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에 대한 UX 원칙
인공지능은 최근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우리의 일상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와 같은 SF 영화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우려에 깊이 공감 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에서 AlphaGo의 압도적인 승리와 ChatGPT의 압도적인 성능을 바라보며,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들의 많은 직업들이 인공지능에 대체되는 것에 대한 위협감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은 빛과 그림자라는 양면성을 지닙니다. 예를 들면 우리의 삶에 전에 없던 이동성을 제공하는 자동차도 환경 오염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매년 교통 사고로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이에 우리들은 친환경의 저공해 기술과 사고를 줄여주는 안전성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같이, 혁신적인 기술이 내포하는 어둠의 그림자를 줄여가고자 노력합니다.
마찬가지로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볼 수 있는 인공지능도 우리들에게 위협적인 면을 줄여가면서, 그 편익은 극대화하여 인간과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공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지닌 편익을 어떻게 UX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을까요?
바로 자동화된 사용자 경험을 들 수 있습니다. 자동화(Automation)는 사용자가 수행해야 할 과업을 인공지능이 대신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개인화 추천 시스템도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탐색하는 과업을 인공지능이 대신 해 준다는 점에서 자동화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동화 수준 관점으로 개인화 UX를 살펴보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설정해 사용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완전히 사용자가 모든 과업을 직접 수행하는 수동으로 보았을 때, 개인화 추천은 사용자가 해야하는 정보처리 과정을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는 반자동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자동화는 개인화 추천에서 더 나아가 제어와 실행까지도 인공지능이 대신해 준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동화는 왜 우리에게 필요할까요?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욱 더 강렬하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라는 말이 온라인에서 한참 유행 했었는데요, 바로 자동화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귀차니즘 또는 나태함 때문입니다. 자동화는 번거롭거나 하기 싫은 일을 줄여주거나 없애 줄 수 있어, 사용자가 하고 싶은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뿐만 아니라 자동화는 인간이 하기에 너무 위험하거나 불가능한 것들을 대신해주고, 그리고 더 나아가 사용자의 능력을 확장하거나 강화시켜 주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이러한 자동화 기술 수준은 아직은 인공지능이 자아(ego)가 없어 우리를 지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업에서도 우리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반면에 알고리즘이 완벽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자동화를 위임한 과업에서도 우리는 인공지능을 100% 신뢰할 수도 없는데요, 만약 자동화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해 오류가 발생한다면 사람에 의한 오류보다 더 큰 참사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자동화를 잘 활용하려면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적절한 과업 분할과 협력 관계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빛과 그림자라는 양면성을 지닐 수 있는 자동화를 사용자 가치 중심적으로 잘 활용하려면, UX 관점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사용자가 원하는 과업을 자동화해주되, 그 통제권은 사용자에게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용자의 노고(勞苦, 힘들여 수고하고 애씀)를 줄여주는 자동화 경험의 원칙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누구나 동일한 과업을 반복적으로 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과업은 사용자에게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허비해 버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러한 과업이 인지적이거나 물리적 부하가 크다면, 자동화를 통해 사용자의 노고를 최소화하여 그들에게 중요하거나 하길 원하는 과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자동화에 꼭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같은 구현이 어려운 인공지능 기술을 반드시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용자가 루틴하게 특정 맥락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과업에 대해서는 좀 더 구현이 쉬운 규칙 기반 인공지능(Rule-based AI)으로도 효과적으로 사용자의 노고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아래의 예시는 가전 연동 앱에 적용된 루틴 기능인데요, 사용자가 한 번만 자기의 생활 패턴에 맞춰 가전 제품들의 작동 방법을 설정해 놓으면, 이후엔 자동화 기능이 알아서 가전 제품들을 제어하여 실행시켜 줍니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일어나는 시간에 블라인드나 조명을 켜준다거나, 집을 나서면 가전들의 전원을 알아서 꺼준다면, 사용자는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인 일상을 보낼 수 있습니다.
다음의 예시는 Google Assistant Duplex on the web 입니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사용자가 간단한 음성 명령만 내리면, 웹 페이지에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하고 예약이나 구매를 AI가 대신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레스토랑 예약, 온라인 음식 또는 영화 티켓 구매, 이발 설정 등과 같은 서비스를 지원해 주었지만, 현재는 아쉽게도 서비스를 중단하였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사소한 과업을 AI가 마치 비서처럼 대신 처리해 준다면, 사용자는 좀 더 고차원적인 과업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변화에 따라 사용자가 매번 필요한 기능이나 설정 값을 변경해 주는 것은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는 그 제품과 서비스의 모든 기능과 그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설정 값을 알고 있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도록 조작하는 것은 과업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변화하는 상황에 인공지능이 자동적으로 제어해 주는 것은 사용자에게 편리함뿐만 아니라 그 상황에서의 최적의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아래의 예시는 TV에서 제공하는 스마트 기능인데요. 인공지능이 현재 시청하는 콘텐츠의 속성을 분석하여 최적의 화질과 사운드의 설정 값을 알아서 조절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시청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별도의 설정 값 조절 없이도, 최적의 상태의 콘텐츠에만 몰입하여 시청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아래의 예시는 에어컨의 인체감지 냉방 기능입니다. 인체감지 센서가 사용자의 위치와 거리를 감지하면,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바람의 방향과 강도를 조절하여 사용자가 있는 곳으로 알아서 바람을 보내줍니다.
