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심상용 모비인사이드 에디터
모바일 중고차 경매 스타트업인 ‘헤이딜러’가 불법 서비스로 규정되면서 오는 5일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설립 1년 만에 거래액 3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스타트업이었는데요.
한순간에 문을 닫게 된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국회에 계류됐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가결됐기 때문입니다. 개정안에 핵심 내용은 온라인에서 자동차를 경매하는 업체도 오프라인 영업장(3300㎡ 이상 주차장, 200㎡ 이상 경매실)과 사무실 등 각종 공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점입니다.
적은 자본금과 핵심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격입니다. 이에 박진우 헤이딜러 대표는 서비스를 잠정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에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가결되면서 헤이딜러의 서비스는 불법으로 간주됐다. 더 이상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5일부터 서비스를 잠정 종료할 것이다. -청년 창업의욕 꺾은 국회의원발 중고차 시장 대못규제 (매일경제)
서비스를 운영하던 회사, 즐겨 사용하던 이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운 일입니다. 법적 규제로 인해 서비스가 불법이 됐지만, 헤이딜러 입장에서는 현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죠. 이에 헤이딜러 입장에서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 3가지를 정리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개정안이 수정되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하지만 당장 하루를 먹고 살기도 어려운 스타트업에 영업을 멈추라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개정안을 수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상태이기에 수정되기 위해서는 다시 위원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언제 법안이 수정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죠. 서비스 운영을 잘해오던 헤이딜러 입장에서 이번 규제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헌번재판소를 통해 개정안이 위법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데요. 이 또한 오랜 시간이 걸리고, 100% 규제가 수정될 가능성도 없습니다.
사업 방향을 바꾸는 ‘피벗’이 두번째 안입니다. 헤이딜러의 중고차 딜러는 500명, 주간 처리물량은 800대 규모입니다. 헤이딜러가 중고차 거래를 진행하면서 '데이터=자산’을 쌓아왔습니다. 이를 활용해 차량 관련 O2O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만약 다른 사업을 하더라도 맨땅에 해딩하는 것보다는 수월하게 사업을 전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핵심 기술을 갖고 4차례나 피벗을 하고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버즈니의 사례도 있고요.
* 관련 글: [모바일 시대의 사람들] 버즈니가 4번 피벗하고도 살아남은 비결은?
다만, 피벗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민윤정 코노랩스 대표는 피벗을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스타트업에는 위기가 많이 오기 때문에 마켓, 타깃 고객, 제품 등에 대해 쉽게 피벗을 생각하지만 주제 없이 변화만 많이 한다고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회사가 갖고 있는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에 대한 피벗을 해야 한다” - 민윤정 코노랩스 대표
O2O 산업의 핵심은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도 있습니다. 오프라인 플랫폼을 확보하는 시기를 조금 앞당긴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하지만 비쌉니다. 지역에 따라서 평당 시세가 다르지만, 3300㎡ 규모의 주차장을 운영하려면 최소 몇 백~몇천억원의 거액이 필요합니다. 시리즈 B+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주차장이 서울에 위치한다면 금액은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입니다. #아파트_전세도_비싼데_말이죠.
세가지 안 모두 쉽지 않습니다. 불가능에 가깝죠. 이밖에 자금이 넉넉하고, 이미 주차장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 헤이딜러를 매각하는 방법, 주차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돌파구 마련 등도 있습니다만, 방안이랍시고 쓰다보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생각이 드는군요.
한 지역에서 시작된 이권다툼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떻게 뒤흔들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丙申年(병신년) 현장이었습니다.
* 같이 보면 좋은 글(?)