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모비데이즈 성지문 매니저
제목에 명시했듯이 블리자드의 유명 FPS 게임 “오버워치” 닮은꼴인 모바일 게임이 최근 중국에서 클로즈 베타를 완료했다. 게임의 이름은 ‘왕자군단(王者军团)’이며, 중국 회사 ‘天之游(천지유)’가 개발에 참여했다. 아직 정식 서비스되지 않았지만,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작년 10월에 1차 클로즈 베타를 진행했고, 이번 2월에 새로운 영웅을 몇 명 공개하면서 2차 클로즈 베타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한다.
이번 2차 클로즈 베타에 참여할 수 있었다. 중국 친구의 도움이 있었고, 클로즈 베타에 참여하기 위해 위챗 공중계정 이벤트로 활성 코드(激活?)도 운 좋게 얻었다. 물론 정식 서비스가 아니기에, 자사 홈페이지의 QR코드 혹은 공중계정에서 게임의 APK를 내려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해당 게임을 조사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소비자들의 반응인데, 짝퉁을 비판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점과 동남아 소비자들이 해당 게임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가져간다는 속담이 절로 느껴진다.
밸런스는 엉망이지만 인게임 그래픽, 음향, 인터페이스는 생각보다 깔끔해서 놀라웠다. 이를 두고 천지유는 ‘리틀보이’라는 자사 게임 엔진을 사용해서 개발했다고 밝혔다. 모바일이라는 플랫폼 특성상 조준이 어렵기에 오토에임(자동 조준)이라는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조준선을 적 근처로 가져가면 스스로 조준해준다는 의미다. 조준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었고, 타격감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캐릭터들 간의 밸런스가 엉망이다. 근접 공격이 가능하고 이동속도가 빠른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게임에 나타나기만 하면 대참사가 터진다. 플레이어의 오토에임도 못 따라갈 정도로 상대편이 빠른 이동하기 때문이다. (곧이어 자꾸 죽는 게 약오른 다른 유저들은 해당 캐릭터만 고르게 된다) 밸런스는 정말 엉망이다. 캐릭터는 곧잘 벽과 벽 사이를 통과하고, 유저들은 서로 순간 이동 버그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게임이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바로 세세함이다. 버튼을 클릭하면 나타나는 색과 효과음이 매우 자연스럽게 바뀌었고, 모든 영웅마다 각자 고유의 스토리가 있으며, 영웅의 스킨, 무기 커스터마이징(미구현)등이 존재한다. 심지어 게임 내 성우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정도다. 초기 페이지에서는 영웅, 스킨, 룬페이지(가칭), 성적 등등의 내용을 초기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일퀘라는 일일 임무(任?) 페이지가 있는데, 예를 들어 연속 3번 승리할 경우 500골드 같은 보상을 제공한다. 임무의 경우 매일 오전에 갱신된다. 이쯤 되면 이 게임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개발자가 갈렸을지 몹시 궁금해진다.
초기화면에서 영웅 탭을 눌렀을 시 뜨는 화면인데, 해당 페이지에서는 능력치와 스킨을 확인할 수 있다. 무기도 변경 가능하다고 하지만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캐릭터마다 스토리(故事)와 기술(技能)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번 리뷰했던 가두농구와 마찬가지로 영웅을 구입하는 화폐로는 골드와 다이아몬드가 사용된다. 오로지 인 앱 결제로만 구매 가능한 보라색 코인은 현재 캐릭터의 스킨만 구매 가능하다. 개발사 측은 향후 무기 결제 시스템도 추가한다고 한다. 영웅은 1차에 5명, 2차를 포함해서 현재 10명이 공개됐다. 물론 모든 영웅 고유의 스토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중국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 곧잘 관찰되는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이 룬페이지다. 왕자군단에서는 원질(原质)이라는 특수한 성능을 지닌 돌을 해당 페이지에서 장착하면 캐릭터의 능력이 올라간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해당 기능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던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먼저 사용된 기능이다. 이 페이지는 레벨이 올라갈 때 자동으로 열리기도 하고, 게임 화폐인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일찍 열 수도 있다.
왕자군단의 플레이 방식은 오버워치와 똑같다. 지역 점령과 화물 운반이 주를 이룸. 게임의 템포 역시 대단히 빠르다. 영웅은 5초 만에 부활하고, 궁극기는 1분 만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영웅들의 포지션을 나누자면 체력과 방어력이 높지만 공격력이 낮은 수호 영웅, 공격력이 높은 선봉 영웅, 치유 같은 보조 역할을 하는 지원 영웅들로 나눌 수 있다. 캐릭터 간 상성이 존재하며, 적절한 조합에 따라서 승률이 오르거나 내리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고작 모바일 게임인데.
물론 과금한 만큼 대우를 해주는 VIP 제도도 운용 중이다. 아직은 초상화에서만 구현되었지만, 앞으로 VIP 관련 콘텐츠가 생겨날 것으로 본다. 그리고 로딩 화면에 유저 상태표기 존재하는 이유는 게임의 로딩이 자사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의 연결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도시별 통신 인프라, 몇천 대가 넘는 스마트폰 간 호환성 문제로 게임을 플레이가 하기 쉽지 않다. 게임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다. 멀티플레이가 되는 중국 모바일 게임의 경우 대부분 이 방식을 고수한다.
물론 짝퉁 게임을 만들어내는 일은 정당하지 못하다. 필자가 역시 지식재산권 침해를 반대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리더를 모방하고, 학습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중국 개발사들의 노력은 (조심스럽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왕자군단의 경우, 커뮤니티에서 동남아 IP의 사용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걸을 목격 했다. 즉, 미국의 게임을 중국 회사가 흉내 내서 동남아에 가져다 팔 생각이라는 것이다.
게임이 실패해도 좋다, 적어도 이들은 여기서 무언가를 학습할 것이고, 다시 한번 시도할 것이 자명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왕자군단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선진 기업들은 혁신으로 기술을 창조하고, 그 기술로 이익을 혁신하는 게 바로 중국이라는 나라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떨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만히 짝퉁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동안 그들이 변했는가?) 이에 상응하는 새로운 전략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가만히 있어서는 변화하는 것은 없다. 마지막으로 오버워치의 영웅인 트레이서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