통신 3사에게서 도매로 가져와서 소매로 파는 사업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종의 소매점이고, 서로 의식을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요금제가 비슷비슷한 구조를 보입니다. 알뜰폰 사용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그런데 토스의 요금제는 아 이게 뭐지 싶을 정도로 고가로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일단 토스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사전신청을 했고, 유심을 받아서 사용까지 해 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공유하려 합니다.
토스 요금제는 전부 4종입니다. 표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요금제 명칭이 마땅히 없어 그냥 데이터 제공량으로 구분해서 부르고 있네요.
토스 관련 글을 종종 씁니다만 이 표를 만드는 것조차 이번에는 힘들었습니다. 토스 모바일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왜 문제냐고 하신다면… 물론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토스답지 않아서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서비스를 출시하건 토스는 투명하고 쉽게 정리해서 알려줬다고 느꼈는데요. 이번에는 반대였습니다. 정보들이 산재해 있고, 손품을 팔기 전에는 전체적으로 명확히 어떠한지 알기 어렵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짚었지만 토스 모바일의 요금제 4종은 모두 타 알뜰폰보다 비쌉니다. 토스 관련 글을 여러 차례 쓴 팬심으로 버텨보려 해도 고민이 되는, 엄청난 요금제들입니다. 그래도 일단 뭐라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장 저렴한 7GB 요금제를 선택했습니다.
토스모바일 신청 시 딱 두 가지만 물어보고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요금제를 쓰고 있는지’ , ‘데이터를 주로 어디에 쓰는지’ 이렇게 두 가지만 물어봅니다. 나머지는 본인인증 후 토스 정보를 가져다 쓰기에 유심을 받을 배송지 등을 입력하는 절차도 간소화됩니다. 그동안 사용했던 모든 알뜰폰 중 가장 빠른 가입 프로세스를 자랑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해서 엄청난 경험을 주는데요. 신청을 하니 원하는 배송지로 퀵으로 유심을 보내줍니다. 우편이 아니라 퀵입니다. 퀵.
집이 경기도인데 서울, 수도권만 가능한 건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퀵 비용이 못해도 1~2만 원은 할 것 같 같습니다. 유심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우편으로 보내도 되는데 굳이 퀵이라니.. 역시 토스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착까지 1~2시간 걸렸던 것 같은데 속도는 정말 만족할 만했습니다.
다만 퀵 기사님에게 주소만 전달이 되었고, 정작 받을 사람 이름은 전달이 안되었던 듯합니다. 집에는 제가 없었기에 가족이 ‘누구에게 온 것인지’ 계속 물었고 기사님은 모른다고 하셨던 게 흠이라면 흠이겠네요.
전달되는 품목은 단출합니다. 유심과 핀이 전부입니다. 개통은 아무 문제 없이 잘 되었고, 토스 앱을 통해 같이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참 좋았습니다.
제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금융 슈퍼앱인 토스 내에서 알뜰폰의 메뉴와 기능을 어떤 식으로 구현했을지였습니다. 토스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매일 자주 쓰는 토스앱이니 알뜰폰 사용량 확인만 편리하게 할 수 있어도 좋을 것 같았거든요. 위젯 같은 걸로 지원해 주면 좋을 것 같았는데 아직 지원하지 않습니다.
개통을 하고 토스 메뉴에 들어가 보니 딱 숨만 쉴 수준입니다. 앞으로 추가할 예정인진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타 알뜰폰보다 뭔가 더 좋다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토스는 늘 ‘미친 만족감’이라는 과격한 단어를 사용해 자신들을 홍보해 왔습니다. 이는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서비스든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서 만들어왔고, 혹시나 고객 피해가 생길 것 같으면 선제적으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였죠. 과하다 싶을 정도의 만족, 그리고 ‘이래도 얘네들 괜찮나’ 싶은 걱정까지 만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토스 알뜰폰은 다른 의미로 충격적입니다. (ㅠㅜ)
먼저 가격,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중의 어떤 알뜰폰과 비교해도 최악의 가격대를 보여줍니다. 일부러 이러나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못 믿으시겠으면 당장 아무 알뜰폰 홈페이지나 가서 동일한 급의 요금제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차별점으로 홍보했던 ‘데이터 미사용에 따른 캐시백’은 이상하게만 보입니다. 출시된 4종의 요금제 중 데이터 미사용 캐시백을 지원하는 건 2종입니다. (100기가를 주고 이후 데이터 무제한을 쓰게 해 주는 요금제), (11기가를 사용하면 매일 2기가씩 추가로 주는 무제한 요금제)인데요. 애초에 이 요금제를 선택하는 고객은 ‘데이터를 펑펑 쓰고자 하는‘ 고객이지 이거 아껴서 요금 절약하겠다는 고객이 아닙니다.
100기가 쓰겠다고 59800원 요금제를 선택한 사람에게 그 1/10만 쓰면 1만원을 돌려주겠다.. 라는 접근이 그렇게 매력적일까요? 그나마 15GB 요금제는 1천원 캐시백이고, 7GB요금제는 캐시백도 없습니다.
