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과 2등은 손을 잡지 않아요 –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중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소식은 쇼피파이 Shopify와 아마존 Amazon의 연합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쇼피파이와 아마존은 쇼피파이 판매자들에게 아마존의 ‘Buy with Prime(이하 BWP)’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합의했습니다.
이 소식이 흥미로운 점은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커머스 업계 1등과 2등이 손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아마존에게 정말 어려울 것 같은 협상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 쇼피파이 판매자들은 이전에 이와 관련한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 아마존의 Buy with Prime?
아마존의 웹/앱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상품을 구매하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에게 아마존 배송 서비스 및 결제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국내 서비스로 비유하자면, 우리가 SM엔터 자사몰 굿즈샵에서 쿠팡페이로 결제하고, 로켓배송으로 상품을 받도록 해주는 개념입니다.
아마존은 그동안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을 통해, 고객을 아마존에 락인시키려고 시도했습니다. 이를 위해 영화사 mgm을 직접 인수해서 Amazon Video를 제공하는 것부터 게임, 음악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들의 멤버십 경쟁력을 키워왔습니다. 그런 아마존이 외부 판매자에게 Buy with Prime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개방적인 행보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Buy with Prime은 어떤 배경에서 나왔을까요? 여기에는 멤버십 고객들이 다른 웹사이트에서도 똑같은 혜택을 누리도록 멤버십 경쟁력 강화 측면도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단 풀필먼트 사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은 소비자들에게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입점한 셀러들에게는 그들의 빠른 배송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풀필먼트 서비스인 FBA(Fullfilment By Amazo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류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고정비용이 큰 사업입니다. 물류 센터를 구축하거나, 차량 및 인력을 구성하기까지 엄청난 비용 지출이 필요합니다.
다만, 물류망이 구축된다면 다른 기업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경제적 해자를 갖추게 되며, 더 나아가 금전적 이윤까지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아마존의 물류 서비스가 이윤을 극대화하려면 FBA를 이용하는 고객을 늘려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합니다.
하지만 이는 한때 물류에 대한 투자를 확장하던 쇼피파이에도 적용되는 일이었습니다. 쇼피파이도 그들의 물류서비스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판매자들이 쇼피파이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이런 물류에서 경쟁구도는 BWP를 도입하는 것을 망설이게 했습니다.
심지어 쇼피파이가 Shop pay를 통한 결제 수수료 확보가 어려워지며, 주문 단계에서 아마존으로 리디렉트 되는 구조 특성상, 고객 데이터를 확보까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BWP을 쇼피파이에 도입하는 것은 아마존에게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쇼피파이는 물류 사업을 매각하면서, 솔루션과 금융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쇼피파이가 더 이상 풀필먼트 고객 확보를 위해 목맬 필요가 없어지면서 이 1년 넘게 지속된 협상이 다시 물꼬를 트게 되었고, 이 협상은 쇼피파이에게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쇼피파이 판매자들이 BWP를 이용할 경우, 프라임 회원들이 BWP와 관련된 혜택을 그대로 제공받을 수 있으며 쇼피파이는 회원 데이터와 결제 수수료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쇼피파이의 입장에서 잃은 것 없이 판매자들을 위한 카드를 하나 더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협상 결과를 보면 쇼피파이의 배짱만큼 아마존의 결단도 돋보입니다. 아마존은 무리해서 남의 것을 뺏는 것보다,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더욱 집중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쇼피파이가 기존에 얻고 있던 결제수수료나 회원데이터를 가져오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보다, 쇼피파이가 풀필먼트를 접은 상황에서 판매자의 BWP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쇼피파이가 이미 포기한 이익이기 때문에 협상에서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프라임 멤버십 고객들이 다른 웹사이트에서도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프라임 멤버십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줄 것이며, 이를 통해 마케팅 효과와 선순환까지 얻어냈습니다. 쇼피파이가 협상의 승자 같지만, 아마존 역시 얻은 것이 많은 엄청난 딜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국내에도 비슷한 합종연횡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쿠팡을 포함한 무신사, 에이블리처럼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 많은 판매자를 보유한 곳과 협력을 고민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네이버와 카페24의 지분 교환은, 쿠팡의 판매자 확보 가능성을 예방하는 선제 투자가 됐을지도..?)
특히 쿠팡이 최근 대한통운과 물류 영역에서도 마찰이 커지고 있는 만큼, 물동량 확보 측면에서 판매자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 같습니다. 국내에는 네이버가 손잡은 카페24 이외에도 고도몰, 아임웹, 식스샵, 메이크샵 등 D2C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다만, 아마존이 쇼피파이의 판매자를 원했던 정도만큼, 쿠팡이 카페24가 아닌 다른 D2C 솔루션을 원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설령 쿠팡이 이들을 원하지 않더라도, D2C 솔루션 업체들이 그들의 판매자를 위해 쿠팡의 와우 멤버십을 원하는 모습으로 연합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봅니다.
요즘처럼 경기 침체와 성숙도가 높아진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높이고 생존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연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과연 국내에서는 어떤 형태의 합종연횡이 나타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참고 기사 :
https://profitwhales.com/archives/articles/amazon-supply-chain-strategy
https://www.digitalcommerce360.com/2023/07/31/amazon-doubling-same-day-delivery-facilities/
경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