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 종일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스트레스의 원흉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대부분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나와 타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분노의 포인트다. 생각해 보면, 가끔은 이상한 ‘상황 또는 단계’에서 분노가 치민다고들 한다. 그 분노만 잘 다스려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알면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허무하지만, 모르고 맞는 매가 가장 분노할 수밖에 없다.
조직에 속해있다면 꼭 함께 일해야 한다. 그래서, 함께 일하기 위해 혹은 일하는 방법을 알아가기 위해, 타인에 대한 나의 ‘솔직한 감정을 감추는 것’과 같은 ‘뜻하지 않는 능력’이 늘어간다. 대다수 직장인이 그렇게 자신을 감추며 살아간다.
자신을 감춘다는 것은 여러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하지만, 모두 일 관련 의지, 욕구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상사와 부득이하게 하고자 하는 방향과 방법의 충돌이 발생하면, 상사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간혹 여기서 강력한 주장을 했다가, 일이 잘못되면 혹은 잘못되는 것과 상관없이 상사의 분노 버튼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반칙왕에서 나오는 주인공처럼 마스크라도 쓰고 항변 아닌 항변(?)을 꿈꾸지만, 대부분 상상에 그친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렇게 얻은 분노를 풀 곳이 없어, 속으로 삭이다가 술, 담배, 야식 등의 유흥형 기호 식품에 과도한 몰입을 한다. 또는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는 등의 다소 건설적인 방향으로 선택해 보지만, 뾰족한 수를 못 찾는다. 그렇게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내린 결론은 “직장이 거기서 다 거기지….”가 된다. 자칫 일을 둘러싼 자신의 성장에 대한 관심과 흥미까지도 잃어버릴 수 있다. 조직 속에서 매일 같이 느끼는 그 흔하디 흔한 분노와 그 분노를 만들어내는 뻔한 상황 때문에 말이다.
따라서, 자신의 분노하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주로 (1) 누구와 (2) 어떤 상황 속에서 주로 분노하는지, 분노하게 되면 (3)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그 분노 상황에서는 (4) 어떤 대처가 필요한지, 혹여 (5) 자리를 피하거나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조언 등 타인의 도움 또는 배려가 필요한지 등에 대하여 스스로 잘 파악해 두는 것이다. 그럼 대처가 용이해진다. 무조건 숨기기보다는 조금 더 ‘전략적으로’ 이용해 보자는 것이다. 분노를 줄이고, 현안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다.
분노는 단순히 ‘화’가 아니다.
어떤 계기가 있다. 그 계기로 인해 이성(논리) 보다는 감정(감성)에 사로잡히게 된다. 당연히 합리적, 객관적 사리 판단이 어려워진다. 조직 내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느끼는 감정이고, 그 감정을 성급하게 겉으로 꺼내기 이전에 이를 잘 다스려 의도와는 다르게 타인에게 감정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명명된 감정의 나열 순서는 비슷한 형태와 내용의 마찰과 갈등으로 인해, 점차 고조되고 심화되는 것을 통해 회사로부터 멀어짐을 나타낸 것입니다. 직장 생활 중 내가 느끼는 감정의 종류와 그 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되짚어 보며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 무지함
잘 몰라서 저지르게 되는 다소 황당한 실수다. 그 실수로 인해 ‘민망함’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반복하지 않도록 조심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반복할 수 있다. 따라서,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일부터 재정립’하는 것에 힘써야 한다. 저지른 실수에 대해 인정하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 상대방으로부터 실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받을 필요가 있다.
#2. 억울함
내가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했다는 식의 오해를 받는 것이다. 또는 양치기로 취급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고, 이를 어떤 식으로든 바로 잡지 않으면, 점점 함께 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대응하여 나의 억울함을 ‘논리 정연하고, 비교적 차갑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흥분은 금물이다.
#3. 답답함
말이 통하지 않는 상사 및 동료를 앞에 두고 그를 설득하기 위해 무언가를 설명해야 할 때 자주 느낀다. 만약, ‘나만큼 알면, 일을 나처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굳이 많은 이야기를 오랜 시간을 들여 나눌 필요 없다. 하지만, 내 눈앞의 누군가는 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나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만들려면, 상당히 다양하고 많은 교류’가 있어야 함을 인정해야 한다. 단지 과정 속 답답함은 필연 적힐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답답함을 느낄 때마다, ‘우리가 얼마나 함께 하게 됐는지’를 살핀다. 쉽사리 지금의 감정을 해소하려 노력하기보다는 그게 훨씬 더 현명한 처사다.
