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드디어 한국에서도 무료 멤버십, ‘스포티파이 프리’를 출시했습니다. 광고를 들으면 음악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이 요금제는 스포티파이가 지금의 위상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그동안 한국에서는 저작권료 협상 문제로 인해 이를 시행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스포티파이는 한국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원인은 역시 가격이었죠.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자들이 무료로 사용하는 데에 힘입어, 유튜브 뮤직은 사용자 수 기준 1위에 올랐고요. 국내 음원 서비스들은 통신사와의 제휴를 통해 기존 이용자들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스포티파이는 통신사 제휴가 없는 데다 기본요금조차 11,900원으로 국내 서비스들보다 비쌌습니다. 2022년 11월에 타사 수준의 베이직 요금제를 도입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죠.
결국 스포티파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작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협의하였고, 마침내 무료 광고 요금제를 도입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모바일인덱스 Insight에 따르면, 출시일인 10월 10일 신규 설치 수가 전날 대비 12배 이상 증가했고, 일간 방문자 수는 30만 명대에서 40만 명대로 급격히 늘었습니다. 이용자 수 기준 국내 4위인 플로가 일 6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으니, 스포티파이도 어느 정도 경쟁권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는데요. 또한, 기안84, 댄서 모니카, 모델 박제니 등을 기용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며 사용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후발 주자인 스포티파이는 어떤 자신감으로 이렇게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을까요? 아직 스포티파이가 낯선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사실 무료 요금제 출시 전에도 스포티파이는 네이버가 만든 바이브나 전통의 강자 벅스 등의 음원 서비스들을 능가하는 이용자 수를 자랑하며 이미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스포티파이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플레이리스트입니다. 국내 대표 음악 유튜버인 우키팝이 스포티파이를 소개하는 광고 영상을 보면, 스포티파이가 음악 마니아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를 엿볼 수 있는데요. 이들의 자동 음악 추천 알고리즘은 뛰어난 품질은 물론, 음악 트렌드를 선도하는 역량까지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가격 외에는 별다른 차별점이 없었던 음원 시장에서, 스포티파이는 명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이처럼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있다면,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스포티파이는 잘 보여줍니다. 일단 써보게만 한다면 반복적인 이용은 물론, 유료 구독 전환까지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이번 투자를 진행했던 거죠.
더욱이 데이터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가격적인 약점과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파이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올해 내내 꾸준히 증가해 왔고요. 또한 얼마나 자주 서비스를 이용했는가를 보여주는 고착도(DAU/MAU) 지표 역시 상승세를 보이며, 경쟁 서비스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물론 스포티파이 앞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특히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데요. 무료 요금제 도입 이후 사용자가 늘어나더라도, 광고 사업에서 유의미한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손실만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스포티파이 프리 요금제를 이용하면서 자체 프리미엄 전환 유도 광고 외에는 다른 광고를 듣지 못했는데요.
아직까지 충분한 광고주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광고 사업이 비교적 잘 자리 잡은 글로벌 전체로 봤을 때도, 광고 요금제 회원의 인당 수익은 프리미엄 요금제의 1/10에 불과하다고 하니까요. 만약 스포티파이가 매력적인 광고 매체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어렵게 도입한 무료 요금제의 효과는 반감될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지속적인 운영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광고 사업을 확장하려면 사용자 수뿐만 아니라 사용 시간도 중요합니다. 유튜브가 최고의 광고 채널로 각광받는 이유 역시 사용자들이 하루 평균 약 2시간을 사용할 정도로 긴 이용 시간을 기록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음원 서비스들은 대부분 하루 평균 8분 내외의 사용 시간에 그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스포티파이는 오래전부터 팟캐스트에 투자해 왔습니다. 비교적 긴 재생 시간을 자랑하는 오디오 콘텐츠를 활성화해 광고 요금제의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인데요. 국내에서도 팟캐스트에 대한 투자를 점차 확대하며, 창작자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요.
료 요금제 도입 후 약 2주가 지난 현시점 기준 스포티파이의 실적은 이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성장 속도는 확연히 둔화되었습니다. 일간 방문자 수는 40만 명 선에서, 신규 설치 건수는 1.5만 건 내외에서 정체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사용자 수 성장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인당 사용 시간도 함께 늘려가야 스포티파이가 국내 시장에서도 기대에 걸맞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