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모비인사이드 이채령 매니저
스페인 제 2의 항구도시, 안토니오 가우디, FC 바르셀로나, 라 람블라 거리...
태양을 닮은 도시 바르셀로나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입니다. 인구 160만명의 이 작은 도시는 현재 MWC(Mobile World Congress)의 물결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거리 곳곳에서 MWC를 홍보하는 전광판이 눈에 띄는가 하면, 까탈루냐 미술관 앞에 있는 4YFN관도 사람들로 붐빕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 MWC 로고가 박힌 가방을 맨 외국인들이 서성이고, 참가자 뱃지를 받을 수 있는 도심 내 부스에도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현지시각 기준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4일간 Fira Granvia, Fira Monjuic에서 열리는 MWC는 1987년 시작한 세계 최대의 모바일 축제입니다. 총 9개 전시관에 전세계 10만여 명의 참가자가 모여 각종 신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모바일 축제의 장에 모비인사이드가 직접 참여했습니다.
올해 MWC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5G였는데요. 현지시각 27일 오후에 열린 '5G Beyond the Hype: Value And Building Blocks' 세션을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효진 SK 텔레콤 SVP는 올해 4분기에 시범 서비스를 개시하고 2019년 말에 5G 브로드밴드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는 타임라인을 공개했습니다. 5G 기술과 인프라를 접목한 커넥티드 카의 테스트 드라이브 영상이 공개되자 홀 내에 있던 모두가 카메라를 꺼내들기도 했습니다.
이보다 한 시간 앞서 열린 아시아 미디어 리셉션에서 GSMA 아시아태평양 지사의 'Terence Wong(Market Development Director)'은 5G의 특징이 단순히 빠른 속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연결되는(everything connected)', '연속적인(seamless)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에 있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여러 회사들이 공개한 커넥티드 카 역시 비디오 인식 기술, 드론 헬퍼(Drone Helper), 무인주행기술 등 각종 첨단 기술을 집약한 결정체임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 관계자가 참여한 패널 디스커션에서도 5G 시대를 앞둔 모바일 기기 선도 기업들의 전망과 준비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특히 에릭슨의 'Ulf Ewaldsson(SVP)'은 '전세계가 5G의 시대를 열망하고 있다'며 5G가 불러올 변화의 바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보안 문제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어느 때보다도 만연한 보안 관련 스타트업들과 활발히 협업할 것이며, 내부적으로 분석가들을 동원해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글로벌 상위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3관에서도 가장 중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부스에는 동작인식을 기반으로 한 갤럭시 기어를 체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특히 스켈레톤, 패러글라이딩 등 역동적인 스포츠를 헤드셋 VR기어 및 특수 기기로 체험할 수 있는 ‘VR 4D 체험존'은 미리 예약을 해야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다음달 29일에 공개하기로 예고한 갤럭시 S8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삼성전자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기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바로 맞은 편에 있는 퀄컴 부스에서는 6D 기술을 활용한 VR 체험존이 마련됐습니다. 직접 VR 기기와 헤드셋을 쓰고 체험해봤지만, 기존 3D VR영상과 몰입감이나 콘텐츠 면에서 큰 차이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특히 파워레인저 캐릭터로 제작한 영상의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유치했고, 기기는 너무 무거워서 자꾸만 앞으로 흘러내렸습니다. 이외에도 HTC, KT, 스페인 통신사 Telefonica 등 수많은 회사들이 VR 관련 기기나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이미 신기술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음에도, 아직 VR관련 시장의 나아갈 길은 멀기만 한 것처럼 보입니다.
올해도 MWC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가 각각 갤럭시 탭 3S, G6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전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SK텔레콤, KT 등도 차세대 이동통신 5G,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한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화웨이, 오포, BBK, ZTE 등 중국 기업들이 MWC를 무대 삼아 너나 할 것 없이 압도적인 규모의 부스를 마련하고 새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한 지도 벌써 오래 전부터의 일입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대기업이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공개하는 모습은 여타 한국 언론을 통해 국내에도 이미 잘 알려진 상황인데요.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수의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한국 기업이나 한국 시장에 대한 열렬한 관심을 체감하기는 힘들었습니다. 행사장 전체를 봐도 아시아 인들의 숫자가 많지 않아 개인적인 예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는데요. 모바일 시대의 도래로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비서구권 지역의 국가들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가고 있음에도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나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려는 시도에서는 뒤쳐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현지 시각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모바일 축제는 이제 겨우 이틀 지났을 뿐입니다. 모바일 업계의 거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주제의 세션과 미처 방문하지 못한 전시관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축제가 계속되는 동안 MWC의 더 다양한 모습과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