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laimer: 아래의 내용은 오로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서 특정 고객을 위한 법률자문의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므로 해당 정보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SAFE는 실리콘밸리의 액셀러레이터인 Y Combinator가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투자 시에 이용하기 위해 처음 제시했던 방식으로,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들 간의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의 의견 차이 등을 조율하기 위하여 도입된 방식이다. 즉, SAFE 방식을 통하여 회사와 투자자는 지분 산정방법에 대한 최소한의 조건만 합의한 후 투자가 이루어지고, 이후 VC 등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기업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나서 이를 기준으로 초기 투자자들의 지분과 단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또한, SAFE 투자자는 투자금을 현금으로 상환받을 것인지 주식으로 받을 것인지도 선택할 수 있다.
참고로 SAFE는 채무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 설립자는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스타트업이 도약하기 위하여 사업 초기에 필요한 자본을 제공하는 중요한 방식으로, 요즘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전환약속어음(convertible note)보다는 SAFE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SAFE의 특징과 핵심 조항, 전환약속어음 등과의 차이점에 대하여는 여러 차례 다뤘으므로 이번 글에서는 생략하고 SAFE 투자자의 지분 희석(dilution) 방식에 대하여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자본금을 늘려나가는 것은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는 본질적인 과정 중 하나이며, 보통 우리는 이를 펀드레이징(fund raising)이라고도 한다. 물론 가장 전통적이고 대표적인 방식은 투자자에게 주식을 판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자로부터 현금을 받고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게 되면 회사가 발행한 전체 주식 수가 증가하게 되고 결국 개별 주주의 지분 비율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을 자금 조달에서 지분 희석(dilution)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단순히 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하는데, 반대로 회사의 전체 자본의 규모가 증가하므로 더욱 건전하고 우량한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회사가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지분 가치가 예상보다 훨씬 낮아지는 것을 누구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창업자들과 투자자 입장을 모두 고려하여 펀드레이징 후 각자의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을 계산하여 원하는 비율의 회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분이 희석되었다는 것은 창업자와 주주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분이 희석되면 창업자는 그만큼 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잃게 된다는 의미인데, 결국 지분 희석으로 인해 본인이 회사의 의사결정을 내릴 때의 의결권이 동시에 감소하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각 주당 배당금이 감소하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에 대한 배당수익도 감소할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이 생기는데 투자자 자신의 지분 희석으로 인해 투자 가치가 감소하게 된다. 신규 투자자가 자신보다, 나아가 창업자들의 지분보다 더 큰 주식을 소유하게 되면 본인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서 의사 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잃게 될 수도 있다. 결국 본인이 투자했던 회사의 방향이나 비전이 새로운 투자자에 의하여 완전히 바뀌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창업자들과 SAFE로 투자자한 투자자들은 일단 다음 Equity Financing 라운드(보통은 seed 라운드 또는 pre-A 라운드)까지는 지분 희석을 연기할 수 있다. SAFE 투자자는 아직 확정된 주식을 받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지분율이 확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Equity Financing 라운드가 되면 다양한 요인이 SAFE의 지분 희석율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인 전환 할인율(discount rate)과 투자 후 평가액 상한(post-money valuation cap)이다.
이 중 회사의 투자 후 기업가치 상한 방식을 보통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회사의 실제 가치 평가금액에 관계없이 미래의 투자라운드에서 투자자가 우선주로 전환할 때 계산되는 회사의 가치평가액의 최대 금액을 미리 설정하는 것이다. 즉, 쉽게 말하여 pre-seed 단계에서 SAFE 계약상에 투자 후 평가액 상한을 $5M으로 정해두었다면, seed 라운드에서 equity financing을 위한 회사의 가치평가 결과가 $10M으로 평가되었다 하더라도 SAFE 투자자는 회사의 가치를 $5M으로 계산하여 우선주 취득단가를 계산할 수 있다. 결국 후속 투자자보다 1/2 가격으로 싸게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혜택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SAFE 계약서에 투자 후(post-money)가 아니라 투자 전(pre-money) 평가액 상한을 정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투자 후 평가액 상한으로 규정하는 경우, 투자자는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자신의 소유 비율을 명확하게 확정할 수 있기 때문에 희석 비율이 더 높더라도 투자자들은 보통 이 방식을 선호한다.
일단 SAFE 투자를 받기 전에 미리 Cap Table을 작성하여 다음 Equity Financing 라운드로 넘어갔을 때 해당 SAFE 투자자가 어느 정도의 주식을 소유하게 될지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 좋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투자 전에 미리 희석이 되었을 때의 자신의 지분 비율을 확인함으로써 예상치 못하게 과도한 지분 희석이 일어났다며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낮아진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가급적 SAFE 단계에서 과도한 자금을 모금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금 모금은 회사의 run-way(현재의 자금 사정을 고려하여 생존할 수 있는 시간)를 구체적으로 예측하여 필요한 수준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고 펀드레이징 프로세스를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은 좋지 않다. 간혹 일단은 투자받고 보자 라는 마인드로 무분별하게 투자부터 많이 받은 회사들이 오히려 방만하게 회사를 운영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초기 SAFE 투자자들의 존재는 그 만큼 유리한 조건으로 지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수많은 잠재적인 주주들이 생긴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창업자들 자신의 지분이 어느 한 순간 급격히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새로운 SAFE 투자를 받기 위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물론 계약상 의무는 없을 수 있지만) 기존의 SAFE 투자자들에게 통지한 뒤 신규 투자금 유치의 필요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을 하고 동의를 얻은 뒤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성기원 변호사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