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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Aug 05. 2024

화장품 판매 구성의 상식을 깨는 브랜

Bath and Body Works의 가격 전략 분석

향수나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여성 타기팅의 코스메틱 브랜드라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제품의 신뢰도를 위하여 ‘떨이’판매를 하지 않는 것. 기본적으로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이니 일정 수준 이상의 할인 판매는 ‘제품의 질’을 의심하게 만들고, 그것은 곧바로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니까. 


(물론 올리브영의 특별 세일 기간이나, 그 이전 로드 샵 시절 전체 상품을 대폭 할인하던 기간이 있었으나 이 두 예시는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마케팅에 더 가깝다. 이것에 관한 이야기는 이후에 다시 적어보도록 하겠다.) 


그러나 여기 당당하게 묶음 판매전략을 내세우는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바로 글로벌 향수-코스메틱 브랜드 ‘Bath and Body Works’다. (이하 ‘배스 앤 바디 웍스’)    






배스 앤 바디 웍스는 1990년 미국에서 시작된 화장품 브랜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바디 케어 제품과 방향 제품 등을 판매한다. 현재 북미와 유럽 등 43개국에 2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글로벌 기업이며, 최근(24년 5월)에는 한국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1호점이 런칭했다. 25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향을 중심으로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캐나다나 미국을 방문할 때 꼭 사야 할 여행-쇼핑 아이템으로 꼽히는 브랜드로, 온라인 직접 구매(직구), 구매 대행을 통해 구매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프리미엄 패션(속옷)-코스메틱 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과는 모기업인 L브랜드(Limited brand)에서 갈라져 나온 자매 회사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미디어에서 배스 앤 바디 웍스는 주로 매스티지(Masstige)로 어필되기도 한다. 여기서 매스티지(Masstige) 란 명품(Prestige product)와 대중제품(Mass Product)의 결합어로, 한정된 타깃을 목표로하는 명품과 달리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중고가 명품을 의미한다. 그러나 필자가 실제로 만난 배스 앤 바디 웍스는 프레스티지보다는 매스에 가까운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특히 묶음 판매 전략에서 잘 드러난다.    






떨이 판매는 묶음 판매가 아니다. 떨이 판매란 주로 팔다 남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니까. 그러나 배스 앤 바디 웍스의 상품 구성은 떨이 판매를 연상시킬 정도로 대량의 상품을 묶어 판매한다. 


심지어 특수한 기간의 이벤트도 아니다. 공식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첫 화면에서부터 대놓고 ‘더 많이 사면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격 정책을 고지할 정도이다. 한국의 수많은 코스메틱 브랜드들도 50% 이상의 할인 판매를 진행하곤 하지만, 글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7개 묶음으로 구매하면 할인가로 제공하는 화장품이나 향수, 핸드 솝을.  



배스 앤 바디 웍스 공식 웹사이트 메인 화면, Top offer에 ‘Hand Soaps을 7개 사면 29달러(한화 약 30,000원, 세금 미포함)’라고 표기되어 있다.



배스 앤 바디 웍스의 경쟁사로 언급되는 다른 화장품 브랜드들은 주로 개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대량 판매보다는 개별 제품의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L’Occitane이나 The Body Shop은 개별 제품의 품질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다. 제품의 콘셉트나 브랜드 이미지, 메인 아이템은 다를지라도 가격 전략 면에서는 ‘일반 화장품 브랜드의 틀’을 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배스 앤 바디 웍스는 가격을 고지하는 방법조차 독특하다.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서면 과장을 보태 대문짝만 한 대량 구매 프로모션 가격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누가 봐도 프로모션 가격표가 노리는 배스 앤 바디 웍스의 타깃은 ‘대량 구매자’다.  





“많이 사고, 할인받으세요!” 아니, 누가 화장품을 이렇게 대량 구매한단 말인가? 


배스 앤 바디 웍스는 직구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제품을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해외 직접 구매를 이용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직구로 이름이 높다는 것은 해외여행자들이 선물로 사다 줬거나, 직접 구매를 해서 사용해 봤다는 뜻이 된다. 정리하자면, 배스 앤 바디 웍스의 타깃 중 하나는 ‘선물 구매자’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북미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누군가를 위한 기념품을 산다면 어떤 제품을 구매할까?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이름값이 높은 것(브랜딩이 잘 되어있는 것), 그리고 다양한 상품군이 갖춰져 있어 여러 사람에게 선물할 때 조건(향, 상품 등)이 겹치지 않는 것일 테다. 배스 앤 바디 웍스의 상품들은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할인을 계속하면서도 배스 앤 바디 웍스가 ‘믿을 만한 브랜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면서도 매스티지의 언급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이미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일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대폭 할인은 대체로 품질에 대한 신뢰도와 반비례하기 때문. 일반 여행자 대상 기념품 샵과 달리, 북미 여행을 상징하는 브랜드이면서도 빅토리아 시크릿이라는 모회사의 강력한 브랜딩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배스 앤 바디 웍스의 후킹 상품에는 저렴한 핸드 젤(소독제)이 포함되어 있는데, 사이즈는 에어팟 정도이고, 종류는 당사의 향만큼이나 다양하다. 게다가 이 핸드 젤은 에어팟처럼 귀여운 케이스를 끼워서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으며, 이를 가방 등에 달고 다닐 수 있어 광고효과도 있다. 선물로 인기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Gen Z(Z세대)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가격대의 상품이라고 광고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격대에 대한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배스 앤 바디 웍스의 이런 가격 정책은 일반적인 타겟팅 전략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말하자면 독창적이고, 자매브랜드가 없었다면 혹은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지 못했다면 위험했을지도 모르는 도전적인 전략이다. 


그러나 또 달리 말하자면, 니치 마켓(틈새시장(niche market)) 공략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마케팅의 기반은 타깃을 분석하고 그 세그먼트를 찾아가는 데에 있다. 마케팅의 답은 언제나 타깃(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에.  




해당 콘텐츠는 마케터Z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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