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 답할 질문
1 왜 핵심 고객을 향한 좁은 마케팅이 더 효과적일까?
2 어떻게 핵심 고객과 연결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주넌입니다. 최근 흥미로운 두 주제를 접했습니다.
먼저, 퍼블리에서 <2024 트렌드 노트>를 발췌해 구성한 ‘[2024 트렌드] 3가지 키워드로 보는 소비 트렌드 - 습관, 경험, 지성'입니다. 사람들의 제품/서비스 소비 유형을 습관의 소비, 경험의 소비, 지성의 소비로 나눠 제시한 아티클이죠. 저는 이 세 유형을 소비 유형이 아닌 고객과 관계 맺기 위한 접점 유형으로 해석해 봤습니다.
두 번째 주제는 제가 속했던 마케팅 학회의 발표에서 접한 ‘McKinsey 5 Actions’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쉽게 이탈하지 않을 찐팬을 만들기 위한 5가지 소비자 행동 모델이죠. 충성고객을 만들기 위해,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념을 강화하고 습관을 형성하라고 말합니다.
오늘은 두 개념을 토대로 고객과 관계 맺기 위해 관리해야 할 세 가지 접점 유형을 이야기해볼게요.
왜 핵심 고객을 향한 좁은 마케팅이 더 효과적일까?
아이돌이나 스포츠팀에 어울리는 ‘팬’이란 단어는 이제 브랜드 뒤에 붙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브랜드 팬은 오랫동안 브랜드를 사랑해 줄 고객이자 타인에게 브랜드를 추천해 줄 고객입니다.
한 브랜드의 팬이 되는 이유는 그 브랜드의 고유한 ‘다움’이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을 위한 브랜드는 팬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모두에게 어울리는 색으로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하고 싶은 사람은 없죠. 사람들은 자신의 고유한 삶을 표현할 수 있는 선명한 브랜드의 팬이 되길 원합니다.
‘데우스엑스마키나’, ‘프라이탁’의 팬은 들어봤어도, ‘자라’, ‘H&M’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죠. 브랜드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있는 소수의 핵심 고객에게 브랜드의 고유함을 인정받았을 때, 비로소 그들이 팬이 됩니다.
소수의 핵심 고객이 아닌 다수의 대중을 향한 방향성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브랜드를 구매할 넓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은 또 하나의 전략이죠. 다만 이 전략으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브랜드는 매우 적습니다.
우선 모든 사람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막대한 자본이 필요합니다. 또한 엄청난 자본이 투입된 브랜드나 이미 시장을 점유한 압도적인 1위 브랜드와 경쟁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가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LG’와 경쟁해야 하며,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생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삼다수’와 경쟁해야 합니다.
소수의 핵심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좁은 방향성은 적은 자본으로 적은 경쟁자들과 마주하게 되며, 어쩌면 경쟁자가 아예 없을 수도 있죠. 가구 브랜드 ‘데스커’는 커리어 성장을 추구하는 스타터, 즉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향합니다. 수분 보충 음료 브랜드 ‘링티’는 댄서, 축구선수, 하이커 등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사는 2030을 향합니다. 이처럼 좁으면 좁을수록 경쟁자는 줄어들고 브랜드의 고유함과 핵심 경험이 더욱 빛나죠.
연결은 확장보다 더 빠르게 비즈니스를 성장시킵니다
_ DMCU(디지털 마케팅 큐레이션)
추천의 시대입니다. 광고나 콘텐츠, 팝업스토어 등 브랜드 채널을 통해 알려지는 것보다 브랜드를 애용하는 팬을 거쳐 알려지는 것이 더 강력합니다. 누군가의 SNS에 자연스럽게 등장하거나 지인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브랜드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이죠.
이제 사람들은 진짜 브랜드를 판별하기 시작했으며, 브랜드의 말이 아닌 진짜 고객의 말이 중요해졌습니다. 팬을 만드는 좁은 방향성이 비즈니스적으로 유의미한 이유입니다. 브랜드 팬은 다양한 채널에서 자신과 연결된 브랜드를 드러냅니다. 좁은 방향성은 깊은 연결성을 만들고, 깊은 연결성은 결국 추천을 통한 확장으로 이어집니다.
모두를 향한 큰 브랜드 또한 팬 브랜드가 되기 위해 전략을 수정하고 있죠. 올해 ‘LG유플러스’는 구독자 수 1000명~5만 명 수준의 성장 단계에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만을 위한 성장 캠페인 ‘와이낫 부스터스’를 운영하기도 했죠. 'LG유플러스'는 나노 크리에이터와 좁게 연결되어, 더 널리 브랜드를 알리려 합니다. 좁은 연결을 통한 '다단계식(?)' 확장 전략을 택하고 있죠.
