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전략기획의 브랜딩 지키기
수평적인 조직에서 리더의 수평적인 기여 방법
몇 년 사이 많은 조직이 수평적인 문화로 바뀐 것 같습니다. 제 브런치 시작 때는 수평적이지 않은 기업 문화를 저격한 게 대부분이었는데요. 요즘 이런 글을 쓰지 않는 걸 보면 체감적으로 수평적인 문화를 과거보다는 느끼고 있는 것 같네요. 물론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수평적인 조직에서는 여러 아이디어와 관점이 좋은 시사점을 만들어 냅니다. 정말 집단 지성이 비즈니스를 이끌고 가는 것 같습니다. 고객 수요의 트렌드를 잘 반영하기 위해 적합합니다. 따라서 기존에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것과는 약간 다른 업무 흐름이 발생합니다. 마이크로매니징이 조금 줄어든 것이죠.
리더의 역할은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목표와 키워드만 던지고 모든 걸 실무자들을 착취해서 더 윗사람 마음속에 있는 그 말로 답정너로 결판내는 역할이거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이크로매니징으로 사실상 실무자들을 잡부 수준으로만 활용해서는 조직에서도 성과에서도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죠.
저도 미팅에 들어가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납니다. 미션을 공감하는 상태에서 모두 찾고 배운 것으로 생각한 것을 던집니다. 프로젝트와 사업, 고객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들이 충돌합니다. 고객의 수요가 더 많은 광고 노출에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노출의 정도에 따라 광고 상품의 범주를 정의하고 어디를 개선할지 말합니다.
경기 침체로 이익이 우선이며 마케팅 예산을 줄이는 것이 트렌드라고 말하는 친구들은 우리가 제공하는 광고의 이익에 따라 카테고리를 나누고 방향 제시를 하려고 합니다. 이것을 듣고 정리하는 사람은 엑셀에 열 하나를 추가해 새로운 차원으로 이 프레임들을 하나의 결과로 욱여넣기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또 다른 차원이 등장하며 논의는 좋은 의도만 넘쳐나고 어떻게 정리해서 이 프로젝트를 전개해야 하는지 답보 상태에 일시적으로 빠지게 됩니다.
저는 리더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평적인 현재의 조직 문화에서 여러 의견들이 다른 관점에서 부딪힐 때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죠. 여러 의견을 조율해서 가장 합리적인 프레임을 정해 프로젝트와 사업의 출발점으로 기획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증 작업과 레퍼런스 검토가 필요합니다.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내부 데이터를 통해 해당 프레임이 생각하는 가설이 맞는지 검등과 해석을 통해 정리하고 우리 데이터 안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이라면 보다 많은 유사 사례들을 찾아 해당 사례들이 어떻게 귀결되는지 프레임으로 정리하여 여러 사람의 의견을 정리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와 다른 점은 미리 이 프레임을 들고 와서 내가 만든 프레임이니 여기 맞추어라고 하는 게 아닌 모두 프레임을 갖고 현상을 볼 수 있는 시각을 만들어 주고 그중 좋은 아이디어들을 포괄해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하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프레임을 정리하지 못하는 리더라면 수평적인 조직인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서 누가 더 강하게 주장하거나 다수결처럼 되어 버리면 사업의 문제가 인기의 문제로 바뀌면서 정답을 찾는 노력과는 별개의 양상으로 일이 바뀝니다. 그래서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과 사업의 트렌드를 읽는 감각이 필요한 것이죠. 또한 모두가 일에서는 부딪히지만 문화적으로는 파열하지 않는 중재자로서의 역할도 필요한 것입니다.
과거부터 리더는 비전 제시의 능력이 필요함을 요구 받았습니다. 현재를 유지하는 사람은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리드하는 역할을 할 수 없죠.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게 좋은 리더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비전 제시의 원동력인데요. 실무에서 비전 제시가 잘 드러나는 부분은 사업을 어떻게 그다음 무언가로 만들까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입니다. 더 많은 수요로, 더 이익을 만드는 구조로 지금 나온 집단적인 아이디어들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죠.
여러 실무자들과 지금 서비스의 개선 방향을 이야기하면서 파편화된 개선 포인트들이 모입니다. 낱개의 제안들 속에 의도하고 있는 키워드들을 읽어 전체적으로 어떤 부분의 역량을 크게 개선시킬 필요가 있는지, 우리의 부족한 부분이나 고객의 수요 변화에 따라 다음 할 큰 단위의 어떤 것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략적 단계에 따라 현재 나온 아이디어 중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료 아이템 전환이나 제휴 등을 통한 발전 등 더 큰 눈으로 이 사업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기능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실무자들은 다 알 수 없는 일을 하는 게 리더의 역할인 것이죠. 그리고 조직은 이 사례를 배우며 함께 성장하게 됩니다.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하지만 일이 정리되고 일이 발전되는 것을 모두가 원하지 일이 널브러져 있는 상태를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이 널브러져 있지 않기 위해서는 리더는 그만큼 보이지 않는 시간에 프레임들을 미리 연구하고 사업의 성장과 관련된 리서치와 고민의 시간이 추가로 필요한 것입니다. 리더가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 부분의 실무를 하고 있다면 가장 중요한 그것은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사업의 다음 스텝이나 모두가 내놓은 집단 지성을 잘 융합하는 작업은 할 수 없고 조직은 수평이라는 이름 아래 방임 혹은 지속된 방임 후 수직적인 결정이 반복되는 상태가 될 것입니다.
수평적인 조직은 모두의 생각과 행동을 환영하지만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역시 지향합니다. 수평적이라 일이 안된다고 말하거나 수평적이기에 의사소통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고 불만이 나오는 것은 사실 수평적인 문화가 문제가 아닌 전략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리더의 책임입니다. 적절한 프레임의 조율을 통해 여러 생각들에서 최선을 찾고 있는지, 지금 이상의 다음 단계를 그리고 있는지 저를 포함해서 수시로 돌아봐야 할 일입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