토스페이를 사용했을때 페이백 부분도 아쉽긴 마찬가지입니다. 할인한도(Cap)이 없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10%할인, 최대 5천원까지이기 때문에 5만원 결제까지만 해당되는 겁니다. 이 페이백 또한 100GB, 71GB에만 적용되고 15GB와 7GB에는 해당되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페이백을 적용받아도 동일수준의 타 알뜰폰 요금제보다 비쌉니다. 타사보다 저렴하면 어떻게 고민해볼 여지가 있겠지만, 지금은 안보입니다.
이렇게 가격경쟁력이 없음을 토스가 모를 리 없습니다. 일단 비싸게 내놓고 요금제에 조건을 걸면서 락인하겠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백화점 상품이 이런 게 많죠. 할인 다 챙겨서 사면 싸지만 초기 가격은 엄청나게 비싼 경우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사업 초기부터 흑자를 내겠다는 욕심이거나(무리수), 정부와 경쟁사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KB가 알뜰폰 사업에 들어왔을 때 업계의 반발이 상당했고, 토스의 진입발표 때도 우려가 컸거든요.
어떤 이유이든 이는 악수(惡手)이기에 잘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우리나라 환경에서 알뜰폰을 쓴다는 것은 상당한 각오가 필요합니다. 핸드폰은 동네 대리점에서 케이스와 라면 1 봉지 받으며 개통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게 우리나라입니다. 사람들 인식에는 통신 3사의 서비스는 정파이고, 알뜰폰은 사파란 생각이 아직 크기 때문입니다. 같은 망을 쓰기에 품질이 같다는 건 사람들이 모르죠. 알아도 통신 3사가 무언가 더 나을 거라는 이상한 희망을 품고요.
이 고정관념을 서서히 알뜰폰이 깰 수 있었던 건, 경기가 어려워진 점, 중고폰이 활성화된 탓이 컸습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는데 훨씬 싸고 약정도 없는 알뜰폰이 부각되는 건 당연합니다. 스마트폰 출고가가 워낙 높아지니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되었고 자연스럽게 기계와 개통이 분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돈, 즉 가격 때문입니다. 돈을 아낄 수 있으니 사람들이 움직였던 거죠.
토스가 하는 알뜰폰이면 얼마나 저렴할까 기대해 왔던 기존 알뜰폰 사용자들에겐 이 요금제는 충격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알뜰폰 유저는 포기하고 차라리 통신 3사 고객을 중심으로 영업하겠다는 토스의 선언이라고 봐야 할 텐데요. 관련하여 어떤 전략을 펴 나갈지 모르겠습니다.
토스는 당초 언론보도를 통해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고객센터를 통해 제공하겠다고 해 왔습니다만, 실제로 사용해 보니 홍보와는 달랐습니다. 고객센터로 전화했을 때 ARS 버튼 누르는 단계는 타사보다 적었지만, 상담원 통화가 많아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통화가 안되어도 채팅상담이라도 잘 되면 상관이 없는데, 현재는 채팅상담 메뉴가 없고 고객센터는 전화문의로 고정되어 있습니다.(숨겨놓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초기에 홍보한 만큼 효과는 없어 보입니다. 저는 채팅상담을 더 선호하는 터라 결국 토스 본체의 채팅상담에 가서, 모바일 상담을 요구해 받을 수 있었습니다. 추가로 본인인증을 한번 더 하는 등 귀찮고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가장 저렴한 7GB 요금제를 선택했는데요. 가입 시 LG망과 kt 망을 물어봅니다. 이때 아무 생각 없이 LG 망을 선택하고 유심을 받아 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알뜰폰들은 보통 한 달에 한번 요금제 변경이 가능합니다. 토스도 요금제 변경 메뉴가 있길래 들어가 봤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100, 71 요금제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바꾸려 한 15 요금제가 안보였습니다.
아니 요금제 4개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서로 변경에 뭔가 룰이 있는 것인가… 생각하며 고객센터에 물어보니 뜻밖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LG 망의 경우 아직 15GB 요금제 가입이 안된다고 합니다. 제가 본 어떤 기사에서도 확인하지 못한 사항이라 놀랐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요. 토스 알뜰폰은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뱅크, 페이, 증권 등에서 보여주었던 혁신성은 빠른 신청과 배송에서만 보이고 있고 실제 사용 단계에서는 그리 큰 강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알뜰폰보다 비싸게 사용해야 할 이유가 안 보입니다.
예전 글에서 다룬 것처럼, 토스는 알뜰폰을 통해 작게는 위젯부터 크게는 통신데이터의 활용까지 다양한 사업을 준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요금부터 큰 변화가 있어야 할 듯합니다. 백번 양보하여 수익성을 고려한 설계라고 이해해 보려 해도 너무한 수준이라서요.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가격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다른 장점을 가리게 됩니다. 알뜰폰은 브랜드로 커버할 수 있는 고급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토스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지 궁금해집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길진세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