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 1호선의 광고판에 대뜸 분자구조식이 적힌 광고가 떴다. 이건, 화장품 광고다.
“이것은 나이아신아마이드입니다.
피부 톤을 고르게 해줍니다.
유명한 셀러브리티, 인플루언서, 혹은
이 제품을 사용하는 친구가 추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은 73달러일 수도 있고,
6.60달러일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물건을 판매할 때 잊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명제가 있다.
1.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제품을 좋아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2.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제품을 의심한다. 그것도 사실이다.
소비자는 저렴한 제품을 좋아하면서도 그 질을 의심한다. 카테고리에 따라, 때로는 질이 나쁘다는 것이 (실제로 그 제품의 질이 좋고 저렴할지라도) 그저 감수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간편하게 쓰고 버리는 생활용품이 그렇다. 당장 사용해야 하는 물티슈의 질이 조금 나쁘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나 화장품은 다르다. 내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고, 제품 하나를 고를 때도 많은 부분을 꼼꼼히 따진다. 그러니 화장품 브랜드의 이름으로 ‘가성비 좋은’ 제품을 만들어낸다고 해서 무조건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차라리 브랜드 내에서 가성비로 손꼽히는 하나의 상품이 생기는 것은 브랜드 자체가 가성비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보다 낫다. 비싼 제품들이 있는 브랜드 안에, 가성비 있는 제품(이나 라인)이 하나 있다는 건 미끼상품(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상품)이 되거나 브랜드의 대표 상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메틱 제품의 가격에는 거품이 많고, 회사의 설립자로서 ‘본질에 집중하여 가격을 덜어낸 브랜드’가 되겠다는 이념을 세웠다-는 브랜드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들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실제로 화장품 시장 가격에 어느 정도 거품이 있다는 뜻 일 것이나, ‘소비자는 저렴한 제품을 믿지 못한다’의 명제로 돌아가 브랜드의 이미지가 판단되는 흐름이 반복된다.
2016년 캐나다에서 시작한 화장품 브랜드 ‘디오디너리(The Ordinary)’ 또한 비슷한 브랜드 스토리로 소비자의 심리에 도전한 브랜드 중 하나다. 그런 브랜드답게, 한국에서도 올리브영을 통해 쉽게 만날 수 있는 디오디너리의 제품들은 “거품을 뺐다”라는 명확한 메시지와 함께 적당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인 ‘Niacinamide 10% + Zinc 1% Oil Control Serum’은 캐나다 세포라와 한국 올리브영에서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며, 가격대가 매우 합리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화장품 가격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해 수많은 브랜드가 거품을 제거한 제품을 내놓았지만, 지속적으로 성공한 브랜드는 많지 않다. 브랜드 이미지의 문제다. 디오디너리는 아이러니에 대한 해답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놓았다.
마케팅의 핵심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사용할 때의 ‘상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샌들을 팔 때는 그 샌들을 신고 얼마나 편할지, 화장품을 팔 때는 그것을 사용한 후 피부가 어떻게 변할지를 소비자가 상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디오디너리는 화장품 산업의 주류를 이루는 마케팅 방식은커녕, 일반적인 마케팅 방식조차 따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화장품 브랜드는 “진정”, “모공수축”, “안티에이징” 같은 직관적인 태그라인을 내세운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를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디오디너리의 마케팅은 제품명의 차별에서부터 시작됐다.
“Niacinamide 10% + Zinc 1%”, “Glycolic Acid 7% Exfoliating Toner” 디오디너리는 성분을 그대로 제품명으로 사용하며 브랜드의 투명성을 설명이 아닌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거기에 미니멀한 케이스 디자인과 사람(모델)이 등장하지 않는 제품 설명 등 시각적으로 많은 정보를 덜어냄으로써 오히려 소비자에게 신뢰와 함께 타 브랜드와는 ‘다르다’는 인식을 정확하게 박아놓은 것이다. 앞선 광고는 이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브랜드 디오디너리의 성공 스토리에는 많은 이유가 따라붙는다.
성분을 강조하는 마케팅으로 트렌드와 신뢰를 구축했다, 소셜 미디어와 입소문을 통해 인지도와 신뢰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미니멀리즘 트렌드가 디오디너리의 브랜드 이념과 시너지를 일으켰다, 전통적인 뷰티 마케팅의 관행을 깨고 혁신적인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는 모두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마케팅 담당자라면,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위와 같은 마케팅의 연쇄적 성공의 밑바탕에는 브랜드 디오디너리가 화장품 산업의 영역에서 당연하게 발생하는 허들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스스로 화장품임을 버리는 전략이 있었다는 것을. 마케팅 전략에는 답이 없다. 그를 뒷받침하는 이론이 있을지언정.
해당 콘텐츠는 마케터Z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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