사용자가 자동화 기능의 On/Off 및 자동화 수준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용자에 따라 자동화 보다는 직접 제어하는 것을 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영역이나 과업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일 수 있을텐데요. 아래의 패널 조사 결과와 같이, 인공지능이 이용되는 서비스 영역에 따라 그 이용 의향이 약 30~70% 정도로 차이를 보이며 분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 개인의 차이뿐만 아니라 과업에 따라 자동화를 원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가 자동화를 사용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또한 사용자가 자동화의 사용을 원할 경우에도, 어떤 과업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인공지능이 개입하게 할 것인지 사용자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래의 예시는 설정 화면을 통해 자동화 기능과 반자동화의 일종인 추천 기능을 사용할지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키보드 설정 화면에서는 자동화를 어떤 과업(예: 문구 대체, 대문자 전환, 마침표, 띄어쓰기)에 활용할 것인지 사용자에게 디테일하게 선택권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불완전한 것처럼, 아직은 인공지능의 신뢰성 또한 완벽하지 못할텐데요, 이와 관련하여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약 40%의 사용자만이 인공지능을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4차 산업혁명위원회, 2021년). 뿐만 아니라 자동화로 인해 사용자는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용자는 자동화를 감독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어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합니다.
아래의 예시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로봇 청소기인데요,
로봇 청소기는 집 안의 구조와 크기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다양한 사물과 가구를 정확하게 인식하여 집안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알아서 자동으로 청소를 해줍니다. 이러한 자동화뿐만 아니라 로봇 청소기의 작업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 제어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용자의 노고(勞苦, 힘들여 수고하고 애씀)를 줄여주는 자동화 경험의 원칙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사용자는 반복적이거나 귀찮은 과업을 인공지능에게 위임하는 자동화를 통해, 인지적 및 물리적 부하를 줄여주면서 이를 통해 확보된 시간에 좀 더 본질적이거나 고차원적인 과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동화를 통해 사용자의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적절한 과업 분할과 함께 어떠한 협력 관계가 적절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즉 이는 어떤 과업을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자동화해 주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줍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적절한 과업 분할을 위해서는, 전체 서비스 흐름 중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이 잘하는 많은 양의 정보를 연역적으로 분석하거나 같은 일을 정확하게 반복적으로 하는 것과 같이, 사용자가 인지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어려운 과업이나 매번 반복적으로 하기에는 귀찮아서 하기 싫은 과업의 일부를 인공지능이 보조해 준다거나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상호 협력적인 관계를 디자인할 때에는,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자동화를 할지에 대한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권한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인간은 귀납적인 사고를 통해 유연하게 판단하는 것을 잘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큰 그림은 사용자에게 맡기고 세부적인 과업은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인간과 인공지능이 누가 더 특정 과업을 더 잘하는지 관점에서 자동화의 과업 분할을 하는 것만이 정답일까요?
인간성(Humanity) 관점에서 우리는 어떤 과업에서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싶어 하지 않을 수 있을텐데요, 아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단순하거나 반복적인 일, 그리고 위험한 일, 복잡한 일에 대해서는 그 이용 의향이 높지만, 상담이나 교육, 돌봄과 같이 정서적인 영역에서는 그 이용 의향이 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사용자는 이성적이거나 분석적인 영역에 비해,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영역에서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고 따뜻한 인간성이 유지된 휴먼 터치 서비스를 제공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자동화를 통해 사용자의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사용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영역은 사전에 센싱하고 줄여가는 고민도 함께 필요합니다.
자동화는 사용자가 귀찮고 하기 싫은 과업을 대신해 주어 효율성과 편의성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데요, 반면에 인공지능이 특정 과업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100%의 정확성을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은 제한된 범위와 맥락 내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에는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자동화를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모니터링하고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를 사용자에게 알리고 사용자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볼 수 있는 인공지능은 그 가능성이 무한한 만큼 아직은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인데요. 이에 우리는 위협적인 면을 사전에 발견하고 줄여가면서, 그 편익은 극대화하여 인간과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공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의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