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M&A 시너지, 마케팅 전략의 힘
이 아름다운 그래프는 무엇일까요?
바로 전자책 서비스로 유명한 밀리의서재의 최근 3년간 재무성과입니다. 매년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 말 정도가 되면 외감 대상에 포함되는 스타트업들은 하나 둘 실적이 발표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최근 주요 스타트업들의 작년 실적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이건 좀 공유를 하면 좋겠다 싶어서 가지고 와봤습니다. 사실 공유를 좀 하면 좋겠다 정도가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꽤나 인상 깊었고, 솔직히 보면서 약간은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스타트업들은 ① 성장 ② 수익 2가지 중 하나를 양자택일 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수익을 잡기 위해 마케팅비를 줄이면 성장이 더뎌지고, 반대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을 늘리면 다시 손익이 나빠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거시 경제가 좋지 않고 투자 시황이 나빠진 요즘, 스타트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손익 개선에 나서면서 이전만큼의 성장을 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나마 약간이나마 (과거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성장을 하고 있다면 다행인 상황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급하게 지출을 막 줄이다 보니 손익은 좀 개선이 되어도 회사 자체는 역성장을 하고 있는 곳도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마치 이러한 어려운 업계의 상황을 비웃기나 하듯, 밀리의서재는 작년 1년 만에 ‘성장 + 수익’ 2마리 토끼를 다 잡는데 성공을 한 것입니다.
그냥 성공한 정도가 아니라, 무려 -145억 원에 달하던 적자를 단 1년 만에 42억 원의 흑자로 전환을 해낸 것을 볼 수가 있죠. 손익을 +187억이나 개선한 것도 엄청 대단한 일인데, 이렇게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와중에 매출도 58%나 성장을 시켰다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람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밀리의서재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꽤나 믿기가 어려운 광경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싶어서 조사를 좀 해봤습니다. 보니까 2021년 9월에 밀리의서재가 KT 계열사 중 하나인 지니뮤직에 인수가 되었었다는 사실을 발견을 했습니다.
이렇게 IT 대기업이 M&A를 통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일은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새로운 일은 아니기는 합니다. 우리나라도 스타트업 시장이 많이 커지고 성숙하면서 이러한 대기업 – 스타트업 간 혹은 스타트업 – 스타트업 간 M&A 사례는 꽤나 많이 찾아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좀 놀랐던 점은 사실 M&A가 되었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M&A 이후에 KT와 밀리의서재가 ‘진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지분 투자, M&A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빠지지 않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시너지’입니다.
그런데 이 시너지라는 것이 말이 쉽지, 실제로 제대로 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M&A 사례는 무척이나 찾기 어렵습니다. M&A의 절반이 실패로 끝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닐 정도로, 서로 다른 문화와 사업 모델을 가진 회사 간의 시너지는 생각보다 만들어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KT와 밀리의서재는 그것을 해낸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신흥 IT 기업이라기보다는 전통적이고 관료적인 IT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는 KT가 신흥 스타트업인 밀리의서재와 시너지를 만드는 일을 해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신선한 충격으로 와닿았었습니다.
그렇다면 KT – 밀리의서재는 어떻게 이렇게 빠른 속도로 효과적인 시너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밀리의서재가 단기적으로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BEP 전환에 성공한 것은 M&A를 통한 ① 콘텐츠 소싱 ② 마케팅 시너지의 힘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IT 플랫폼은 마케팅이 정말 중요합니다. 마케팅이 중요하지 않은 사업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IT 플랫폼의 경우에는 마케팅이 성장과 수익을 둘 다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중요도가 높습니다.
마케팅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하는지에 따라 성장과 수익을 둘 다 잡을 수도 있고, 하나만 잡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하나도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괜히 많은 IT 플랫폼 회사에서 마케팅 팀을 Growth 팀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밀리의서재 역시 KT 인수 전에는 마케팅 때문에 꽤나 고군분투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에는 매출이 180억 원이었는데 광고선전비가 63억 원이나 됐었고, 2021년에는 매출이 289억 원으로 61%나 성장했지만 마케팅비는 127억 원으로 2배가 넘게 늘었죠. 오히려 성장보다 비용이 더 많이 늘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KT 인수 후에는 어땠을까요? 매출이 458억 원으로 58% 성장하는 동안 마케팅비는 45억 원으로 오히려 1/3로 줄어든 것입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죠.
또한 전자책 업체는 콘텐츠 수급 비용, 즉 매출원가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매출원가율 역시 2020년 50% → 2021년 41% → 2022년 29% 이렇게 3년 동안 절반 가까이 절감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에 대해 밀리의서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병헌, 변요한, 조정석 등 기존에 했던 스타 마케팅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브랜드 인지도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독자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광고비를 줄이고 콘텐츠 개발 및 제작 비중을 높였다”
“지난해 9월 KT그룹의 일원으로 편입된 후 올해부터 KT와 공동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매출의 15%, 내년 매출의 20%가 여기에서 발생할 것으로 기대”
“지니뮤직뿐만 아니라 ENA채널, Tving (OTT플랫폼) 등 KT그룹 미디어 콘텐츠 밸류체인과 협업을 통해 웹툰이나 웹소설, 드라마, 영화 등 2차 콘텐츠로 뻗어나갈 수 있는 트렌디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제작까지 진행할 계획”
즉,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콘텐츠 수급과 마케팅에 대해 ① 효율이 떨어지는 불필요한 연예인 마케팅은 자제하고 KT와의 공동 마케팅을 통한 실리주의적 접근 ② 콘텐츠 수급에서도 KT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보다 비용효율적 사업 구조를 갖춰나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인터넷을 좀만 찾아보면 ‘KT 밀리의서재 무료 이용방법 쿠폰 사용 방법’ 같은 것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KT 이용고객,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강한 혜택 제공 → 밀리의서재 이용 유도 → 한 번 구독한 고객 중 상당수가 잔존’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시너지를 내고 있는 상황처럼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걸 보면서 그야말로 ‘멤버십 + 구독 모델’의 절묘한 조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아마 이러한 멤버십을 통한 마케팅 외에도 핸드폰 구매 시 밀리의서재 앱 기본 설치, 각종 Push 마케팅 등 여러 가지 KT가 보유한 마케팅 수단을 통해 복합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밀리의서재가 1년 만에 매출 +58% 성장, 손익 +187억 원 개선이라는 독보적인 성과를 낼 수가 있었던 것은 이렇게 진정한 의미의 실리주의적 시너지가 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미국발 금리 인상 이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다 안 좋은 와중에 변동성이 큰 스타트업 업계는 특히나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입니다.
또한 2020-2022년 시장이 좋은 기간 동안 많은 투자나 M&A가 일어났는데, 대부분 제대로 된 시너지의 부재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와중에 시황까지 나빠지니 실망만 2배로 하고 있는 기업들도 정말 많습니다.
이런 와중에 투자 또는 인수 후 시너지 때문에 고민 중이시거나, 성장 – 비용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오늘 공유드린 사례를 참고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KT – 밀리의서재 간 시너지가 꽤나 구체적이고 실리주의적인 것에 한 번 놀라고, 확실하게 본질에 집중하고 그 외에 모든 불필요한 것을 걷어낼 줄 아는 (e.g. 연예인 마케팅) 판단력과 과감함에 한 번 더 놀랬던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조금이나마 영감을 받아가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Man on the Grid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