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PM생활]
가짜 프로젝트의 상황이 악화되면 대책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짜 프로젝트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지옥 같은 가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면 멘털을 챙겨야 합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구조 기술자였던 박동훈 부장(이선균)은 다음의 명대사를 이야기합니다.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거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인생도 어떻게 보면 내력과 외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지옥 같은 가짜 프로젝트에서 ‘이해관계자의 압박’이 외력이라면 그것을 견딜 수 있는 ‘프로젝트 관리자의 멘털’은 내력입니다. 가짜 프로젝트에서 프로젝트 관리자의 멘털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나 사고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끝나지 않는 프로젝트는 없습니다. 프로젝트 수행도중 중단하거나, 프로젝트 범위를 대폭 줄여서 끝내기도 합니다. 호흡기를 달고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는 뇌사 상태의 프로젝트도 있지만, 대부분 일정시간이 지나면 호흡기를 뗍니다.
힘든 순간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자존감을 낮추는 프로젝트에서의 하루하루가 끔찍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경구를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SI 프로젝트의 이해관계자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헤어지고 상품개발 프로젝트의 이해관계자와도 헤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끔찍한 이해관계자와 헤어질 기약이 없는 운영업무를 생각하면 잠시라도 위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짜 프로젝트라고 확신하는 것도 건강한 멘털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한 사람의 나쁜 이해관계자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힘들게 하는 상황을 본인이 조금이라도 완화시킨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가짜 프로젝트는 실제 사용자들에게 가치를 제공하지 않고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러한 프로젝트를 최소한의 기능으로 최대한 늦게 오픈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가짜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은 프로젝트 지연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할 뿐 아니라 조직을 위해 희생한다는 자긍심도 생기게 합니다.
가짜 프로젝트는 일정이 지연되어도 프로젝트를 발의한 조직원들을 제외하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짜 프로젝트가 지연될 때 해당 스폰서는 큰 이슈라고 목소리를 높이겠지만 조직 내에서 그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프로젝트 이슈 해결에 대한 화두를 일정에서 원가로 변경하여 스폰서의 영향력을 낮추는 것도 방법입니다.
특히 수렁에 빠진 가짜 SI 프로젝트에서는 아무리 인력을 추가해도 일정단축에는 가성비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 스폰서가 지쳐서 포기할 때 프로젝트 완료의 실마리는 보입니다. 가짜 프로젝트 긴 호흡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가짜 프로젝트에서 가장 힘든 것은 스폰서의 압박입니다. 스폰서의 출세욕구가 강하고 정치력이 클수록 압박의 강도는 커집니다. 그런 스폰서의 압박에 끌려 다니면 영혼이 털립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스폰서와 논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스폰서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SI 프로젝트에서는 경영층의 협의 하에 그러한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려할 사항은 많습니다. 고객사에서 해당 프로젝트의 중요도, 고객사내 다른 이해관계자의 입장,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후속사업 등을 고려하여 의사결정해야 합니다.
무능해 보이는 프로젝트 관리자에 대해 스폰서가 취할 수 있는 카드는 교체입니다. 프로젝트 관리자 교체는 가짜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한 통과의례일 수 있기 때문에 교체되는 프로젝트 관리자가 속상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교체될 각오가 없이 가짜 프로젝트를 견디려면 본인만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프로젝트 관리자를 두 번 정도 교체하면 프로젝트의 끝이라는 신호입니다.
가짜 프로젝트에서 프로젝트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프로젝트 팀원들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모든 의사결정은 이해관계자가 아닌 팀원의 관점에서 내려야 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프로젝트에서는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의사결정 하지만 가짜 프로젝트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의미 없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팀원을 희생시켜서는 안 됩니다.
프로젝트 팀원들은 가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희생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수행하는 프로젝트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원합니다. 예외가 있다면 가짜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새로운 기술습득에 집착하는 팀원입니다.
가짜 프로젝트는 완료 이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가짜 프로젝트로 판정 날 것임을 프로젝트 팀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본인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을 프로젝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속상한데 프로젝트에 헌신을 요구하면 안 됩니다. 태업으로 보일만큼 느슨해서도 안되지만, 일정준수를 위해 잔업을 강요해서도 안됩니다.
조직 내에서 가짜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이해관계자가 있으면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그 이해관계자는 가짜 프로젝트 착수를 못하게 할 만큼의 권력 또는 의지가 없지만, 프로젝트 수행도중 힘들 때 뒷담화를 하거나 사소한 의사결정 시 프로젝트 팀을 지원하게 하는 것만 해도 프로젝트 관리자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관계를 표 나게 유지하면 불필요한 정치게임 때문에 이해관계자가 곤란할 수 있기 때문에 은밀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https://brunch.co.kr/@kbhpmp/160
김병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