#4. 불편함
직장 생활 속 불편함은 ‘해야 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해야 할 때’ 많이 느끼게 된다. 스스로가 정한 업무상 범주, 그 안의 나와 조직이 함께 정한 원칙에 준하는 일을 오래도록 해왔을 때, 해당 원칙이 공식화되어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걸 잘 알고 이행한다. 하지만, 누군가 와서 이를 송두리째 방향과 방법을 상의 없이 바꾸게 되면, 당연히 당황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겉으로 꺼내기 어렵다. (이 점이 때론 더욱 불편한 감정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일을 일부로 망칠 수도 없다. 그럼 일단 다른 방향으로 한 번쯤 나아가본다는 생각으로, 차분히 내 책임이 어디로 변화하는지를 체크해봐야 한다.
#5. 불완전함
‘이 정도면 완벽하겠다’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무언가 빠져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드는 일종의 찝찝함이다. 그 불완전함이 간혹 ‘불안’으로 번지며, 일을 계속 진행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한다. 문제는 단순히 작은 걸림돌로 인식하다가 소위 큰 코를 다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떤 대처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 벌어진다. 그렇게 일로부터 오는 불완전함이 간혹 일과 관련한 내 존재의 불완전함으로 전이되면, 자칫 스스로를 불안요소로 인지할 수 도 있다. 이것이 최악의 분노 포인트다. 일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나로부터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때문이다. 절대 분노의 대상을 나(사람)로 삼으면 안 된다.
점차 증가된 분노가 담긴 에너지는 나도 모르게 표출된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더 나아가 불신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건너지 말아야 하는 강을 건너는 것이다.
#6. 불협화음
일을 함께 해야 하는데, 그 일을 함께 하는 사람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이건 서로 호불호를 논할 것도 없이 그냥 맞지 않다는 판단이 선다. 분명 일에 대한 서로 생각이 조금 다른 것뿐인데, 심하면 일이 아니라 그 사람까지도 밉게 느껴진다. 같이 일하기 싫은 정도가 아니라,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7. 불신
(그 또는 그가 하는 일을) 믿지 못하겠다. 불신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부딪힘으로 인해 나타난 일이다. 같이 일을 하는 이들끼리 최소한 서로가 하는 일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여러모로 불행한 일이다. 물론, 최악의 상황에 가지 않기 위한 여러 노력을 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왜 내가 상대방을 불신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정리해 볼 필요 있다. 그게 일인지, 그의 일처리 방식(스타일)인지, 아님 일하는 과정 중에 드러난 습관 및 태도 등 다방면으로 생각하여 거꾸로 내 타입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회고의 과정을 통해, 같은 타입의 사람을 빨리 파악하여 피하는 것만으로 내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늘 분노한다.
단지, 분노하는 대상, 상황 등이 천차만별일 뿐이다. 그리고, 그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막을 수 없다. 대신에, 그 감정은 막을 수 없어도, 감정이 또 다른 이에게 전이되는 것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잠시 멈추고, 무엇에 분노하고, 왜 분노하게 되는지 생각하면 된다. 그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리고, 생각한 분노의 배경을 공유해야 한다.
무작정 화부터 내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 일로 인해 상당히 화가 났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마치 내 화가 아니라, 그 화를 지켜보는 마냥 말이다. 그럼, 상대방이 지금 화가 난 당신의 얼굴을 보고 같이 분노해 주거나 또는 참아라고 하거나 위로를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직장 내에서) 화내는 법을 잘 모른다.
무작정 폭발한 감정을 겉으로 꺼내지 말라고만 배웠다. 왜냐하면, 부정적 감정은 더욱 빠르게 옮겨지기도 하고, 그렇게 그 화가 크게 번지게 되면, 나에 대한 주변 동료의 인식이 의도치 않은 곳으로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 얼굴에 침 뱉기 하는 바보가 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결국, 회사 내 모든 업무가 ‘감정 노동’이다.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기 위해 내 감정을 늘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내 감정을 다스리기까지 해야 한다. 따라서 감정에 치우치는 일 또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기 위해, 침착함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감정을 감정에 두지 말고, 이성적 접근을 통해 어떻게 해서든지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끼리를 지우기 위해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고, 그냥 호랑이에 집중해야 한다.
분노를 다스리는 게 아니다. 나에게 분노를 만들어준 원인을 다스려야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여, 그 문제가 다시는 문제로 인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들이 필요할지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강력한 사자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의 원흉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집중해야 하는 대상(당장 해결이 필요한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이직스쿨 김영학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