저는 팬 만들기가 브랜딩은 못하지만, 마케팅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딩 안에 마케팅이 포함되어 있지만, 마케팅 없는 브랜딩으로는 핵심 고객과 지속적으로 관계 맺을 수 없죠.
브랜딩은 '다움'을 다듬고 브랜드 내부에 이를 녹여내는 것이라면, 마케팅은 고객과의 접점에서 ‘다움’으로 고객과 연결될 의도적 계기를 만듭니다. 브랜딩은 연애하기 위한 자신만의 강점을 다듬는 것이고, 마케팅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추파를 던지는 것이죠.
팬을 육성하기 위해서, 의도적인 마케팅을 통해 핵심 고객과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마케터는 현재 팬이 될 핵심 고객과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 핵심 고객과 관계 맺기 위한 접점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저는 핵심 고객과 연결되기 위해 마케터가 관리해야 할 접점으로 습관, 경험, 지성의 접점을 제안합니다.
어떻게 핵심 고객과 연결될 수 있을까?
먼저, 습관의 접점입니다. 브랜드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핵심 고객의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브랜드와 마주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주 만나면 정든다’.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주기적으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고, 브랜드와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은 고객과의 관계를 발전시키죠.
습관의 접점은 꾸준히 고객이 브랜드의 ‘다움’을 체화하는 접점이기에, 꾸준함으로 고객에게 브랜드의 진정성을 평가받는 접점입니다. 브랜드의 ‘다움’에 고객이 ‘익숙’해지는 접점이죠. 고객의 삶에 브랜드의 주기적인 제안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합니다.
습관의 접점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바로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는 현대인의 삶 속에 완전히 녹아들었습니다. 출근할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콘텐츠와 함께하죠. 핵심 고객이 시청하는 콘텐츠 목록에 브랜드 콘텐츠가 들어간다면, 강력한 습관의 접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주기적인 활동을 통해서 습관의 접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정 시기에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찾도록 하는 것이죠.
‘팬톤’은 1년마다 올해의 컬러를 발표하고, ‘원형들’은 매달 한정판 케이크를 판매하며, '29cm'는 매주 수요일 새롭게 입점되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수요입점회’를 운영합니다. 각각 컬러 솔루션, 색다른 디자인 케이크, 큐레이션이라는 핵심 역량과 ‘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이며, 주기적으로 브랜드와 마주칠 이유가 되죠.
이처럼 습관의 접점에는 핵심 고객이 주기적으로 브랜드를 만날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의 광고판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이 얻는 게 있어야 하죠. 그렇기에 브랜드는 핵심 고객의 삶에서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경험을 찾아야 합니다. 즉, 고객이 주기적으로 경험할 만한 소재를 브랜드의 핵심 경험과 가치에서 뽑아내야 합니다.
경험의 접점은 새로움을 통해 강렬한 기억을 만드는 접점입니다. 고객과 연결될 하나의 강렬한 계기가 되어야 하죠. 습관의 접점이 만든 익숙함이 지루함이 되지 않도록, 간간이 경험의 접점을 통해 새로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올해 여러분의 기억에 가장 잘 남는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저는 신당역에서 ‘반스 스테이션 신당’이라는 서브컬처 파티를 연 ‘반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에게 ‘반스’를 소개할 때, ‘반스 스테이션 신당’을 사례로 들며 개성 있는 브랜드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경험의 접점은 이처럼 새로움과 강렬함을 고객에게 전하며, 브랜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하나의 경험이 됩니다. 경험의 접점은 브랜드와 ‘다움’을 연결할 아주 효과적인 접점이 될 수 있죠. ‘반스 스테이션 신당’을 통해 ‘반스’와 '개성', '서브컬처'와의 연결성은 더욱 짙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의 접점을 설계할 때 유의할 점은 새로운 경험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경험의 접점에선 새로움에 대한 감탄이 아닌 브랜드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유도해야 합니다. 한 번의 이슈가 될 새로운 경험이 아닌 기억에 남을 브랜드다운 경험을 제공해야 하죠. 그렇기에 ‘다움’을 잃지 않을 맥락 속의 새로움이 필요합니다.
온라인 소비가 익숙한 세대에게 오프라인이 경험의 접점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전시를 하는 등 오프라인 경험을 활용하는 브랜드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오프라인에 정착하고, 주기적으로 공간 컨셉을 바꾸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스토어가 아니라 컨셉에 맞는 전시를 열거나, 고객이 즐길 수 있는 파티나 행사를 여는 등 공간에서 변주를 주고 있죠.
