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이 있다.
방송의 시상식에 점퍼를 입고 나온다.
설거지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소주와 함께 국밥 혼밥을 즐긴다.
바닥에서 먹는 걸 즐긴다.
그 사람은 누굴까?
바로 지금 이 시대가 모두 알고 있고, 찾는 만화가이자 예능인 바로 ‘기안84’이다. 2023년에는 모든 방송인들이 바라는 연예대상을 받기도 했다.
어쩌다 만화가가 이렇게 세상에 중심에 서게 된 걸까?
기안84의 비결은 뭘까? 무얼 찾고 있는 걸까?
이걸 알면 평범한 누군가도 자신의 잠재력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안 84의 무기를 파헤쳐 봤다.
기안84의 시작은 <패션왕> 이라는 웹툰에서 부터였다. 우기명이라고 하는 소위 말해 찐따(웹툰의 설정) 고등학생이 패션에 눈을 뜨고 점점 패션왕이 된다는 내용이다. 2010년대 초반, 등장하자마자 웹툰계의 중심에 서며 한회, 한회가 화제였다. 마치 개그콘서트 전성기 때 월요일 점심이면 직장인들이 모여 개콘 이야기를 했듯, 패션왕이 술자리에서 꺼내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것이 기안84가 세상에 꺼내진 시작이었다.
그런데 패션왕은 주기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야기가 잘 흘러가다가, 갑자기 인물이 늑대로 변신한다는 설정으로 긴 에피소드를 끝마친다거나 하루아침에 휴재를 하는 등 인기만큼이나 많은 안티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 꺼낸 후속작 <복학왕>도 마찬가지였다. 군데군데 스토리의 엉성함, 인물묘사에 대한 해석의 논란 등으로 반응은 계속 찬물과 뜨거운 물을 오갔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한 가지는 ‘신선한 소재’와 ‘기이한 전개’였다.
찐따가 패션왕이 된다면?
패션왕이 복학을 하면?
나이가 들수록 어려진다면?
패션왕과 복학왕, 후속작 회춘까지. 그렇게 10여 년의 시간이 지난다. 이 작품을 한편도 빠짐없이 보았고, 그의 주식차트 같았던 시간을 모두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사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기안84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웹툰 작가가 아닌 예능인으로.
그것은 바로 <나혼자산다>라는 예능으로부터였다. 언제 여기에 등장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 그 시간 동안 웹툰과 동일한 행보가 계속된다. ‘신선한 인물’과 ‘기이한 행동’이었다. 어딜 가도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고, 밥은 언제나 바닥에서 먹는다. 카메라가 있든 없든 언제나 그럴 것처럼 초현실적으로. 그것은 그가 웹툰에서 했던 것과 같았다.
기안84 웹툰 = 신선한 소재, 기이한 전재
기안84 = 신선한 인물, 기이한 행동
그리고 그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한다. 그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진짜 세계의 모습이기 때문에. 리얼리티를 표방한다고 하지만 예능에서 짜인 설정, 보여지고 싶고 떠오르고 싶은 욕망이 담긴 출연진의 모습에서 진짜 세계를 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인기를 얻어도 언제나 기안84의 행보는 같았고 거기서 ‘현실세계에서 튀어나온 하이퍼 리얼리즘’이 완성된다.
그렇게 기안84는 미디어 속, 이 시대의 표본이 된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행을 떠난다. 태어난김에 세계 일주를 떠난다. 그 시작은 평범하다. 어느 날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난다. 그런데 그곳의 과정은 역시나 기이하다. 소금 바다의 소금을 진짜로 먹고, 인도의 낯선 곳에서 춤으로 현지인을 홀린다. 우연히 만난 현지인들과 인연을 맺고 마음을 나눈다.
신기한 것은 이거다. 그 어느 것도 이렇게 하면 세상이 이렇게 반응하겠지? 라는 의도한 모먼트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웹툰에서도 이렇게 하면 화제가, 논란이 되겠지? 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연이어 꺼내는 것과도 같은 맥락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한곳 한곳의 여행기에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한다. 그리고 세상은 그에게 연예대상이라는 것을 안겨준다.
만화가였던 기안84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주목하고 기대하는 건 뭘까?
기안의 무기는 대체 무얼까?
웹툰부터 예능까지. 화제부터 논란까지. 기안84의 행보를 10년 넘게 지켜보며 알게 된 그의 무기는 바로 이것이다.
단순한 방바닥 감성이 아니다. 황정민과 동료 배우들이 민박집에서 찍었던 사진이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민박집이 힙해서도 배우가 멋져서도 아니다. 그네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과도 같았기 때문에. 마치 우리 세계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기안84도 같다. 패션왕에서는 주류가 되고 싶은 비주류의 마음을, 복학왕에서는 예전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처절한 현실세계를 담는다. 나혼자산다에서는 혼자서 살아가는 남자의 현실적 이야기를 그리고, 그런 모습이 신기하고 궁금한 여성의 마음이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였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꾸며진 무대 위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무대 뒤에서 쭈그려서 최저 시급을 받으며 짠내를 풍기는 우리들의 과거 속 모습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꾸며지고 연출 된 것이 아니라 본인의 모습 그대로였고, 더 나아가 자신의 방바닥 감성을 하나의 철학으로 승화 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큰 공감으로 커질 수 있게 된다.
기안 84는 이야기한다.
초심을 잃을 까봐, 여전히 방바닥에서 먹고 마신다고. 그 이야기는 자기스러움이 뭔지 알고, 자기 다움을 지키기 위한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행동에 담겨 자신만의 방바닥 감성을 혼자 사는 방송에, 전 세계를 여행하는 방송에 담아냈기 때문에 이 시대가 기안84에 열광하게 된다.
기안84의 웹툰 안에서 기안 84를 보았고, 기안84의 행동 안에서 그의 작품을 만난다. 작품과 작가는 짠내 나는 ‘방바닥 감성’으로 이어져 있다. 그의 행보를 응원한다. 자기 다움을 세월에 묻어 미래에는 어떤 기안84를 만나게 될지. 그리고 그때는 어떤 자기스러움으로 더 자라나 있을지.
기안84가 가진 자기스러움에는 자신의 세계, 취향, 일상이 그대로 묻어 있죠.
우리가 가진 자기스러움은 어떤 게 있을까요?
기안84의 라면, 소주, 점퍼는 그를 담고 있죠.
나의 세계, 취향, 일상을 담는 단어나 키워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안84의 방바닥은 자신을 더욱 자신답게 만드는 진짜 무대죠.
어떤 게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들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표준의 맨손이 아닌, 자기만의 모습을 찾아 그 무기로 살아가 더욱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안84의 무기를 꺼내봅니다.
마케터초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