또한 브랜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도 경험의 접점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죠. 이제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 팝업스토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움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모든 브랜드가 콜라보를 진행하고, 팝업을 열기 때문이죠. 방식의 새로움과 동시에, 메시지의 새로움이 공존해야 합니다.
지성의 접점은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자랑스러움을 만드는 접점입니다. 이제 고객은 브랜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부 구성원 이야기부터 제작 스토리까지. 브랜드 채널이 늘어남과 동시에 더 깊은 정보를 고객이 요구하기도 하죠. 즉, 고객은 언제 어디서든 브랜드의 고유함에 대한 진정성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싶기에 이들에게 진정성은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가짜 브랜드는 고객의 정체성 또한 가짜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지성의 접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브랜드가 진심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고객이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말이죠. 즉, 지성의 접점은 고객이 브랜드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접점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추천의 시대이며 고객의 공유는 강력합니다. 고객이 브랜드의 진정성을 인정했을 때, 비로소 핵심 고객의 일상과 SNS에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공유됩니다. 자신의 삶을 표현할 도구로 합격점을 받은 것이죠.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자랑스러움은 곧 고객의 공유로 이어집니다.
지성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브랜드와 맞닿아 있는 문화나 움직임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타고니아’, ‘는 지속적으로 환경을 지키는 지역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며, ‘프라이탁’은 블랙프라이데이에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 제품을 대여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고유한 '다움'에 대한 진심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또한 핵심 고객이 라이프스타일이나 문화를 즐기는 데 도움을 주거나, 핵심 고객을 빛내는 방법으로 지성의 접점을 만들기도 하죠. ‘블랙야크’는 BAC라는 어플을 통해 한국의 명산을 소개하며, 정상에서 등산을 인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2023 마이 블로그 리포트’를 통해 블로거들의 콘텐츠를 분석해 주고 응원했습니다. 모두 핵심 고객이 브랜드와 함께하는 것을 뿌듯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정리하자면, 습관의 접점은 브랜드의 ‘다움’에 대한 익숙함을 만들며, 경험의 접점은 브랜드와 연결될 강렬한 계기를 만듭니다. 지성의 접점은 고객에게 진정성을 평가받고 자랑스러움을 만드는 계기가 되죠.
마케터는 습관의 접점을 통해 주기적으로 핵심 고객과 마주하고 있는지, 경험의 접점을 통해 새롭고 강렬한 경험을 주고 있는지, 지성의 접점을 통해 우리의 진정성을 인정받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세 접점을 모두 보유하지 못했다면, 새로운 접점을 개발해야 하죠.
뉴스레터, 팝업스토어, 콜라보, 커뮤니티. 쉬운 설명을 위해 각 접점의 보편적인 마케팅 채널을 소개했지만, 사실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채널에서 새로운 고객과의 만남을 설계할 수 있죠.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팝업스토어를 여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익숙함, 새로움, 자랑스러움을 주는 것이죠. 접점 속에서 고객이 '다움'을 온전히 경험할 때, 고객과의 관계는 깊어집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좁은 연결은 곧 넓은 확장이 됩니다. 습관, 경험, 지성의 접점의 주 목표는 핵심 고객, 팬과의 관계 유지이지만, 이 연결의 과정 속에서 새로운 외부 고객이 유입될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각 접점에서 '다움'을 경험한 핵심 고객이 접점과 함께 브랜드를 공유하기 때문이죠. 좁은 마케팅이 만들어 낸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외부로도 퍼져 나갑니다.
고객과 연결되기 위해 브랜드가 먼저 움직이는 것이 마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팬을 만들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인 만남을 설계하는 일이죠. 그러나 고객과 관계 맺는다는 것은 꽤나 추상적입니다. 오늘 제시한 습관, 경험, 지성의 접점을 통해 '어떻게'에 대한 물음표가 조금이나마 해결됐으면 합니다.
이번 글에서 답한 질문
1 왜 핵심 고객을 향한 좁은 마케팅이 더 효과적일까?
브랜드의 광고가 아닌 고객의 진짜 추천을 통해, 브랜드는 알려집니다. 고객의 진짜 추천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좁은 핵심 고객과 깊게 연결되어 팬으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2 어떻게 핵심 고객과 연결될 수 있을까?
습관의 접점은 익숙함을, 경험의 접점은 새로움을, 지성의 접점은 자랑스러움을 이끌어냅니다. 각 접점에서 '다움'을 온전히 체화한 핵심 고객은 결국 브랜드의 고유함을 인정하게 되며, 브랜드의 팬이 됩니다.
마지막 한마디
오늘의 글이 답이 아닌 질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주넌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